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의 공통점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포스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5년은 쟁쟁한 신인감독들의 해였다. 개성넘치는 데뷔작들이 대거 등장했다. 작년 말에 개봉한 김태용 감독의 <거인>부터, 변요한을 등에 업고 흥행에 성공한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 서양동화의 동양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광태 감독의 <손님>, 직장인 스릴러를 선보인 홍원기 감독의 <오피스>,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장재헌 감독의 <검은 사제들>까지 개성있는 감독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 중 주목할 만한 두 감독과 작품이 있다. 이정현의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다시 화제가 된 안국진 감독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광수가 영화 내내 생선탈을 쓰고 등장해 화제가 된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이다. 두 작품은 3포·5포·7포를 넘어 다포세대라고 불리는 청년 세대들을 대변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속 수남(이정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이정현)은 성실하다. 고등학교에서 다수의 자격증을 따서 앞길이 창창하고 가슴도 크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어느 공장에 취직하며 자격증은 쓸모가 없고 가슴도 크지 않음을 깨닫는다. 이후 성실하게 공장에서 일하던 수남은 같이 일하는 동료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남편은 사고로 손을 잃고, 이후 자살시도로 식물인간이 된다. 남편의 치료비와 자신의 생활비 등을 위해 고시원에서 살아가며 밤낮없이 일하는 수남. 집을 하나 사서 남편과 살고 싶었던 그녀의 꿈은 월급보다 빠르게 올라가는 집값 앞에서 무너진다. 하지만 성실하게 일할수록 집과 꿈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결국 빚을 내서 자그마한 집을 산 수남. 허나 남편의 자살시도 등이 겹쳐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의 집이 새로운 재개발 구역에 속해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수남은 재개발 동의 서명을 받기 위해 동네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반면 재개발에 반대하는 도철(명계남)과 경숙(서영화) 등은 수남을 방해하려한다. 그들은 서로를 감금하고, 폭행하고, 욕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재개발을 정하는 높으신 분들은 약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아니, 부추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당연히 그럴 것이다. 결국 약자들끼리 살아남기 위해 서로 싸운다. 지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악마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너무나도 성실한 나머지 잔혹해진 그들은 실성해버린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돌연변이'의 생선인간 박구(이광수)

<돌연변이>의 주인공 박구(이광수)는 단 돈 30만원을 벌기 위해 생동성 실험에 지원했다가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다. 단 돈 30만원. 30만원에 박구는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실험에 자신의 몸을 팔았다. 이후 박구는 컬트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상원(이천희)의 보도로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자, 무분별한 생동성 실험을 비판하는 사람부터, 실험을 한 제약회사에게서 보험금을 받으려는 박구의 아버지(장광), 박구를 도로 제약회사에 팔아넘기려는 여자친구(?) 주진(박보영), 그를 단지 연예인처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 그의 존재는 죄악이라는 종교인들, ‘종북생선’이라며 생선 모형을 불태우며 시위를 하는 과격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한다.

 

한 가지 사건을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씌워 바라본다. <돌연변이>가 그린 대한민국의 사회는 그렇다. ‘박구가 생동성 실험의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되었다.’라는 한 줄의 팩트를 가지고 누구는 돈벌이로, 누구는 신비의 대상으로, 보살핌의 대상으로, 혐오로, 종북으로, 사회변화의 초석으로, 구경거리로 생각한다. 돌연변이 생선인간 박구는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자신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이 부르고 생각하는 대로 자신이 누구인지 정해지는 삶. 30만원에 전전긍긍하는 청춘들의 모습이 박구 위에 오버랩 된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수남과 대립하는 도철(명계남)과 경숙(서영화)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결국 실성해버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수남, 단 돈 30만원에 생선인간이 되어버린 <돌연변이>의 박구. 두 인물이 선택한 엔딩은 같았다. 시쳇말로 ‘탈조선’이라 불리는 그 것. 수남은 식물인간 남편과 함께 바이크를 가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박구는 바다로 걸어 들어가 동남아의 해변에서 생선이 되어 살아간다. 그들은 그들을 억누르던 사회에서 탈출해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갔다. 수남은 바다로 신혼여행을 가겠다는 소박한 꿈을 향해, 박구는 자신에게 씌워지던 올가미(프레임)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탈조선’을 감행하고 바다로 향했다.

 

왜 하필 바다일까. 일단 대한민국은 헌법상 반도국가지만, 북한의 존재로 인해 사실상 섬나라와 다를 게 없다. 해외로 나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하는 현실이다. 때문에 수남이 해외로 나가는 장면이 없었어도 ‘탈조선’ 했음을(적어도 원했음을) 알 수 있다. 박구가 하필이면 생선인간이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상 섬인 나라에서 자유로운 망망대해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의 반영이다. 또 다른 이유는 ‘헬조선’의 또 다른 이름 ‘불지옥반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불의 반대는 당연히 물이다. 또한 불의 붉은색과 대비되는 푸른 바다라는 의미도 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피와 대비되는 색이기도 하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와 '돌연변이

'돌연변이' 속 생선인간 박구와 각자의 이유로 그를 찾아온 사람들

수남과 박구는 히어로가 아니다. 그들에게 정의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그들은 정의를 바라지 않았다. 단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피해 행동했다. 수남과 박구는 바다로 향하지 않았으면 계속 지옥에서 살았을 것이다. 성실이 실성이 되고, 돌연변이가 되어야 탈출할 수 있는 그 곳. ‘헬조선’의 사람들은 오늘도 뜨겁게 살아간다. 언젠가 바다로 가길 꿈꾸며.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칼럼니스트] 

2015.12.0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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