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컨저링’을 넘어선 공포의 경지

[컬처]by 예스24 채널예스

다른 접근이 필요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컨저링’을

한미 양국의 박스오피스에서 공포영화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곤지암>이 한국 공포영화 흥행 역대 2위까지 올라간 그 주(4월 6일~8일)에 미국에서는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을 두 배 이상($50,203,562 vs $24,624,178 Box Office Mojo 기준)의 티켓 수입 차이로 압도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개봉 첫 주말 3일 동안 미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컨저링>(2013)이 같은 조건에서 세웠던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50,203,562 vs $41,855,326)다. <컨저링>은 1980년대 이후 개봉한 공포영화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영화로 유명하다. 개봉 첫 주의 수치로만 보면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더 무섭고 재밌다는 의미다.

 

‘조용한 장소’를 의미하는 <콰이어트 플레이스>(원제 ‘The Quiet Place)는 눈이 없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괴수에 맞선 가족의 사투를 다룬다. 소리가 들렸다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달려들어 사람을 잡아먹는 괴수들 때문에 극 중 미국은 종말 상태다. 운 좋게 살아남은 애보트 가족은 괴수의 특징을 분석해 그들 눈에, 아니 그들 귀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나름의 방법을 고안했다. 외출 시 가는 길에 모래를 뿌려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말 대신 수화로 대화를 나누며 음식은, 생선을 예로 들면 굽거나 튀기지 않고 찌는 방식으로 목숨을 부지해가는 식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누구는 타인의 비밀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는데 이들 가족은 매사가 너무 고요해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죽음을 각오해야 해서 조심, 또 조심해도 불시에 소리가 나는 상황까지는 막을 수 없다. 그래서 몇 년 전 애보트 가족은 막내를 잃은 적이 있다. 그 충격으로 아들 마커스(노아 주프)는 집 밖의 먼 곳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렵고 막내가 괴수에게 목숨을 잃을 때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는 첫째 딸 레건(밀리센트 시몬스)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게다가 그 일로 아빠(존 크래신스키)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더욱 반항적으로 되어간다. 엄마(에밀리 블런트)는 그런 딸을 보듬으려다가 본의 아니게 괴수를 부르는 상황을 만들고 만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흥행이 갑작스럽고 또 놀라웠는지 미국의 영화 매체들은 경쟁적으로 이 작품이 왜 그렇게 박스오피스에서 선전을 하고 있는지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다. 영화 산업지(誌) ‘버라이어티’만 해도 ‘<콰이어트 플레이스>, 호러영화가 박스오피스를 호령하고 있는 이유 ‘A Quiet Place’: Why the Horror Film Roared at the Box Office’의 제목을 달고 원인을 무려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원문 보기)

‘콰이어트 플레이스’, ‘컨저링’을

하나,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음악 축제에서 붐 조성 SXSW buzz’ 영화 개봉 한 달 전 영향력 있는 행사에서 예고편을 공개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데 성공. 둘, ‘비평적인 찬사 Critical approval’ 로튼 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와 같은 영화 평점 사이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전략. 셋, ‘인생을 모방한 예술 Art imitating life’ 괴수가 등장하는 공포영화이지만,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관한 은유를 심어 놓아 영화 관객층을 넓힌 것. 넷,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의 스크린 부부 연기 Emily Blunt and John Krasinski play an on-screen couple’ 실제 부부이기도 한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가 영화에서 처음 부부 연기를 하며 호흡을 맞춘 것. 다섯, ‘존 크래신스키의 스튜디오 연출 데뷔작 John Krasinski’s studio directorial debut’, 두 편의 영화( (2016) (2009))를 이름 없는 독립영화사에서 만든 것과 다르게 인지도를 갖춘 제작사에서의 첫 연출을 성공적으로 가져간 것. 여섯, ‘젊은 관객에 어필 Appeal to younger audiences’, 보통 R등급(일종의 청소년 관람 불가)으로 제작되는 공포영화와 다르게 PG-13(Parental Guidance for Children under Thirteen, 13세 미만일 경우 보호자의 동반이 있어야 관람이 가능한 등급)에 맞춘 설정으로 10대 관객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 일곱, ‘타이밍 Timing’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같은 킬러 콘텐츠가 극장에서 상영되기 전 개봉 시점을 잡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점, 을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흥행 요인으로 꼽았다.

 

보통 이 지면에 신작 영화를 소개할 때는 내 개인의 감상과 분석으로 글을 채우고는 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에 관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포영화의 미덕, 무서움의 감정은 단순히 무섭다고 여러 번 쓰거나 졸도할 정도의,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등의 수식을 덕지덕지 붙인다고 해서 감정의 정도가 독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른 장르의 영화들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영화로 감각하는 무서움의 감정은 개인 차가 워낙 커서 미국 현지의 기사를 지렛대 삼아 <콰이어트 플레이스>를 설명하게 됐다.

 

버라이어티가 분석한 기사에 번외로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 소제목을 붙이자면, ‘사운드와 캐릭터 활용법’ 정도 되려나. 공포를 유발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자 효과는 갑작스러운 사운드로 일으키는 놀람이다. 실패한 공포영화는 대개 놀람과 공포를 유발하지 못하고 관객에게 피로감을 주고는 한다. 그와 다르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극 중 인간의 발화(發話)를 최대한 억누르고 그 억제의 순간들로 공포를 유발한다.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침묵으로 팽팽히 조성된 긴장 속에서 관객들은 행여 단말마의 비명이 새어나갈까 봐, 그래서 괴수를 자극할까 봐 영화 속 인물처럼 숨을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스크린을 예의주시한다. 눈앞에 바짝 다가선 괴수 앞에서 애보트 가족이 언제까지 소리를 참을 수 있을까 인내의 풍선에 바람이 잔뜩 들어갈 때까지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풍선을 터뜨리는 마지막 순간, 침묵으로 공포를 유발하는 연출의 반전 효과처럼 남자에게 문제 해결의 열쇠를 맡겼던 것과 다른 결말로 무서움과 반대되는 통쾌함까지 선사한다. 과연,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올해의 공포영화를 넘어 오래 기억될 공포물로 손색이 없다.

 

글 | 허남웅(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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