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는 무엇을 꿈꾸는가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NCT는 무엇을 꿈꾸는가

ⓒSM엔터테인먼트

[NCT 2018 ‘EMPATHY’]는 거대하고 낯선 앨범이다. 차례로 공개된 타이틀 곡 ‘BOSS’와 ‘Baby Don’t Stop’, ‘Go’, ‘Touch’를 포함한 8개 신곡과 이전에 발표한 곡들을 포함해 총 열 네 개의 트랙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한 멤버들만 열 여덟 명에 달하고 각각 모두 다른 유닛과 조합으로 나뉘어 녹음했다. 어쩌면 프로젝트 앨범이나 콜라보레이션 앨범에 가깝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가 지금까지 접해왔던, 한 아티스트의 혹은 단일한 팀이 특정한 컨셉과 장르의 방향을 가지고 만든 전통적인 양식의 앨범은 아니다. 게다가 ‘2018’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러한 구성의 ‘2019’, ‘2020’ 프로젝트 앨범이 더 나올 것일 수도 있다. 적어도 SM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도 NCT를 통해 이런 프로젝트 앨범들을 더 만들 계획으로 보인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 SM엔터테인먼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NCT의 세계관을 소개하고 정리한 시리즈 비디오 [NCTmentary]를 공개했다.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차라리 아트 필름에 가까운 이 영상들의 내용을 일일히 열거할 수는 없지만 핵심 메시지는 “우리는 꿈속에서 공감한다.”는 것이다. 영상 속에서 멤버들은 잠을 잘 때 우리가 경험하는 연속적이면서도 파편적인 감각 경험으로서의 의미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장래희망이나 목표의 의미에 가까운 꿈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멤버들의 꿈들은 서로 완전히 다르기도, 서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 중 복수의 멤버들의 공통적으로 경험한 꿈이 아마도 하나의 곡, 혹은 유닛이나 조합, 더 나아가 NCT라는 시스템 자체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이 영상들은 암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을 생각한다면 이 앨범의 복잡하고 산발적인 구성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들이 경험하는 꿈 역시 그렇게 복잡하고 산발적이지만, 꿈을 꾸거나 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타인과 공통점을 찾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NCT는 무엇을 꿈꾸는가

ⓒSM엔터테인먼트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에 대해서, 그리고 NCT라는 팀 혹은 브랜드에 대해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범위 역시 넓은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접해온 음반들은 보통 특정한 감상 태도를 취하고 의도된 메시지를 수신하기를 요구하는 성격의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NCT 2018 ‘EMPATHY’]은 종결되지 않은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감상자의 다양한 해석과 태도를 허용한다. 인기 차트에 올라온 하나의 곡으로, 전통적인 앨범 감상의 형식으로, NCT라는 세계관에 완전히 들어와 꿈 속을 헤매는 것처럼 각 구성 요소들을 체험하는 매개가 되기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채 존재하고 있다. 물론 다른 음반들 역시 소비자가 어떠한 감상 형태를 취하든 강요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이 곡을 혹은 이 앨범을 어떠한 태도로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가이드 라인은 가지고 있었다. 그 가이드 라인이 [NCT 2018 ‘EMPATHY’]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청자들은 혼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어디부터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꿈이란 것은 원래 그런 성격의 것이다. 여기에 꿈이 주어졌다. 이 꿈에서 깨어날지,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지, 아니면 멤버 텐의 솔로 곡의 제목대로 ‘몽중몽’-더 깊은 꿈 속으로 들어갈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에 달려 있다.

NCT는 무엇을 꿈꾸는가

ⓒSM엔터테인먼트

한 가지 더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은, [NCT 2018 ‘EMPATHY’]의 곡들이 SM엔터테인먼트가 과거에 발표했던 보이 그룹들의 음악과 상당히 닮아있다는 점이다. NCT Dream의 ‘Go’는 90년대 유영진 프로듀서가 작업했던 곡들을 떠오르게 하고, NCT 127의 ‘Touch’는 얼핏 대중적이면서도 이전의 샤이니 스타일과 닮아있기도 하다. 모든 멤버가 참여하는 퍼포먼스 곡 ‘Black on Black’은 엑소 특유의 큰 스케일의 안무를 연상하도록 한다. [NCT 2018 ‘EMPATHY’]는 NCT 멤버들의 꿈이기도 하고,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며, 동시에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나온 과거이기도 하다. 즉, 이 앨범은 그 누구보다도 SM의 음악을 이전부터 좋아했던 팬들이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앨범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은 앨범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이 ‘꿈’과 ‘공감’이 앞으로 어디까지, 누구에게까지 ‘개방’ 혹은 ‘확장’될지는 우리는 알 수 없으나 이 개념들은 아주 모호하고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성격의 것들이다. 이들의 팬들과 앞으로 NCT를 알게 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관 안에서 각자 더 자유롭게 꿈꾸기를 바란다면, 다음은 NCT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꿈을 발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할 때이다.

 

(※ 이 글은 2018년 3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에 전시한 필자의 원고를 수정 및 보완한 것입니다. )

 

디아티스트매거진=황희상

2018.04.1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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