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혁명’인가?

[테크]by 버티컬플랫폼

최근 들어 필자는 실제 제품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거나 제조시설을 가지고 열심히 직원을 위해, 스스로를 위해 땀흘리는 중소기업의 CEO분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만날 때 마다 궁금해하고 물어보는 공통적인 질문 하나.

 

"제 4차 산업혁명이 대세고 정부도 각종 정책을 만들고 지원안들도 나온다고 하던데 그게 도대체 우리랑 어떤 관계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화두가 되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면 좋을 것 같긴 한데, 투자대비 효과가 있을까요?"

 

국내만 유독 4차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Digital Twin이니 Digital Enabler이니 Digital X를 주도하는 글로벌 기업(GE, 지멘스, P&G, 아디다스 등)의 스마트 팩토리 구축 사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사례 등이 전파되면서 이들 기업과 유사한 수준으로 국내 대기업들도 빠르게 '변혁(Transformation)'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혁'의 흐름에서 국내 제조기반 또는 유통망 기반의 전통적인 Pipeline 기업(중소기업)의 고민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Digital Transformer가 되는 데 많은 노력과 자원을 퍼붓는 동안, 대다수 국내 중소기업들은 'Digital Orphan(디지털 고아)'으로 전락하여, 시간이 갈수록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경쟁력 마저 없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 고아(Digital Orphan)의 만연?

디지털 고아(Digital Orphan)는 필자가 디지털 변혁자(Digital Transformer)와 상반되는 개념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디지털 고아와 디지털 변혁자 간의 격차는 데이터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할 수록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과거 대량생산체제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Margin Game이어서 저마다 원가절감, 인건비절감을 위한 생산기지 이동(Off-Shoring) 등의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되는 스마트 공장은 AI로봇이 노동자를 대체하고, IoT센서를 통해 나오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다시 고객의 새로운 효용으로 환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리성'으로 가득찬 공장과 고객의 현장에 '가상성'의 원리가 개입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변혁을 야기하고 있다.

 

아디다스는 최근 중국의 신발생산공장을 폐쇄하고 독일과 아틀란타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경우 이미 스피드팩토리(Speed Factory)라는 이름으로 시범생산을 시작했다. AI 로봇이 주문을 받자마자 바로 운동화 제조를 시작하고 한 켤레 당 5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존 중국 공장의 경우, 3-4주가 걸렸던 운동화 제조가 자국 AI로봇 공장에서는 5시간이면 충분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혁명’

출처 : ROA컨설팅 재정리, 아디다스의 스마트 팩토리가 의미하는 것

AI와 IoT 센서가 공장을 장악하게 되면,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생산기지를 운영했던 기업들이 오히려 자국 또는 선진국 내로 스마트 공장을 짓고 인력배치를 최소화해, 오히려 물류/배송 비용을 절감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의견도 속속 나오고 있다. 어차피 후진국에서 생산한 제품의 최대 수요처는 선진국 시장인데 후진국 또는 개발 도상국의 인건비는 점점 더 인상되고 있고, 선진국으로 제품을 이전하는 물류와 배송비용도 빠르게 오르고 있어 오히려 마진률이 점점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는 대기업들이 자국 또는 자사 고객층을 고려한 타 선진국 시장으로 공장을 이전하여 인건비-물류/배송 비용 모두 절감하려는 행위가 더욱 더 거세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인간 노동자가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문제의 야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존 인력의 재취업 등에 대한 이슈가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아마존은 이미 물류창고에서는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있어, 아에 재취업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들, 특히 오프라인 리테일/유통망과 기존 대규모 제조기반 화학/전자/통신/반도체/자동차 영역의 선두그룹들 또한 스스로 Digital Transformer가 되어 시장을 계속해서 리드하려고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의 Supply Chain Partner로 활동하던 수많은 중소기업들도 이에 상응하는 자구노력과 투자가 필요할 텐데 과연 그럴 만한 역량을 가진 업체가 몇개나 될까?

