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리뷰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리뷰

<우리들> 메인 포스터

가끔 내가 스크린 속에 있었던 것 같은 영화가 있다.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가 그랬고,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 그렇다. <그래비티> 류의 공감각적 체험 때문에 스크린 안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 스크린 속의 주인공이,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의 주변인들이 너무 내 모습 같다는 말이다. 영화 속 선이(최수인)과 지아(설혜인)이 골목에서 함께 놀고, 친구 집에서 자고 싶다고 떼쓰고, 문방구에서 사고 싶은 것들을 구경하던 모습들이 너무나도 반갑다. 영화가 잠겨버린 어릴적 기억이라는 서랍의 열쇠가 된 것 같았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리뷰

<우리들> 스틸컷

<우리들>은 정겨운 느낌을 줌과 동시에 어린시절의 희노애락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른들은 왜 저렇게 생각하지?', '말해봐야 어른들은 모를거야'라고 생각하며 홀로 끙끙 앓았던 고민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교실 안에서 필터 없이 쏟아내는 어린 시절의 감정들을 윤가은 감독은 필터 없이 밝은 톤의 영상으로 담아낸다. 어른들은 우리들을 어리게만 봤고, 우리들은 어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들>은 그 순간, 그 감정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다. 때로는 우리의 가슴을 서늘하게까지 만드는 선이와 지아, 보라(이서연)의 대사들을 우리가 다 겪었던 것이 아닌가.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고 남자아이들이 모를 이야기들이 아니다. 이것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다. <보이후드>가 그랬듯이.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리뷰

<우리들> 스틸컷

관계란 무엇일까? 영화의 제목이 '나'나 '너'가 아닌 <우리들>인 이유는 영화가 '이선' '한지아'라는 개인이 아니라 '이선과 한지아 그리고 부모님, 친구들, 할머니 등'에 카메라를 대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라는 다각형의 점이 아니라 선과 면에 주목한다. 영화가 단순이 선이나 지아라는 인물에만 집중했다면 다소 지루하거나 평면적인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가은 감독은 선이와 지아 사이에 선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관계, 지아의 부모님 이야기 등을 어색하지 않게 집어넣으며 '관계'라는 주제를 강조한다. 어린이와 어른의 인간관계가 무슨 큰 차이가 있을까. 원수처럼 싸우더라도 알고 보면 별거 아닌 이유일 수도 있고, 서로 그렇게 미워하다가도 떠나갈 때는 눈물이 한 방울 흐르기 마련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관계의 차이점이라면, 돈이라는 것이 그 사이에 낀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 리뷰

<우리들> 스틸컷

배우들의 연기가 최고다. 올해의 아역배우는 <곡성>의 김환희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들>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리얼하다라는 말로 밖엔 설명이 되질 않는다. 초등학생 나이의 배우들이 송강호 같은 생활연기를 한다면 설명이 될까. 어떻게 디렉션을 줬는지, 자유롭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촬영했을지 궁금해진다. 의외의 신 스틸러 윤이(강민준)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2016 상반기 한국영화는 <곡성>, <아가씨>. <우리들>로 요약된다. 세 편 모두 한국영화 안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들>은 다른 두 편의 영화보다 좀 더 오래 회자될 영화가 될 것 같다.

 

[디아티스트 매거진=박동수] 

2016.07.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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