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 New 프라하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더 이상 늦추고 싶지 않았다. 프라하. 어쩐지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이름의 장소로 나는 떠났다. 왜 하필 프라하 였냐고? 별 다른 이유는 없다. 막연히 내 첫 유럽 배낭여행의 장소로 어울릴 듯 싶었다. 설레는 긴장감이 나를 압도했다. 비행기의 착륙이 다가오자 창문 밖으로 보이는 프라하의 전경이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긴다.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는 뚜렷하게 두 지역으로 분리되는데 중세의 느낌이 남아있는 구시가지 지역과 현대적인 느낌이 강한 신시가지 지역이다. 두 역사 지역이 멀지 않은 거리에서 서로 대조와 조화를 이루며 나란히 공존을 하는데 문득 이번 여행의 테마를 Old & New 로 잡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Old & New 프라하

프라하 도심속 여유를 지닌 소공원.

바츨라프 광장으로 가는 길

우선 바츨라프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중간에 위치한 소공원. 날씨는 화창하고 사람들은 평화롭다. 도심 한 가운데에 이런 휴양의 느낌을 줄 수 있는 거리와 장소가 있다는 것이 너무 아름답다. 광장에 도착을 하면 길게 늘어진 노천 카페들이 먼저 눈에 띈다. 사방이 탁 트인 광장이라기보다 서울의 광화문을 연상 시키는 드넓은 대로다. 유럽 국가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트램을 개조하여 만든 카페들이 인상적이다. 역시 신시가지답게 광장의 좌우 건물에는 글로벌 기업들의 광고판이 경쟁하듯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사실 처음으로 입간판이 허용된 지는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시가지’ 라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민주화 혁명 이전 체코의 보수성과 이 광장이 그들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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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트램 노천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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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광장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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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시내의 모습.

아기자기한 매력의 하벨시장

바츨라프 광장에서 구시가 광장으로 이동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하벨시장이다. 시장 자체가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한 바퀴를 쭉 돌아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식료품, 잡화에서부터 의류까지 신시가와 구시가 사이에서 시장의 역할을 매우 잘 하고 있는데 사람이 근처에 지나가면 "깔깔깔" 소리를 내며 웃어대는 마녀인형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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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 위치한 하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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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 소리를 내는 마녀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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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기념품들.

시간여행의 시작, 구시가지 광장

평소 중세 유럽 도시들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던 나는 들뜬 마음을 감추고 구시가지 광장에 들어섰다. 눈 앞에 보이는 천문시계와 엄청난 규모의 광장.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여행을 간 듯, 마치 이 곳이 동화 속 세상인지 현실세계인지 구분을 못할 지경까지 이르른 나는 넋이 나가 버렸다. 천문관측의 용도로 만들어진 천문시계는 그 정교함과 정확성이 굉장히 뛰어난 시계인데, 매 시 정각마다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시계 상단의 문에서 12명의 사도가 나와 회전을 한다. 조금 더 발걸음을 움직여 광장의 중심지로 가게 되면 수많은 거리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가 있다. 악사, 화가, 행위예술가들이 모두 모여 전방위적 예술을 펼친다. 약 500년 전 체코에 종교개혁을 일으키려다 처형을 당하게 된 유명한 얀 후스의 동상도 볼 수 있다. 50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발 밑에 몰려드는 인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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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 정각마다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림과 동시에 시계 상단의 문에서 12명의 사도가 나와 회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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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광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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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지 광장의 예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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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속의 얀 후스 동상.

세월을 잇는 중세의 다리, 까를교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는 프라하 성으로 향한다. 머지않아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이 나오는데 이때 이 강과 강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 까를교를 지나게 된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까를교 위에 올라서면 여러 풍경들을 보게 된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다리와 블타바 강의 풍경에서부터 그 다리 위를 건너는 행인들 그리고 절박하게 구걸을 하는 노숙자까지.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한쪽 광장에선 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각양각색의 모습들에 내 마음 또한 복잡해진다. 까를교 위엔 여러 성인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성인 네포무크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은 동상 기단에 새겨진 동판을 만지는데 이와 함께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카를교 밑 주변 강둑에는 고니들이 잔뜩 모여있는데 사람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듯한 고니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다리를 건너고 계속 길을 나아가다 보면 수십가지의 그래피티로 뒤덮힌 벽이 나온다. 이름하여 존 레논 벽. 프라하에 자유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이 벽에다 쓰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젋은이들이 벽으로 와서 벽을 꾸미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도심속에 자연스레 존재하는 이러한 예술적 장소와 풍경들이 내 마음을 조금 더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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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의 탑 위에서 내려다 본 블타바강과 까를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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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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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 이뤄지는 네포무크 성인의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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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를교 밑 주변 강둑에 모여있는 고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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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존 레논 벽.

