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희열2' 이정은, 무명 극복하고 명품 배우 되기까지

[연예]by 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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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희열2' 이정은이 배우의 인생을 진솔하게 밝혔다.


29일 방송된 KBS 2TV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는 영화 ‘기생충'의 신스틸러로 활약한 29년차 배우 이정은이 출연했다.


이정은은 아줌마1, 마트 직원 등 이름 없는 배역부터 실력을 쌓아, 다양한 연극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함안댁, '눈이 부시게' 혜자 엄마를 비롯해 영화 ‘변호인', '택시운전사',‘옥자’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올해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조연상을 받고 황금종려상을 받은‘기생충'으로 칸의 레드카펫도 밟았다.


이정은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말에 "영화도 개봉을 해 마트에서 좀 더 알아본다. 못 알아보는 분들이 있으면 더 알아보라고 천천히 걷는다. '기생충'이 천만이 되길 바란다"며 웃었다.


이정은은 "백상에서 상을 탈지 몰랐다. 쟁쟁한 작품이 많았다. 김민정, 오나라 등 출중한 배우들이 많아 놀랐다. 휴대전화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던지고 무대에 올라갔다.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작가님, 감독님, 샵 얘기도 못했다. 나중에 속상해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칸 영화제 포토 타임에서 춘 춤의 비하인드도 들려줬다. "칸 앞에 가면 영종도 같은 섬이 있다. 카메라를 들고 관광했다. 공식 인터뷰를 할 수 없는 역할이었다. 다른 배우들이 인터뷰를 하고 기자들이 빠져나갈 무렵에 외국 기자가 돌아보라고 했다. 포즈를 취하더라. 그래서 휘적댔다. 원래 인생은 좀 즐겁게 산다"며 미소 지었다.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엄마가 한복을 입혀주면 안 벗었다며 무당이 되려나 했다고 한다. 그쪽으로는 안 풀렸다. 국민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희곡을 시켰다. 오빠 한복을 입고 연기하는데 아이들이 재밌어하면 나도 재밌었다. 그게 연기의 초창기 아니었을까"라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1987년 고 3때 한창 민주화 항쟁이 일어나고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셨다. 학교에서 공부하다 그 소식을 들었다. 부반장 친구의 오빠들이 고대에 다닌다. 조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검은 리본을 달았는데 고등학생의 단체 행동이 돼 반성문을 썼다. 부반장 친구도 안 좋은 일로 학교를 그만뒀다. 청춘이 희생됐는데 왜 그 뜻을 이어받을 수 없을까 했다. 앞으로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이 자리잡혔다"고 털어놓았다.


다니엘 린데만은 "왜 정치인, 법조인이 될 생각은 안 했냐"고 물었다. 이정은은 "공부를 더 해야 한다"며 웃었다. 이어 "아침에 자율 학습이 있어 6시에 일어나 가야 하고 밤에 늦게 와야 하는 닭장 같은 생활이 답답했다. 뭘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니 국민학교 때 놀았던 게 재밌었고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 어머니는 교사가 되기를 바랐는데 뚱딴지 같은 얘기를 한 거다. 입시 한 달 전이었다. 그때는 가능하다 아니다를 떠나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진로를 정한 친구가 한 명 더 있어 같이 할 수 있었다. 이선미라고 한양대에 같이 들어갔는데 그 친구도 인물이 없고. 미안하다"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이정은은 "한양대가 제일 실기 비율이 적다. 내가 한양대 문을 닫고 들어갔을 거다. 나쁘진 않았는데 나중에 다들 엄청난 점수를 받았더라. 정장을 입고 실기를 보러 갔다. 희곡 '소'에 나오는 대사에서 '어머니'만 했는데 그만하라고 가라고 하더라. 나중에 보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연기 재능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연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차라리 연출을 하라고 했다. 실망스럽지 않게 공부할 수 있지 않냐 했다. 전공이 나눠지기 전까지 연기 실습은 기본으로 다 했다. 그때가 제일 행복했다. 너무 즐거웠는지 안 들어가고 계속 이야기했다. 지도 교수님이 연기를 해야지 왜 만담을 하냐며 많이 혼났다. 졸업하고 극단 한양레퍼토리에 들어갔다. 소품을 맡았다. 손재주가 좋다. 세계적인 소품 제작자라는 말을 들었다. 돌아가신 박광정 선배님이 조연출을 맡겼다. 세 작품을 하면 무대에 세워달라고 딜했다. 인신매매범 역할로 데뷔했다"며 배우가 된 과정을 말했다.


