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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게임의 法칙』 펴낸 곽한영 교수

우리는 왜 지금,
법을 알아야 하는가?

by예스24 채널예스

우리는 왜 지금, 법을 알아야 하는

‘법’이라는 말에는 듣는 순간 사람들을 굳어버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잘 모르는 내가 감히 왈가왈부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인식을 깨고, 사람들을 법의 문 안으로 친절하게 안내한 책이 있다. 『게임의 法칙』에서 곽한영 교수는 법이란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임의로 만든 규칙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야구, 축구 등 각종 스포츠의 룰을 활용해 법의 속성을 드러낸다. 각종 반칙과 편법과 불법 소식들로 어수선한 요즈음, 시민들이 왜 법을 알아야 하는지, 법은 어떻게 시민의 편이 될 수 있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게임의 法칙』은 법조인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을 위해 쓴 법 이야기입니다. 우문일 수도 있지만, 시민들은 왜 법을 알아야 할까요?

 

흔히 법은 법조인들만 알면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습니다. 세상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내 전문 분야도 아닌 법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법이라는 뼈대가 제대로 힘을 지니려면 시민들의 관심과 인식이 필수적입니다. 『게임의 法칙』에서 축구 경기에 쓰이는 배니싱 스프레이를 설명하면서, 법은 마치 그 선처럼 그 자체로는 아무런 힘도 없는 존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선수와 관중들이 그 선이 중요하니 지켜야 한다고 인식하고 믿어야 비로소 그 선에 힘이 부여되지요.

 

법은 개인들의 권리를 지키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 재개발, 철거,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이 자주 보도되고 있는데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재개발 대상 지역이 있었는데, 정부가 무작정 철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6개월간 주민들에게 재개발에 관련된 법과, 그 과정에서 주민들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해 교육을 한 후 협의에 들어갔지요. 그랬더니 별다른 충돌 없이 무사히 재개발을 할 수 있었다고 해요. 이런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세계적으로 ‘시민 법교육’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거대화, 복잡화, 다양화되고 있으니 이런 경향도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겁니다.

 

고등학교 교사 생활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전공을 법교육으로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제 석사 학위 논문이 미군 차량에 치어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촛불 시위’에 관한 것이었어요.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면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더 정교하고 제도화된 성숙한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었는데 자연스럽게 법의 문제로 귀결되더군요. 법교육 연구 기반을 만드는 초기에 함께 고생하신 교수님에게 언젠가 왜 당신의 전공인 법학과 거리가 있는 법교육 일을 이렇게 열심히 하시느냐고 여쭤보았어요. 그랬더니 대학 시절 다른 친구들이 다 시위 나가고 잡혀 갈 때 그저 공부만 했던 것에 대해 늘 빚을 진 느낌이 있었다고 하시더군요. 법교육이야말로 그 친구들이 외쳤던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는 구호에 가장 걸맞은 일인 것 같아서 빚을 갚는 심정으로 하신다고요. 제가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법에 관련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같은 동기였습니다. 

 

게임의 法칙』에는 제목처럼 스포츠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야구의 낫 아웃이나 벤치 클리어링 같은 규칙이 절묘하게 법으로 연결됩니다. 법을 다루는 책에서 스포츠 이야기를 많이 활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법’이라는 말에는 듣는 순간 사람들을 굳어버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우리가 감히 왈가왈부하면 안 될 것 같은. 하지만 따지고 보면 법은 결국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합의를 통해 임의로 만들어낸 규칙일 뿐이잖아요. 그런 법의 속성에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데 ‘게임’이라는 메타포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법’은 부담스러워도 야구, 축구, 농구의 규칙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생각하고 자기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지 있으니까요.

 

프롤로그에 보면  『게임의 法칙』의 집필 계기가 법을 공부하면서 법이 의외로 매우 ‘허술한’ 시스템임을 깨달으면서라고 쓰셨는데요, 법이 어떤 면에서 허술하다고 느끼셨나요?

 

제가 굳이 세세히 말하지 않아도 인간이 만든 것에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어요? ‘완벽’은 신의 영역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법에 대해 완벽에 가깝다고 믿거나, 적어도 엄청난 자격을 갖추기 전에는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을 느껴요. 역사적으로 보자면 그런 ‘압박’은 통치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강제된 측면도 있죠. 그런 생각을 깨기 위해 법도 인간의 조악한 창조물 목록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책 속에서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왜 지금, 법을 알아야 하는

최근 이른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법의식과 관련해서 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정(情)의 문화’는 공동체의 결속을 높인다는 점에서 장점도 있지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명확한 구분이 요구되는 근대 사회의 구성 원칙과는 충돌하는 부분이 있죠. 이른바 ‘김영란 법’을 둘러싼 논쟁의 밑바닥에는 그런 구분을 억지로라도 명확하게 해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 이에 저항감을 느끼는 관습적 법 감정의 충돌이 놓여 있는 것 같아요. ‘김영란 법’의 내용이나 시행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이런 법의식의 근대화가 필연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시점이라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합니다. 

 

법교육학자로서, 현 시국을 바라보는 입장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시국이 이러하니만큼 이에 대한 질문을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법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거창하게 무슨 학자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혹은 상식을 가진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 절대로 이해될 수도, 용서될 수도 없는 참담한 사건이죠. 하지만 저는 수 없는 질곡의 역사를 함께 어깨를 겯고 묵묵히 걸어온 우리 국민들의 힘을 믿어요. 4.19와 6월 민주항쟁에서 그러했듯이 폐허를 딛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사건을 단순한 스캔들, 소수의 일탈과 해프닝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지닌 수많은 불합리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는 계기로, 입에 많이 쓴 약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해요. 유시민 작가의 책 제목처럼 우린 너무 앞서 다가온 민주주의에 대해 응당 치러야 할 대가를 뒤늦게 비싸게 지불하고 있는 ‘후불제 민주주의’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왕 돈을 쓰는 김에 다음 세대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도록 우리의 치열한 고민과 반성으로 ‘선불’까지 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게임의 法칙』에는 법치와 인치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는 흔히 법치가 인치보다 더 낫다고 인식하지만, 법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경계하셨는데요, 우리는 어떤 ‘법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까요?

 

‘법치’라는 말은 마치 법이 거대하고 전지전능한 기계나 신처럼 통치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그럴 리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죠. 법은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법 자신이 통치의 주체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법은 인간이 만드는 것이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잊어선 안 됩니다.

 

논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어떤 결정에 대해 “어쩔 수 없어요, 법이 그래요.”라고 답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법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납득시키거나,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법을 바꾸는 게 당연하죠. 결국 진정으로 가치 있는 법치는 법의 주인인 사람들과 법 사이에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가능할 거예요. ‘법교육’의 기능이 바로 그런 것이고 또 『게임의 法칙』은 그런 대화를 할 수 있기 위해 쓴 책입니다. 독자 분들이 부디 제 책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우리는 왜 지금, 법을 알아야 하는

게임의 法칙

곽한영 저 | 창비


법교육학자가 말하는 시민을 위한 법 이야기. 법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 살고 싶은 대한민국 99%를 위한 법 교양서이다. ‘법치 사회’는 소수 뜻 있는 법조인들의 활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이 최소한의 법적 소양을 갖추고, 법을 시민의 편으로 만들 때 비로소 가능하다.

[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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