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청색시대를 통한 고통의 의미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피카소의 청색시대를 통한 고통의 의미

Pablo picasso,, oil on canvas, 81 x 60cm, 1901 ,피카소 미술관

아무것도 담지 않은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난다. 어설픈 위로를 뒤로 한 채 괜시리 블루톤의 뒷 배경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며칠동안 못 먹은 듯 두 볼은 초라한 수염들로 겹겹이 채워지고, 그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처럼 입술은 굳게 닫혀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 이 작품은 그가 20살때 완성한 그림이며, 흔히 청색시대라 일컫는 1901년-1904년 사이의 초기작이다. 위대한 화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막 파리에 입성했을때 그를 덮친 가난과 질병, 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친구의 자살은 피카소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마치 블루와 모노톤 이외의 색은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화면은 푸른빛으로 가득차 있으며, 희망과 새로움의 블루가 아닌 우울과 관조, 죽음과 가까운 분위기를 사용하여 신비감을 형성한다. 주로 사회의 변두리에 존재하던 가난한 자, 매춘부, 알콜 중독자, 병들어가는 노인 등을 소재로 사용했는데, 이때의 피카소 조차 주류 파리 화단의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일까. 마치 그들의 심정을 저 밑바닥까지 이해하고 있다는 듯 당대의 인물들의 음울한 감정을 철저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고통의 시간을 온몸으로 뚫고 지나가면서도 그는 방대한 작품들을 남겼다. 실제로 피카소의 작업량을 살펴보면 그 엄청난 양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이처럼 때론 인간을 짓누르는 고통의 경험은 나약한 자에겐 죽음을, 가난한 자에겐 질병을 선사하지만 예술가에겐 엄청난 창작의 동력을 제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존재 이유까지 되물으며 실존의 고통을 이겨낸 그는 결국 현재 모든 이가 알고있는 피카소가 되었고 20세기 미술사 전반을 바꾸어 놓은 위대한 화가 중 한명이 되었다.

슬픔은 마치 소나기처럼

그의 청색시대는 소나기가 내리는 날 페르낭드 올리비에라는 여인을 만나며 끝이 난다. 고독과 불안속의 인간을 구원할 길은 오직 사랑인 것일까. 한 여자로 인해 그의 청색 구름은 말끔이 걷히고 본격적인 장밋빛 시대가 열린다. 벼락과 폭풍이 낭자하는 비바람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생에 대한 의지'이다. 저 밖은 미처 예상치 못한 수많은 일들과 사람들이 주는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겠다는 확신은 한 인간을 끝없이 성장시키며 존재 자체로 빛나는 예술작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본다면 피카소의 블루(blue)는 단순히 우울과 슬픔의 블루가 아닌, 장밋빛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새로운 시작의 블루라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있는 여기가 밑바닥이라고, 더 이상 추락할 곳조차 없다고 여겨질 때 이미 도약은 시작된다.


[디아티스트매거진=양소현] 

2016.04.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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