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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불안과 공황에서 벗어나는 특이한 방법

by예스24 채널예스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공황장애의 치료 결과가 더 빠를 수 있다

언스플래쉬

“요새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늘었죠?”

 

같은 질문을 10년 넘게 듣고 있다. 내 진료실의 통계 만을 봐서는 국내의 변화를 알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이렇게 많으니 당연히 정신질환도 많아질 것이라 짐작한다. 그렇지만 보지 못하는 것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정신질환을 치료받는 것에 대한 높은 문턱과 편견이다.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쉬쉬하면서 그냥 그대로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아직은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 정확한 팩트다.

 

여기에 변화의 작은 조짐들이 얹어지고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판타스틱 우울백서』 , 『오늘 아내에게 우울증이라고 말했다』 와 같이 우울증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낸 책이 많아지면서 우울증에 대한 대중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한편 불안장애의 하나인 공황장애는 TV의 예능 프로그램이 한 몫을 하고 있다. 몇 년 전에 김장훈, 이경규 씨 등이 공황 증상이 있다는 것을 밝힌 것으로 물꼬를 튼 다음에, 김구라 씨는 방송에서 아주 쉽게 “당신도 공황이야? 내가 겪어 봤는데 그거 진짜 힘들어”라면서 스스럼없이 말을 한다. 어렵게 말을 꺼냈던 출연자도 그 다음부터 경계를 풀고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거나, 과거에 약을 갖고 다닐 정도로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제는 공황 증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나 많이 힘들게 살았어”라는 중의적 의미로 통용된다. 실제로 공황은 스트레스와 많이 연관되어 있는 증상이다. 공황발작이 한 번 오는 것만으로 공황 장애로 진단을 하지는 않는다. 여러 번 반복되고, 공황이 특정한 상황에 오게 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서 일상 생활에 제한이 생기고, 공황 자체가 오는 것보다 공황이 올까 봐 불안해지는 것이 더 힘들어질 때 비로소 공황장애로 진단을 한다. 평생 한 번 공황 발작을 경험할 확률은 10명에 3명에 이를 정도로 흔하기 때문에 병으로 진단하는 것은 보수적이고 제한적이어야 한다.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것이 공황 증상의 심리적 공포를 일으키는 핵심이다. 그래서 더욱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만성화되면 삶이 황폐화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가장 신뢰도가 높은 치료법은 선택적세로토닌흡수억제제(SSRI)와 항불안제를 사용하는 약물요법과 인지행동요법이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초기에 적극적 치료를 하면 우울증보다 공황장애의 치료 결과가 더 빠르고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상당수의 환자들이 재발을 하고, 예방을 위해 장기간 소량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 생활에 스트레스가 꽤 많고, 압박감을 견디고 살아가야하고, 예기치 않은 사건이 불쑥불쑥 터진다. 이럴 때 평정심을 유지할 만한 담대한 마음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니 말이다. 만일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처음부터 공황 증상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정어 없이 10개의 문장을 만들기

모든 현대의학의 치료가 그렇듯이 꽤 발전된 정신과 치료도 한계는 있다. 여기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독특한 공황과 불안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한 권 등장했다.

 

독일의 의사 클라우스 베른하르트의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 왔다』다. 그는 현재의 약물요법은 일시적으로 뇌를 둔감하게 만드는데 그칠 뿐이라 단기적 효과가 있을 뿐이고, 정신분석요법이나 인지행동치료는 모두 경험적이며 이론적 근거는 프로이트, 파블로프, 스키너에서 비롯된 것이니 100년이 다 된 것들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지난 20-30년 사이에 밝혀진 수많은 뇌과학의 발견들에 기반해서 혁신적으로 공황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클라우스 베른하르트는 인간의 공포는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의 일종으로 이를 인정하고, 공포가 행복감보다 강하고 빠르고 오래 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상세하게 설명한다. 뇌의 작동원리는 안전한 것보다 위험한 것을 빨리 알아채서 적극적으로 방어를 해야 생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져 있다. 공황과 공포는 뇌가 과잉방어 시스템을 작동한 것인데, 문제는 진짜 위험한 상황에 닥친 것이 아닌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작동을 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10가지 방법을 제공하는데, 공황증이 있는 사람은 뇌의 기본값이 ‘나는 위험하다’에 너무 경도되어 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으로 충분히 약물 치료 없이도 극복이 가능하다고 대담한 주장을 한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 대부분이 몇 주안에 약을 끊을 수 있었다고 책에서 주장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소 의아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꽤 신뢰가 가고, 한 번 해볼 만한 기법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에 책을 소개한다.

 

클라우스 베른하르트가 제시하는 첫 번째 연습은 ‘부정어 없이 10개의 문장을 만들기’다. 예를 들어 “나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싶지 않아”라는 문장보다는 “나는 용기 있고 자의식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가 뇌를 프로그래밍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려움, 공포라는 단어가 비록 부정문이지만 더 쉽게 뇌에 자극을 주고 강력한 연결을 일으켜 버리기 때문이다. 부정어에 대한 부정문을 쓰는 것보다 긍정어를 긍정문으로 쓰는 연습을 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엄청 단순하지만 저자가 해보니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두 번째는 불안한 감각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감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오감(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중에서 특히 공포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낸다. 경적 소리에 잘 놀라서 확 불안해 지는 것인지, 불쾌한 냄새에 긴장을 하게 되는지, 빠르게 움직이는 물건이 자극을 하는지 알아낸다. 그러고 난 다음에 이것이 우측인지 좌측에서 더 먼저 느껴지는지를 확인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 긍정문과 부정문을 써 놓은 종이를 놓고 눈으로 읽거나 소리로 읽으면서 우측과 좌측 어느 쪽이 먼저 느끼는지를 확인하라고 한다.

 

그 다음에 오감 중 가장 예민한 자극을 타깃으로 해서 그걸 반대쪽으로 ‘밀어내는 연습’을 하라고 제안을 한다. 시각적으로 부정적으로 확 올라오는 장면이 왼쪽에서 자주 나타난다면 오른쪽으로 밀어내는 연습을 한다. 부정적 장면의 방향을 반대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다. 뇌의 다른 방향으로 밀어내서 부정적 장면이 감정적으로 중립이 되거나 긍정적인 것으로 변하게 된다. 이를 반복해서 연습하면 어느새 공황이 올라오는 강도가 빈도가 줄어든다. 이는 그동안 강하게 연결되어 있던 특정 자극에 대해서 아주 쉽게 공포 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뇌가 강하게 반응하던 습관화된 패턴을 차단하고 방해하는 연습을 한 결과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신경언어프로그램(NLP)에서 사용하는 기법과 유사한 면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 왔다』는 저자가 확신을 갖고 어렵지 않고 구체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방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실용적인 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것만 해도 공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보수적으로 말하자면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병원에 다니면서 검증된 표준 치료를 받으면서 더불어서 여기에 나와 있는 것들 중 몇 가지를 주치의와 함께 상의해 가면서 해보면 어떨까 한다. 어렵지 않게 체득할 수 있으면서 이론적으로도 꽤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저/이미옥 역 | 흐름출판

 

최신 뇌 과학을 통해 알아낸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을 통해 우리가 왜 불안을 느끼고, 공황을 경험하게 되는지 들여다본다. 또 어떻게 어떤 경로로 공황을 감지해내는지 밝혀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한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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