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 여행

[여행]by 인문잡지 글월

8월 말 짧게 일본 교토와 오사카를 여행하고 왔습니다. 처음 본 일본의 인상은 어딜가나 깨끗하고, 대단히 잘 사는 한국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찰이나 성과 같은 전통 문화는 분명 한국과는 다른 양식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공부해 본 적이 없어 내용은 잘 모르기에 여행에서 찍은 사진 몇 장으로 어설픈 여행기를 대체하겠습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청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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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오토와산 중턱에 있는 기요미즈데라는 778년 세워진 오래된 사원이다. 몇 번이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현재 남아있는 건물의 대부분은 에도시대 초기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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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미즈데라라는 이름을 얻게 된데는 오토와폭포(音羽の瀧)에서 샘솟는 물 때문이다. 이 세 가닥 물줄기는 각각 의미가 있는데 왼쪽은 지혜를, 중간은 사랑을, 오른쪽은 각각 장수에 좋다고 한다. 그래서 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물을 받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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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중요한 탑이라고 설명이 적혀 있었지만 자세히 읽지를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사찰, 이 목조 탑까지. 저 밝은 주황색을 칠한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일관색 색이 지닌 의미가 있을 터인데.


지쇼지(慈照寺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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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쇼지를 향하는 길에 있는 철학자의 길. 아마도 독일 하이델베르그에 있다는 철학자의 길을 따라 이름을 붙인게 아닌 듯 싶다. 거창한 길은 아니고 도랑을 따라 걷기 좋은 좁은 길이 쭉 이어져 있다. 일행은 아마 어느 철학과 교수의 출퇴근 길 아니었겠느냐며 농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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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쇼지의 공식 명치은 히가시야마지쇼지(東山慈照寺)다. 15세기에 지어진 이 사찰은 특히 일본식 정원이 볼만하다. 들어가면 곱게 모래를 쌓아올려 후지산 모양으로 만든 모래 정원이 눈에 띈다. 우리식으로 지쇼지를 읽으면 은각사인데, 금으로 뒤덮은 금각사가 있으니 나는 당연히 이 절의 은은 銀을 뜻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한자가 다르다. 절 내부에도 은으로 장식하거나 치장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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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곳. 3면을 둘러싼 마루와 조그만 우물(?), 그리고 정갈한 돌의 배치. 마치 파도가 일정하게 치는 것 처럼 가지런히 모래에 무늬를 낸 작은 정원이다. 아주 작은 정원이지만 모래판에 넣은 무늬 때문인지, 저 돌들은 마치 바다 위에 우뚝 선 바위섬처럼 보인다. 한가로운 봄날, 아니면 선선한 가을날 저 마루에 걸터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이 정원을 바라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 절에 머물던 승려들은 과연 그런 호사를 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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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빠져나가 뒷길로 들어서면 온통 녹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키가 큰 나무들로 온통 둘러쌓인 언덕들은 누군가 일부러 녹색 붓으로 온통 칠해논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햇빛이 잘 들지않아 이끼가 잘 자랄 것 같지만 사람 손으로 따로 관리하지 않으면 저런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 이끼들을 보기 좋게 관리한다는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지치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로 물을 주거나 긁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銀으로 오해했던 나는 뒷정원이 온통 녹색으로 뒤덮인 것에 놀라고 황홀했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거대하고 푸르른 산맥을 엄청나게 축소해 놓은 것 같은 넘실대는 이끼의 등고선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앞에서는 모래로 선을 내고, 뒤에서는 이끼와 지형으로 선을 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들어가볼 수 없지만 더 큰 나무들이 버티고 서 있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인간들의 소꼽놀이 정원은 거기까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더 느끼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짧았다. 그리고 숲은 이내 끝이 났다. 한 바퀴를 다 도는데 채 30분도 걸리지 않는 것이 못내 아쉬워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오사카편 – 히메지성과 나카자키쵸가 곧 이어집니다.)


글/사진 박성표

2015.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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