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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내게 좋은 여행지‘를
발견하는 방법

by예스24 채널예스

『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기자 인터뷰

‘내게 좋은 여행지‘를 발견하는 방법

특유의 정제된 언어로 책에 관해, 영화에 관해 이야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 이다혜. 신간 『교토의 밤 산책자』 는 “한국에 살아? 일본에 살아?”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숱하게 교토를 방문해온 이다혜 작가의 첫 번째 교토 여행에세이이다. 가산탕진을 부추긴 도시 1호는 서울, 2호는 교토라고 말할 정도로 작가에게 교토는 여러 이유에서 사랑하는 도시다. 처음에는 걷기 위해, 그다음에는 쇼핑을 하러, 또 그다음에는 계절을 즐기기 위해 찾은, 작가만의 애정하는 공간들을 네 가지 테마로 엮었다.

 

작가님의 교토 에세이! 드디어 나왔군요. 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면서 특별히 교토를 애정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교토를 좋아하는 이유는 걷기 좋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그리고 같은 장소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갖는다는 점도 좋았고요. 오래된 도시면서 자연에 이웃해 있는 곳이니까요. 무엇보다 교토의 야채를 이용한 요리들이 정말 입에 잘 맞았습니다. 그릇 구경도 정말 좋아하고요. 대체로 하염없이 걷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아침에 걷기 좋은 곳, 한낮에 쉬는 곳, 밤에 걷기 좋은 곳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계절별 가기 좋은 곳 역시도요. 교토는 이벤트가 다양한 곳입니다. 건축, 자연, 계절, 음식. 『교토의 밤 산책자』 를 쓰면서 생각한 것은, 어느 계절에 갈까를 계획하는 단계부터 참고가 될 책을 쓰자는 것이었지요.

 

저는 기자님을 ‘교토의 밤 산책 전도사’라고 부르고 싶어요. 교토의 밤이 특별한 이유, 교토의 밤 산책만의 매력이 있다면요? 그 낭만을 공유해주실 수 있을까요?

 

교토의 밤은 두 가지 면에서 특별합니다. 벚꽃, 단풍 등 특별한 시즌에 이루어지는 유명한 절의 ‘야간배관’(야간 특별 공개)과 평상시 시내 중심가의 가모가와, 시로카와 등 크고 작은 물줄기를 따라가는, 때로 번화하고 때로 한적한 밤 산책로가 많이 있습니다. 물론 본토초의 왁자지껄한 매력도 있습니다만. 『교토의 밤 산책자』 에서 소개하는 명소들 중 벚꽃이 유명한 곳이라면 그 시기에 거의 다 야간배관이 이루어집니다. 단풍 때도 마찬가지고요. 시내 중심가에서 먼 곳이라면 버스가 일찍 끊긴다는 점을 감안해 일정을 짜거나 숙소를 옮기시는 편이 좋겠지요. 가끔 밤에 걷기 위해 일찍 휴식을 취할 때도 있답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요.

 

글만으로도 교토를 충분히 느끼고 경험한 기분이 들어요. 작가님에게 여행을 글로 남긴다는 건 어떤 작업인가요?

 

저는 글쓰기 수업도 종종 진행합니다. 그런 노하우를 묶은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는 책도 썼는데요. 사람들이 많이 글로 남기고 싶어 하는 개인적인 경험 중에는 여행이 많이 들어가더라고요. 저 역시 그렇거든요. 왜 그럴까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가 아닌 곳으로 떠나, 다른 사람처럼 살아볼 수 있는 며칠의 기회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어쩐지 집으로 돌아가면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살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쩐지 집으로 돌아가면 아등바등하지 않고 느긋하게 삶을 관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행이 만족스러울 땐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선회하기가 더 쉽게 느껴지고, 그런 때 느껴지는 각별한 행복감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드는 장소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깁니다.

 

“슬픔으로 끝난 관계들이 가장 반짝거렸을 때를 상기시키는 장소들이 있다”라는 문장이 특히 와닿았어요. 이런 장소들은 우연히 발견되는 걸까요? 혼자 하는 여행이 낯선 사람들에게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주신다면요?