프라하 성

조금 더 길을 걷다 보면 드디어 프라하 성이 등장한다. 성에 입장을 하고 나면 곧 바로 엄청난 크기의 성 비투스 성당을 보게 되는데 성당이 뿜어내는 그 웅장함과 섬세함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어떤 앵글을 잡아도 카메라 프레임에 다 들어오지 않는 이 거대한 스케일의 이 성당을 과연 중세 시절의 기술로 건축이 가능했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이다. 내부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경건한 분위기에 다시 한번 나는 감동한다. 성당 내부에 위치한 동상들과 굉장히 정교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인데 이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알폰소 무하의 작품이다. 대성당을 나오면 황금소로가 나온다. 믿거나 말거나 16세기 후반의 연금술사와 금은세공사들이 이 곳에 살면서 연금술을 연마 하였다고 하여 황금소로라고 불렸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카프카 또한 황금소로에서 집필활동을 했었고 길 위의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아름다운 파스텔 톤의 컬러가 인상적이다. 성 전체를 둘러보고 나오면 프라하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나는 다시 한번 생각한다, “프라하, 넌 정말 멋진 도시야.” 라고.

Old & New 프라하

프라하 성으로 향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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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함을 내뿜는 성 비투스 성당. 

Old & New 프라하

알폰소 무하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Old & New 프라하

표정 하나 하나 섬세히 조각되어진 동상.

Old & New 프라하

연금술사들의 거주지, 황금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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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프라하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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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있는 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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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프 광장의 야경.

로컬들과 함께한 밤

프라하의 여행을 끝냈지만 나는 아쉬웠다. 관광에만 신경을 쏟느라 정작 프라하의 로컬들과 소통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정처없이 밤 거리로 나섰다. 무조건 로컬들과 함께 마지막 밤을 보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왠지 모르게 편안한 느낌을 풍기는 펍을 찾아 들어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체코의 명물, 필스너 우르켈을 주문했다. 여기서 잠깐, 체코의 물가는 우리의 생각보다 싸다! (특히나 맥주에 있어서라면.)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수준급 맥주의 가격이 파인트 한 잔 (500cc) 에 40코룬, 한화 약 1500원 정도이다. 그렇게 좋은 술과 분위기에 휩싸여 프라하의 로컬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 젊은 대학생들의 테이블에 합석을 하게 되었다. 체코에 대해서, 한국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나는 신과 구가 이토록 잘 조화를 이루는 프라하가 아름답다 말했다. 우습게도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부럽다며 떠들기 시작하자 그들은 “우리가 20년 넘게 자라고 살아온 도시이므로 정작 이 모든것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별 감흥이 없다.” 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에 익숙해진 듯한 그들의 모습마저 나는 부러웠다.

 

체코 슬로바키아 시절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민감한 주제를 꺼낸 것 인지도 몰랐다. 그들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언급을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답한다. “우리는 과거를 잘 정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저 멋진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라고. 그 멋진 대답 한 마디에 모든 것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 작은 도시가 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할 수 밖에 없는지.

 

프라하는 체코의 작은 수도이다. 부지런히 움직여 도보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하루만에 모두 둘러볼 수 있었던 나는 이제 프라하 앓이를 한다.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나를 홀리게 만들었던 프라하는 내가 첫번째로 발을 딛은 유럽의 땅이다. 내 유럽 배낭여행의 ‘첫 경험’ 상대인 프라하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무작정 프라하로 떠나기로 선택했던 나, 과연 내가 프라하를 선택했을까? 이제 나는 그 반대임을 느낀다. 프라하가 나를 부르고 있었음을.

Old & New 프라하

프라하의 로컬 Pub.

Old & New 프라하

로컬들과 함께한 밤. 왼쪽부터, 밀란 (Milan), 캐롤리나 (Karolina), 야누스 (Janus), 도미니카 (Dominika)

[디아티스트매거진=안영규]

2015.07.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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