 

AI-Big Data-Cloud-IoT 기술의 진전은 아마도 이들 Supply Chain Partner의 상당수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으로 몰고갈 것이며, 스스로 제품/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아마도 망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대기업과 가격/기능 차별화로 경쟁하던 중소기업들 또한 스스로 Digital Transformer가 되지 못하면, 대기업과의 경쟁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게 보면,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자본력과 리더십 역량, 여기에 디지털 역량을 더한 대기업에 국한된 이야기로 들린다.

 

그리고 정말로 현실이 그렇다. 중소기업의 경영진이나 CEO들에게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화두이긴 하나, 당장의 관심사항은 아니다. 왜냐하면 CEO스스로 리더십 역량은 충분하나, 조직내부의 디지털 역량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디지털 역량이 현재 먹고 사는 문제와의 비교에서 항상 우선순위가 뒤쳐지기 때문이다.

 

여전히 CEO의 휴먼 네트워크와 영업력, 개인기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중소기업의 현재모습이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떠들고 있으나, 실제 현실은 '디지털 고아'가 조만간 양산될 위험에 놓여있는 것이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 : 강소기업 4.0 시대

예전(아마도 2013-14)에 산자부를 포함하여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한국형 강소기업이라고 해서 매출 3,000억 원 이상, 해외진출 유망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선발하여 R&D 자금을 지원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트렌드였던 때가 있었다. 현재 이 기업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이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혁명’

출처 :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코트라가 공동 주관 WC 300 리스트 중 상위 50개 기업

상기 도표의 50개 상위 한국형 강소기업리스트를 보면 하기와 같은 특징을 추출해 낼 수 있다.

 

  1. 1~50위권 기업 중 전자산업(ICT포함) 섹터의 강소기업은 13개로 25% 수준
  2. 통신용 장비/설비, 디스플레이 부품, 반도체 유관 업종이 90% 이상
  3. 그 외 나머지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40%(완성차 업체의 Supply Chain Partner로 완성차 업체에 사업의존도 및 종속성이 매우 큼)

 

이들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스스로 디지털 변혁자로서 준비를 어떤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과거의 강소기업이 미래의 강소기업으로 반드시 연결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면, 이들 업체라도 먼저 4차 산업혁명의 주도 세력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대기업 또한 이들이 그들의 Supply Chain Partner라면, 이들이 디지털 변혁자가 될 수 있도록 도슨트(Docent, 안내인) 역할을 하는 것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지 않을까?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해외의 성공한 대기업 사례, 기술 적용 사례, 그래서 우리도 이 정도는 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위기감의 발현, 성장률 제로 시대 사회에 그나마 한번쯤 써 먹을 만한 새로운 화두로서 회자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필자도 그런 트렌드에 기대어 열심히 해외 글로벌 전통 기업들의 성공사례와 케이스 스터디를 열심히 하고, 그럴 듯 하게 내용도 정리하여 대기업 리더급 이상 임원들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워크샵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중소/중견기업 경영진들과의 미팅을 통해 느끼는 것은 까딱 잘못하다가는 과거 한국의 강소기업들이 미래의 강소기업으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씁쓸함이다.

 

점점 더 인공지능이 판을 치고 공장과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고 뭔가 정제해서 분석해 내지 않으면 점 점 더 경쟁력이 없어지는 이 세상에서 이들 강소기업들의 미래는 무엇일까라는 점이 새로운 화두처럼 귓가에 맴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단어에 매몰되기 보다는, 4차 산업혁명에서 '혁명'의 주인공인 국내 중소/강소기업들이 제대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스스로 디지털 변혁자가 될 수 있도록 충실한 도슨트(아내인)로서 정부의 강소기업 4.0 정책이 오히려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Tip : 기존 Pipeline 기업들을 위한 '디지털 변혁' 측정 지표

  1. 하기 도표는 당사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정리한 기업의 디지털 변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디지털 변혁 지표'이다. 이 Logic Tree에 근거해 20여개의 질문으로 구성된 디지털 변혁 측정 질문지가 기업 경영진에게 제공된다.
4차 산업혁명은 누구를 위한 ‘혁명’

출처 : ROA컨설팅

글. 김진영

2017.02.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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