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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외산폰의 무덤'에 온
화웨이, 방향이 틀렸다

by더팩트

'외산폰의 무덤'에 온 화웨이, 방향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23일 서울 동대문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시리즈를 국내 시장에 공개했다. /이덕인 기자

1987년,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 사업가 런정페이가 중국 선전에서 화웨이를 설립했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170여개국 지사에 17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중국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화웨이의 매출은 608억 달러(약 71조 원), 순이익은 57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화웨이는 통신 장비에서 스마트폰, 태블릿으로 점차 세를 확장해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을 제치고 세계 2위 업체가 될 것이다"고 장담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애플'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애플'이 맞다. 국내 고객에겐 다소 낯선 중국 업체가 '혁신의 아이콘' 애플 위에 서겠다니, 어쩌면 누군가는 '착각하고 있네'라며 비웃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웨이의 성장세를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2016년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현황 보고서를 보면, 화웨이는 시장 점유율 8.8%로 애플(11.5%)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화웨이의 'P9' 등 제품이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서서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안방인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어 눈길이 쏠린다. 'X3', '넥서스6P', 'Y6', 'BE Y', 'H' 등 앞서 선보인 중저가폰이 아닌 주력 제품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시리즈를 들고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화웨이는 23일 서울에서 공개 행사를 열고 'P9' 시리즈의 국내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외산폰의 무덤'에 온 화웨이, 방향

조니 라우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한국지역 총괄이 화웨이의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성락 기자

외산폰의 국내 시장 진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높은 벽 앞에 무릎을 꿇고 대부분 쓸쓸히 퇴장했다. '혁신'을 앞세운 '아이폰'만 살아남은 형국이다. 그렇다면 화웨이는 실패를 맛보지 않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카메라 성능을 앞세운 것으로 보인다. 조니 라우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한국지역 총괄은 "스마트폰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소 중 하나가 카메라라고 판단해 유명 카메라 제조사인 라이카와 협업해 듀얼카메라를 제품에 탑재했다"며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날 화웨이는 카메라 성능 알리기에 공을 들였다. 한 카메라가 색상을, 다른 카메라가 명암 대비와 심도를 감지하는 라이카 듀얼카메라를 탑재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가 오중석 씨를 초청해 그가 직접 찍은 사진을 소개하기도 했다. 오중석 씨는 "'P9'을 직접 사용해 보니 즐거운 사진 생활을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스마트폰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화웨이의 이날 행사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스마트폰 스펙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성능 홍보'가 거의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시점에, 특화된 카메라 성능을 설명하는 데 필요 이상의 시간을 소요했다는 느낌을 개인적으로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P9'의 카메라가 '갤럭시'와 '아이폰'의 신제품을 뛰어넘는, 흔히 '혁신'이라고 말할 만큼 새롭거나 독보적인 수준은 아니니 더욱 그렇다.

 

그래도 화웨이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 진출에 희망을 품고 있다고 한다.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에 크게 뒤질 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P9' 시리즈가 유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연간 판매량 1000만대 달성을 앞둔 검증된 모델이라는 점 등이 긍정적 성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것과 '아이폰7'이 반짝인기에 그친 것 등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외산폰의 무덤'에 온 화웨이, 방향

화웨이 모델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9'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화웨이는 카메라 성능을 강조하는 것보다 'P9'을 통해 '화웨이의 정체성'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애플 외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화웨이는 '제품을 통해 어떤 가치를 전달하겠다'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나아가 'P9'이 '실속형' 제품인지, 혹은 '브랜드형' 제품인지에 대해 고민한 뒤 방향 설정을 할 것을 추천한다.

 

만약 화웨이가 '실속 노선'을 탄다면 국내 고객 입장에서는 반갑다.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에 '실속'이란 단어가 어울리진 않지만, 프리미엄 제품에 '실속'이란 단어가 실제로 붙으면 고객 입장에서 반가울 것 같다. 화웨이와 LG유플러스는 'P9' 시리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출시 가격을 유럽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프리미엄급 성능에 파격적인 출고가가 책정될 경우, 기존 제조사들의 제품 가격에 불만이 쌓인 고객들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화웨이가 '브랜드형' 전략을 택한다면, 장기전이다. 신뢰를 얻는 일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 브랜드', '중국 제품'에 대한 선입견에 맞서 고객을 설득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마케팅이 관건이다. '저품질' 이미지를 떨쳐버릴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 'P9' 시리즈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국내 고객만을 위한 제품 브랜드를 고려하는 것도 충성 고객 확보를 노려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다.

 

아울러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국내 고객들은 해외 고객 간의 미묘한 차별 대우로 인해 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다. 최근 애플이 '아이폰6S'의 일부 배터리를 바꿔주겠다고 해놓고 한국어 홈페이지에 덜렁 영문 공지만 해 논란이 일었다. 이외에도 해외 고객에게만 특정 상품을 지급하는 일들을 수없이 지켜봤다. 굳이 스마트폰 분야가 아니더라도 외국 기업이 한국 고객을 '봉'으로 여긴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화웨이의 국내 시장 진출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화웨이는 'P9'을 시작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지속 출시, 국내 프리미엄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긴 항해를 막 시작한 화웨이가 '어디서 희망을 찾을까'라고 물어본다면 결국 '고객'일 것이다. 만약 화웨이가 국내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배려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펼친다면, '외산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나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글. 이성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