이정은은 "일정한 수입을 버는 게 아니니 1년에 20만원 벌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연기를 가르치거나 마트에서 일했다. 간장, 녹즙을 판매했다. 45살에 데뷔했는데 40살까지는 아르바이트했다. 채소 알바도 했다. 연기처럼 디테일이 있더라. 포장, 진열, 상거래, 도매로 파는 수법을 배운다. 나중에는 연기를 안 하고 그걸 하고 있더라. 익숙해졌다. 입담이 좋아서 사장님이 자꾸 눌러 앉으라고 했다. 사장님에게 죄송한데 도망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배우들은 하나도 버릴 시간이 없다. 노동이 필요한 역할이 있다. 누구보다 몸을 써봤으니 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많이 알게 됐다. 인생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무리 어릴 때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해도 얼굴이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순 없다. 그 얼굴이 만들어지는데 필요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연극을 하던 시절 어려웠던 시간도 고백했다. "2000년도에 후배들과 작품을 하게 됐다. 연출가를 초빙했는데 예산이 적어 다 도망갔다. 내가 직접 연출을 하게 됐다. 관객이 없어 공연을 못하는 날이 많았다. 신하균, 지진희, 우현이 제작비를 많이 도와줬다. 신기한 건 되게 복이라고 생각하는데 전화 한 통화에 아무 사심없이 잘 만들어보라고 했다. 한 5천 만원 정도였다. 돈의 크기를 잘 몰라 열심히 하면 갚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생충'처럼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 13년 만에 돈을 갚았다. 나도 양심이 없는가 보다. 평생 두고두고 갚아 나갈게 하고 원금만 돌려주고 이자는 저녁 식사로 대신했다. 우현이 빌려준 사람 중에 내가 유일하게 갚았다고 말해줬다"며 쑥스러워했다.


이정은의 진가를 드러낸 작품은 '미스터 션샤인'이다. 함안댁을 실감나게 연기한 그는 "신정근 오빠와의 로맨스도 있었지만, 난 유모 역할이었다. '살라고 그켔지요'라는 대사가 나오지 않냐. 내가 모시던 애기씨가 내 몫까지 잘 살 수 있게 한 거다. 젊은 사람을 구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온전하게 전달된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할 때 너무 힘들었다. 감정을 덜어 내고 건조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자꾸 눈물이 났다. 4일 정도 감독님이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 계속 다시 찍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김태리는 아직도 내게 애기씨인 것 같다. 신정근 선배님, 김태리, 나 모두 정이 많이 들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눈이 부시게'에서는 혜자의 엄마이자 며느리, 일종의 1인2역을 맡았다. 이정은은 "감독님이 나와 안내상 오빠에게만 대본을 따로 줬다. 후반부 대본을 먼저 읽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중적인 느낌을 논의하면서 촬영했다. 김혜자의 눈이 은하수같다. 선생님이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지만 연기하는 동안에 눈을 보면 다 소통이 되는 느낌이다. 보고만 있어도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온다. 날 감동시키는 배우라고 할까"라며 뭉클해했다.


'옥자'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정은은 "일단 미팅을 잡았는데 대본을 읽기 위해 비밀 서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읽으면서 돼지라는 걸 알았다. '그히힝' 이런 게 적혀 있었다. 나보고는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칸 영화제에서 감독님이 먼저 얘기했더라. 나중에 보니까 감독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옥자가 숫기 없는 내성적인 여자 돼지라고 하더라. 캐릭터 연구고 나발이고 슈퍼 돼지라고 해 큰 동물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소리를 발췌하러 광주 동물원 등에 다녀왔다. 하마, 코끼리 등을 관찰하고 녹음했다. 이번에는 돼지를 알아야 하겠다 해서 유기농 돼지 농장을 찾았다. 주위에서 돼지를 좋아하냐고 물을 정도였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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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은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에서 가사도우미 문광 역으로 활약했다. '마더', ‘옥자’,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왔다.


이정은은 "뭔가를 맞은 것 같았다. 분명 내용을 알았는데 이렇게 완성도가 높을 줄 몰랐다. 내용이 너무 와닿아 이틀 정도 충격 받았다. 내 역할의 이 부분이 잘 넘어갔구나 라는 생각만 했지 난 잘 안 보이더라. 영화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중에 다시 보게 될 때 나만 보이더라. 이야기가 이렇게 셀지 몰랐다. 나도 반지하에 살았고 물난리도 맞았다. 파노라마처럼 어떤 부분들이 스쳐지나가면서 감정이 느껴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정은은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내가 반전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렇게 귀여운데. 방송을 하면서도 다정한 역할을 했다. 약간의 공포감이 있어야 하는데 나올 수 있을까 했다. 공포감을 어떻게 줄까보다는 이 집안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한 목표를 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이 '그런 집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마치 그분이 사모님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고 했다. (인중 연기는) 대사를 많이 하다보니 건조해져 입술이 말려 올라갔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은은 "'눈이 부시게'에 나온 명대사가 있다. 배우에게든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든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잘난 것과 잘 사는 것이 다른 게 뭔지 아냐. 못난 사람이라도 잘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서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 나보다 못나도 나를 보고 힘내라' 이러는 게 잘 사는 거다. 잘난 건 타고나야 하지만 잘 사는 건 너 할 나름이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KBS 방송화면

2019.06.3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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