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의 소리 없는 외침

[컬처]by 디아티스트매거진
뭉크의 소리 없는 외침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온기가 흐르는 반 고흐의 방, 공기의 흐름에 리듬을 맡기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밀레의 이삭 줍는 사람들 등 17-18세기 명화들이 현대 매체들을 통하여 재탄생하면서 시대를 뛰어넘어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 패러디 소재로 종종 사용되고 있는 명화 뭉크의 절규를 볼 때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채널을 돌리다 보면 간혹 예능 프로그램에서 누군가가 공포에 질리거나 성공을 코앞에 두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절규하는 모습 등을 뭉크의 절규와 합성 시켜 웃음 포인트로 삼곤 한다. 이렇듯 뭉크의 작품이 꾸준히 노출되어서인지 그의 작품이 무엇을 암시하는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러나 뭉크의 성장배경과 심리상태가 그 만의 예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한다면 ‘절규’를 감상하는데 있어 그저 공포를 대표하는 패러디 소재로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인류의 가장 두려운 것을 두 가지 물려받았는데 그것은 병약함과 정신병이다.”

“나의 그림은 곧 나의 일기다.”

뭉크의 소리 없는 외침

절규,뭉크미술관

그는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정신적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뭉크는 병적으로 공포감에 시달리고 그의 내면을 화폭에 담는 것에 집중을 다했다. 이런 그의 심리상태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 ‘절규’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내면적인 공포와 혼란 상태를 입을 벌리고 있는 인물을 통해 나타내었고 그 뒤에 펼쳐진 왜곡된 형태의 풍경은 자신이 걸어오고 있는, 혹은 걸어 온 자신의 내면세계인 것이다. 그는 절규를 변형된 형태로 약 50점을 더 그렸는데 여기서 뭉크가 얼마나 자신에 대한 고뇌와 공포에 시달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뭉크의 병력은 그를 더욱 예술적 경지에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뭉크가 채우지 못했던 욕구와 두려움을 끊임없이 예술로 승화시키면서 그의 작품세계는 더 단단하고 깊숙이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가 말한 대로 “나의 그림은 곧 나의 일기”를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뭉크의 절규가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동시에 현대인들의 불안한 모습을 담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의 작품이 철저하게 내면의 자화상이라고 본다. 뭉크는 인생의 초기단계에서 누구도 막을 수 없던 거대한 아픔의 파도에 자신을 내맡긴 채 평생을 그 만의 방식대로 파도 타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뭉크의 소리 없는 외침

질투, 뭉크미술관

이러한 방식을 통해 대부분의 작품을 제작했는데 질투의 시리즈 또한 그의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 중 하나이다. 뭉크는 훤칠한 외모로 많은 여성들을 매료시켰지만 사랑에는 굉장히 서툴렀다고 한다. 또한 그는 결혼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유부녀 밀리 톨로와 상처만 남은 결별을 하였다. 여성에 대한 혐오가 그를 괴롭히던 중 두 번째 사랑이 등장했다. 그가 즐겨 다니던 ‘검은 돼지’ 라는 술집에서 만난 다그니 유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지만 그녀는 뭉크를 외면한 채 그의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된다.

 

뭉크의 질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늘 그렇듯이 그의 감정을 화폭에 담았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두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창백한 얼굴로 화면에 한 쪽으로 밀려나있으며 뒤에 연인은 꽃다발을 나누는 모습이 등장한다. 여기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뭉크자신이다. 이러한 구도의 작품은 질투의 연작으로 이어지며 여전히 다른 남자의 연인이 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핏기 없는 얼굴과 희번덕거리는 눈빛으로 질투의 감정을 역력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소망했던 것에 대한 박탈의 감정은 뭉크의 정신을 지배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그의 일기장의 몇 페이지를 장식한다.

뭉크의 소리 없는 외침

별이 빛나는 밤, 뭉크미술관

우리는 뭉크가 가진 상처와 내면의 상태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의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우스꽝스러운 절규의 이미지보다는 그의 일기장을 조심스럽게 펼쳐본다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추운 겨울 밤,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 뭉크의 고독한 감정과 마주한 채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아닌 뭉크의 별이 빛나는 밤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디아티스트매거진=장예진]

2016.1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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