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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조물주 위에 건물주?

빌딩주들이 못해먹겠다고 손사래 치는 이유

by와이클릭

최근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하다고 여겨졌던 거리들의 공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그간 젊은층을 위한 거리로 불려진 압구정로데오거리, 경리단길, 망리단길 등 일부 지역의 상가건물들의 공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계속해서 비싸진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때문이었죠.

그런데 문제는 떠나는 임차인들의 상가권리금입니다. 이런 지역들은 최근 유동인구까지 감소해서 상권의 힘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 상가권리금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임차인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법원에서 임차인들의 권리금을 빌딩주가 지불해야 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라는데 이로 인해 빌딩주들은 크게 반발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간 임차인들은 그들 나름대로 상당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장사가 좀 되는 가게의 경우 건물주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나가달라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고, 아니면 임대료를 갑자기 수배씩 올려 결국 나가게 만드는 경우도 있었죠. 잘되는 가게를 문닫고 나가는 것도 문제인데 여기에 더해 자신이 투자했던 시설비용이나 권리금 등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는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임차인 간에 권리금을 수수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만약 건물주에 의해 문을 닫게 되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에 권리금을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임차인들이 어느날 갑자기 빈털터리에 빚까지 지게 되는 경우가 발생해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게 된 것이죠.


안그래도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의 삶이 상당히 힘든데 여기에 더해 임대 문제까지 생기니 정부에서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었죠. 그리고 결국 법원에서 그 간의 임차인과 임대인의 권리금 갈등에 대한 판결을 내렸는데 계약갱신요구권 효력이 끝났더라도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이 바로 그것입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이란 임차인이 세를 얻은 점포에서 10년간 장사를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임차인을 위한 권리로 이번 판결로 임대인 10년간 임대차 계약에 더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도 보장해야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판결은 임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역차별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경기일보, 중앙일보

권리금은 보통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으로 크게 나뉘는데, 시설권리금과 영업권리금의 경우 기존 임차인이 직접 돈을 지불 혹은 노력을 하여 얻은 대가이기에 임차인의 몫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그러나 바닥권리금에 대한 것은 성격이 다르죠.


바닥권리금은 ‘건물의 위치상의 이점’에 따른 지대이득의 성격이 강해서 임차인의 노력과 재산에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바닥권리금은 성격상 상권이 변하면서 권리금 차익에 따른 자본이득도 가능한데 만약 이를 법제화하여 임차인의 권리로 만들면 임대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게 되는 것이죠. 건물의 위치와 상권 즉, 지대로 인한 이득은 그 건물을 소유한 임대인들에게 돌아가야 되는데 이것이 임차인의 몫이 되면 재산권에 대한 논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국회의원 제윤경 의원실, KT estate

또한 임대인들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닌데, 최근 땅값 및 건물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새로 매매를 하고 들어온 건물주들의 경우 큰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큰 금액을 지불할 때에는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들어오는데 막상 매매를 하고 나니 공실이 나기 시작하고 주변 상권이 죽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만약에 공실을 매우기 위해 월세를 조금이라도 낮추면 그만큼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니 결국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됩니다. 그래서 공실이 나도 월세를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머니투데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상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영업자들의 장사가 잘되서 사람들이 더욱 모여야 임대인의 지갑도 두둑해 질 수 있는 것으며 임대인에게 귀속된 재산권을 인정해야 임차인도 갈등없이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갈등의 결과는 모두에게 손해가 되니 모두 한발짝 양보를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