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벽화를 입다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오르기도 힘든 높은 곳, 저소득층 가구가 모여 사는 허름한 동네를 가장 먼저 '달동네'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러준 사람은 누구였을까. 얼핏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80년대 이후부터 주요 재개발 대상이 되어 갖은 수모를 겪어야 했던 달동네 주민들의 현실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도시의 낙후된 지역을 대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활성화되면서 달동네는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었다. 낡은 벽들은 철거되는 대신 알록달록한 물감이 칠해졌고, 벽화와 조각, 공예품이 들어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어둡고 칙칙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관광명소로써 자리 잡게 된 달동네 벽화마을을 구경해 보자.

서울 이화벽화마을

달동네, 벽화를 입다

이화벽화마을 꽃 계단

'서울의 몽마르뜨'라는 별명을 가진 이화벽화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2006년 'Art in City' 사업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낙산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에서 아기자기한 벽화마을로 탈바꿈했다. 과거 이화동은 조선 시대 역사 유적인 서울성곽과 문화예술의 거리인 대학로 사이에서 낙후된 상태로 고립돼있던 도심의 섬이었다. 낙산프로젝트에 참여한 10여 명의 작가와 동네 주민들이 함께 골목 구석구석에 그림을 그리고 조형물을 설치하여 대학로와 서울성곽을 잇는 예술벨트를 완성했다. 계단 전체가 각각 꽃과 잉어로 덮인 꽃/잉어 계단과 예능프로 1박2일에 소개된 후 지워졌다 다시 그려진 날개 벽화가 유명하다. 이제는 많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일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국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서울 종로구 이화동. 혜화역과 동대문역 사이, 낙산공원 밑

부산 감천문화마을

달동네, 벽화를 입다

감천문화마을 물고기 조형물

'한국의 마추픽추' 혹은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감천문화마을. 가파른 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파스텔톤 건물들이 인상적인 곳이다. 6.25 피난민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진 감천동 달동네는 태극도 신도들이 모여 살아 태극마을이라고도 불렸으며,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 이후 '감천문화마을'로 거듭나며 이후 부산의 관광명소로 주목받게 되었다. 감천문화마을은 색색의 벽화뿐만 아니라 독특한 주거형태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과 미로 같은 골목 곳곳을 채운 아기자기한 예술작품으로 유명하다. 높은 곳에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면, 계단식으로 빼곡히 들어앉은 건물과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이 만들어내는 물결이 바다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또, 마을을 내려다보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마을 곳곳의 알록달록 나무판자 물고기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부산 여행때마다 방문하는 해운대, 광안리가 지겹다면 감천문화마을로 발걸음해보길 추천한다.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1로 200 (구 감천2동)

통영 동피랑마을

달동네, 벽화를 입다

동피랑마을 벽화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비랑'을 뜻하는 말로, 비랑은 비탈을 일컫는 지역 사투리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통영 하면 동피랑을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통영의 대표관광지이지만, 사실 동피랑마을은 원래 전면철거가 예정돼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 '푸른통영21'의 주도하에 벽화공모전이 진행되었고, 전국각지의 미술학도들이 모여 철거 직전의 동피랑에 아름다운 벽화를 그려 넣었다. 이후 벽화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철거 계획은 취소되었고, 마을 주민들은 보금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대표적인 공공미술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 이후로도 2년의 한 번씩 동피랑 벽화전이 열리며 동피랑마을은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쌍욕라떼'로 유명한 카페 '울라봉'이 마을 입구에 자리하고 있으니 한 번 들러서 라떼 한 잔씩 하고 재밌게 동피랑 구경을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

경남 통영시 동호동. 중앙시장 뒤쪽

전주 자만벽화마을

달동네, 벽화를 입다

자만벽화마을 벽화

최근 몇 년 사이에 전주 한옥마을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이 한옥마을 주변에 관광객들이 들릴만한 곳이 또 있는데, 바로 자만벽화마을이다. 한옥마을을 나와 육교 하나만 건너면 찾아갈 수 있다. 자만벽화마을 역시 철거 예정인 달동네였지만, 2011년부터 한옥마을과 연계한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갤러리가 조성된 뒤 전주의 대표 관광 코스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조성되었기 때문인지 다른 어느 벽화마을 보다도 선명하고 화려한 벽화들이 모든 벽마다 꼼꼼히 들어차 있다. 감상적인 일러스트 풍의 벽화부터 키스 해링과 리히텐슈타인을 연상시키는 팝아트 풍 벽화까지 다양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유독 하트와 꽃무늬가 많은 사랑스러운 벽화들 사이를 지나다 보면 동화 속을 거니는 듯하고, 또 다른 골목에서는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쿵푸팬더'의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교동 자만마을. 한옥마을에서 오목교 방면

안동 성진골 벽화마을

달동네, 벽화를 입다

안동 마싯타 카페 앞

안동 성진골 벽화마을 역시 감천문화마을과 함께 '2009 마을미술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된 벽화마을이다. 다른 벽화마을과 비교해 볼 때 선명하고 화려하기보다는 꽃, 동물, 사람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수수한 벽화들이 많아 마을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이하게도 마을 주민들의 얼굴을 그려 넣은 벽화들이 있어 뜻밖의 재미를 가져다준다. 동부초등학교 앞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귀여운 벽화도 찾아볼 수 있다. 시내에 있어 안동역 및 안동구시장과 거리가 멀지 않아 쉽게 걸어갈 수 있다. 달동네답게 만만찮은 경사를 가진 벽화마을을 들어가기 전, 입구의 조그마한 카페 '마싯타'에서 더치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가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경북 안동시 동문동. 동부초등학교 인근 

공공미술은 칙칙하던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달동네를 지역의 명소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벽화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게 되면서 많은 소음과 쓰레기로 인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게 된 것이다. 사진 촬영으로 인해 주민의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화벽화마을의 경우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해 일명 '이승기날개벽화'라고 불렸던 벽화가 마을 주민의 요청으로 지워졌다 다시 복원되었다. 벽화마을을 방문하게 된다면 반드시 동네 주민을 위해 예의를 갖추도록 하자. 

 

[THE ARTIST 매거진=김소형 에디터]

2015.11.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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