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다

[여행]by SRT매거진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다

공주에서 35km 남서쪽에 위치한 부여에는 유독 산성이 많다. 부소산성·청마산성·석성산성·증산성·성흥산성 등이 대표적인데, 그중 백마강을 따라 펼쳐지는 부소산성은 백제 성왕이 538년 공주에서 부여로 도읍지를 옮기면서부터 정치적·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놓인다. 철옹성처럼 쌓아올린 성벽이 무너진 것은 660년, 당나라와 연합한 신라의 공격에 의해서였다. 의자왕은 힘없이 무릎을 꿇었고, 120년 동안 흥했던 부여의 역사도, 700년간 빛났던 백제 문화도 아쉽게 막을 내렸다.

꽃이 지듯, 그렇게 떨어졌다

부소산성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40m 높이의 절벽 낙화암이다. 백제의 멸망과 함께 절벽 끝으로 내몰린 삼천궁녀가 백마강에 몸을 던졌다고 알려진 곳. 그러나 역사 기록 어디를 봐도 ‘삼천궁녀’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낙화암은 3000명이 서 있을 만큼 크지도 않다. 다만 많은 궁녀가 낙화암에서 백마강으로 몸을 던진 것은 사실로, 조선시대 시인들은 이를 아름다운 꽃들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여 ‘낙화암(洛花巖)’이라 불렀다. 낙화암은 바로 백제 여인들의 굳은 절개와 고귀한 충절의 표상인 것이다.

 

낙화암 정상에는 죽은 궁녀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작고 아담한 육각정 백화정(百花亭)이 있고, 태자골 숲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들의 절개와 지조를 추모하는 궁녀사도 자리한다. 흔히 의자왕을 향락에 빠져 나라를 망하게 한 왕으로 치부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삼국사기'는 의자왕을 훌륭하고 용감하며 결단력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부모를 효를 다해 섬기고 형제 간 우애가 깊었다고 표현한다. 특히 재위 중반기까지만 해도 숙적인 신라를 몰아붙이며 백제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재위 15년(655)에 접어들면서 주색을 탐하며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런데도 의자왕의 업적을 왜곡하고 폄하한 이유는 삼국통일을 이뤄낸 신라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민심을 잃고 전략과 외교에서 실패한 의자왕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그럼에도 아름다운 곳이 낙화암이다.

산성이 들려주는 백제 이야기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다

고란사는 주변 바위에서 고란초가 많이 자라 고란사라는 이름이 붙었다. 절 아래로 백마강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다.

낙화암 절벽 아래, 백마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에는 고란사(皐蘭寺)가 자리한다.이곳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고란약수를 백제의 왕들이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약수 한 잔에 3년이 젊어진다는 설까지 더해지니 물맛이 더 좋은 듯하다.

 

부소산성에서 고즈넉한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면 반월루·사자루·영일루를 추천한다. 반월루는 부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2층 누각으로 부소산성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사자루는 조선시대에 지은 누각이다. 백제시대에 달맞이를 하던 송월대가 있던 자리에 세웠는데, 건립 당시 터를 파다가 보물 제196호인 금동석가여래입상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소산성 동쪽에는 영일루가 자리한다. 해를 맞이하는 누각이라는 이름답게 백제의 왕들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안위를 빌었다고 전해진다. 이 외에도 부소산성 내에는 백제의 충신인 성충·흥수·계백장군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는 삼충사, 사찰 터인 서복사지, 군량미 창고가 있던 군창지 등 다양한 유적이 있다.

제대로 즐기려면?

제1코스(2시간) 부소산문(매표소) → 삼충사 → 영일루 → 군창지 → 반월루 → 궁녀사 → 사자루 → 낙화암(백화정) → 고란사 → 유람선 → 구드래공원
제2코스(1시간) 부소산문(매표소) → 서복사지 → 반월루 > 사자루 → 낙화암(백화정) → 고란사 → 유람선 → 구드래공원

  1. 시간 하절기 08:00~18:00 동절기 09:00~17:00
  2. 입장가격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3.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왕릉로 61
  4. 문의 041-830-2521

부여의 맛을 찾아라!

장원막국수, 메밀막국수에 편육 한 점이면 게임 끝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다

구드래 나루터 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자타공인 최고의 부여 맛집. 추운 날씨에도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은 작은 방에 앉아 식사하는 구조이고, 방마다 테이블이 서너 개 정도 마련되어 있다. 메뉴는 메밀막국수와 편육 단 두 가지. 메밀가루로 만들어 차진 면발과 차갑고 새콤달콤한 붉은 빛깔 육수는 계절과 상관없이 입맛을 돋운다. 메밀막국수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돼지고기 편육도 별미다. 제대로 먹으려면 편육에 국수 면발을 감아 먹을 것. 마무리는 시원한 육수 한 모금이면 된다.

  1. 가격 메밀막국수 6000원, 돼지고기 편육 1만7000원
  2. 영업시간 11:00~17:00
  3.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나루터로62번길 20
  4. 문의 041-835-6561

시골통닭, 바삭하게 튀긴 진짜배기가 나왔다

백제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다

'백종원의 3대 천왕'에 등장해 화제가 된 부여 중앙시장의 치킨집. 통닭이라는 표현 그대로 닭을 자르지 않고 튀김솥에 통째로 넣어 튀겨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각 부위가 골고루 익도록 한 마리당 대략 20여 분간 튀겨내므로 기다리는 시간이 긴 편. 전체적으로 기름기가 적고 바삭하다. 얇은 튀김옷에는 약간의 땅콩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이 은은하게 돈다. 기본 서비스로 모래주머니 튀김과 삼계탕 국물을 함께 내놓는다.

  1. 가격 통닭 1만5000원, 모래주머니 1만 원, 삼계탕 1만1000원
  2. 영업시간 10:00~23:00
  3.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중앙로5번길 14-9
  4. 문의 041-835-3522

글 김정원 사진 홍상돈

20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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