 

‘나만의 장소’를 발견하는 마법 같은 요령은 없습니다. 하나 분명한 사실은,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대한 곳이 기대를 뛰어넘을 수도, 실망으로 가득할 수도 있지만, 여러 번 다녀보는 것만이 ‘내게 좋은 곳’을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는 것에 신경 쓰지 않아야 해요. 거기 멀지 않아? 거기 작지 않아? 거기 사람 많지 않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하는 말들을 신경 쓰지 말고 그곳에서 직접 경험하신 것을 믿으세요. 제가 『교토의 밤 산책자』 에 쓴 장소들을 발견한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좋아하고 싶은 장소’를 반복해 방문하는 것은 제가 자주 쓰는 사기술인데요. (웃음) 자주 보면 정들어요. 사람도 장소도.

 

츠타야 등 일본 서점을 이야기하면서 요즘 출판 세태를 논한 부분이 정말 공감가고 흥미로웠어요. 작가님이 느낀, 일본과 한국의 책에 대한 태도의 차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본 서점에 가보면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고 세세한 취향까지 맞춰주는 책들이 많구나 하는 점에 놀랍니다. 여행 관련 책들도, 걷기, 먹기, 선물하기, 시간별 즐기기 등 다양한 컨셉의 책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책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지요. 다종다양한 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는 건 많은 독자들이 책을 사고 책을 읽는다는 뜻이잖아요? 『교토의 밤 산책자』 도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크는 책이랍니다.

 

일주일 동안에도 짬을 내어 자주 교토를 다녀오신다고 들었어요. 작가님에게 ‘이럴 땐 정말 교토가 고프다!’ 싶은 일상적인 순간은 언제인가요? 또 어떤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교토의 밤 산책자』 는 교토 여행 계획을 짜시는 단계에서 보시면 좋아요. 제게 교토 관광지에 대해 물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친구들은 교토 갈 때 거의 저한테 물어봅니다. 친구들에게 답한 내용을 모은 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소설가 백영옥 작가님께 “교토 어디가 좋아요?”라는 문자를 받고 추천한 장소들도 이 책 안에 있답니다. 저는 걷고 싶을 때 갑니다, 교토. 아침엔 숲속을 걷고 점심엔 번화가를 따라 걷고 저녁엔 물길을 따라 걸어요. 여름에는 교토에 국수 먹으러 가고 싶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냉국수들이 있으니까요. 가지를 익혀 껍질을 벗긴 뒤 가쓰오다시에 차갑게 담갔다가 고명으로 얹은 소면 국수 같은 것들이요. 파가 잔뜩 들어간 카레우동도 그립습니다. 난젠지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시간은 계절을 따지지 않고 좋아하지만 겨울에 특히 좋아해요. 가을에도 유명하지만요. 걷다 먹고 누워 있기, 밤이 되면 다시 나가서 조금 더 걷기, 제가 교토에서 하는 모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토에서 밤 산책하면서 들으면 좋을 음악 한두 개만 추천해주세요! 곧 이 책 들고 교토 갈 분들에겐 꿀팁이 될 수 있답니다!

 

아끼는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려니 마음이 복잡하네요. 제가 애플뮤직을 이용해서 애플뮤직에서 받으실 수 있는 곡으로 골랐습니다. 물론 유튜브에서도 찾으실 수 있어요. 『교토의 밤 산책자』 를 읽으시면서 사운드트랙처럼 들어주세요. 마멀레이드 랙(Mamalaid Rag)의 「春雨道中」. ‘봄비 속에서’ 정도의 뜻입니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김현식의 「그대와 단둘이서」도 자주 들었어요. 마지막으로는 Special Favorite Music의 「Baby Baby」도 좋아했어요. 걸을 때는 너무 느리거나 박자가 변칙적인 긴 곡은 피하는 편입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내게 좋은 여행지‘를 발견하는 방법
교토의 밤 산책자

이다혜 저 | 한겨레출판

 

단지 ‘시내를 어슬렁거리며 좋아하는 커피숍에 가고 빵을 고르는’ 단출하고 소박한 저자의 여행법처럼, 작은 보폭으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도록 교토를 알차게 돌아본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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