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여행]by 디아티스트매거진

서울에 혼자 오게 된지 2년쯤 되어가는 날, 주위 친구들은 홀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에게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 이라고는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명절날 고향 부산으로 내려가기, 부모님이 계시는 포항을 내려가는 것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낯선 곳을 ‘혼자’ 떠나본 기억은 찾을 수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위의 여행만 바라보던 어느 날, 친구의 홀로 3박4일 제주도 여행담을 듣게 되었다. 사진도 삼각대로 혼자 찍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녔다는 친구가 엄청 대단하게 보였다. 그 이후, 제주도까진 아니어도 국내여행을 혼자 떠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생각이 든 다음날부터, 내게 이틀간의 휴일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목적지를 정하지 못해서 계속 찾는 중에, 친구가 ‘파주 출판단지’를 추천해주었다.


대충 듣기로, 출판사들이 모인 장소이고, 그 곳에서 관리하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문학인들을 위해 ex) ‘박완서’의 방 - ‘박완서’작가의 책들과 박완서의 자료, 사진 등 을 테마로 잡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24시간 도서관까지.


친구가 추천해준 곳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곳뿐만 아닌 전체적인 ‘경기도 파주’를 1박2일 여행의 장소로 꼽게 되었다. 


12월 3일 서울 -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롯데 아울렛)

12월 4일 파주 출판단지 - 헤이리 예술마을 (+영어마을) - 서울


파주를 조사하면서 파주 출판단지와 헤이리 예술마을이 생각보다 멀다는 걸 알게 되었고, 파주 출판단지가 관리하는 지지향 게스트하우스도 이용할 겸 1박을 출판단지에서 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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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파주 출판단지는 금촌역과 일산역(경의중앙선), 대화역(3호선)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많아 교통이 편리했다. 빨간 버스 200번, 2200번, 9000번 과 일반버스 20번, 마을버스 73번 모두 출판단지에 정거장이 있는 버스이며, 그 중 200번과 2200번은 합정역에서, 9000번은 영등포, 당산역에서 이용할 수 도 있다.


파주에 도착해갈수록 도시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자연과 어우러져있는 현대적인 건물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느 새로운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지지향 게스트하우스’에 먼저 3시부터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의 게스트하우스로, ‘지혜의 숲’이라는 도서관과 연결되어있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숙박시설일 것 같다. 배정된 5층을 가는 과정에서 본 그 책들을 읽기 위해서라도 1000일은 머물러야 할 것이다.

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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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짐을 풀고 출판단지의 건물들과 조형물을 보면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들리고, 롯데아울렛까지 들리기로 했다.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도보를 이용해가기로 결정했다.대하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의 방답게 관련된 자료와 책들로 방이 구성되어있다. 들어서자마자 나무 향이 났다. 모든 가구가 나무로 되어서 그런지 더욱 독서를 할 자연적인 환경을 잘 만들어놓은 것 같다. 방 한 켠 조그마한 팜플렛에 책이 진열된 방 모두 ‘TV없는 방’이며, 독서를 즐겨달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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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으로는 빨리 가는 길을 알려주어 직선이지만 실제로는 구석구석 건물들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 이동하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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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이 곳곳에 위치해 있어 주요 건물들을 확인할 수 있고 출판사 건물들을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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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건물들 앞, 세련된 조형물과 함께 각각 출판사들이 추구하는 명언들이 새겨져있다.

가끔 출판사의 쉬는 시간에 수다를 떠는 직원들의 얘기도 엿들으며 묘한 기분도 맛볼 수 있었다. 북카페와 도서관, 아트랩을 같이 운영하는 건물이 대부분이라 볼 것이 너무 많아 하루의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시중에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들, 학습지 등을 출고하는 대부분의 출판사의 본사가 위치해 있어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와 이념을 더욱 가깝게, 말이 필요 없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단지의 구경이 끝날 쯤, 조금 떨어진 곳에 롯데아울렛이 보이는, 심학교사거리에 위치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을 방문했다. 고요했던 출판단지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로 위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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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을 중시하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북카페와 예술 관련 책을 구입할 수 있으며 작가들의 작품이 찍힌 다이어리와 공책 등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세현은 『붉은 산수』로 잘 알려져 있는 작가로, 그는 한국 전쟁, 민주화 투쟁, 분별없는 개발과 건설로 사라진 자연의 변화 등 현대의 풍경 속에 담긴 한국의 시대정신과 고통을 담아내는 작가이다. 이번 달 20일까지 전시하는 이세현 개인전, 레드 - 개꿈을 관람하였다. 평일에 간 탓에 관람객이 적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관람을 하는 데에 집중을 더욱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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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총 3층까지였으며 흰 벽과 뮤지엄의 창이 넓고 계단과 천장의 독특한 구조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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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해골이 잠긴 모습을 자연 속에 넣어 자연과 인간 두가지 면으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현한다. (오른쪽) 윗 부분은 일반적 산수화, 그 밑은 원자력 발전소와 뇌우를 표현해 대비를 보여준다.

 

작가는 군복무 시절 야간투시경으로 바라본 비무장지대의 풍경이 너무나 공포스럽고 두려웠다고 한다. 작품의 색이 모두 레드라 그런지 더욱 감정이 잘 느껴져 비극성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관람 후 밖을 보니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멀리 다채로운 조명으로 크리스마스를 미리 준비하고 있는 롯데아울렛으로 발길을 돌렸다.

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첫 나홀로 여행, 파주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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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조명과 트리, 음악들로 들뜬 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파주’하면 ‘아울렛’ 할 정도로 유명한 파주의 아울렛은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다.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니 외국이 아니냐며 물을 정도로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구석구석 아이들의 눈길을 이끄는 조형물들, 놀이기구, 동화 컨셉 등 사진을 찍을 요소도 배치해둔 것도 좋았다. 에스컬레이터와 지도를 곳곳에 두어 불편함도 없었다. 다음에 지갑이 여유로울 때 쇼핑을 올 생각만 가득 찬 채로 아이쇼핑을 즐겼다.

 

충분히 아이쇼핑을 즐긴 뒤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2200번 버스를 타고 갔다. 롯데아울렛에서 지혜의 숲까지 가는 배차 간격이 크지 않아 편히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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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짐을 두고 지혜의 숲으로 나와 독서를 하기로 결정했다. 지혜의 숲은 총 3개로 이루어져있고 모두 이어져있다. 지혜의 숲1과 2는 각각 5시와 10시쯔음에 닫히기 때문에 오전에 미리 구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지혜의 숲3은 24시간 이용으로 큰 창과 편안한 소파들도 있어 밤 늦게 장시간 이용해도 편한 느낌을 주었다. 이곳에 조금 더 오래있고 싶은 마음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졌다. 


첫날부터 무리를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방으로 돌아오니 피곤이 싹 가시고 홀로 여행을 만족스럽게 이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방 한쪽의 큰 창으로 출판단지의 야경이 보였다. 김동률의 여행을 들으며 내일 헤이리 예술마을로 떠날 준비를 미리 해두고 잠에 들었다.


[디아티스트매거진=남희정]

2015.12.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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