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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하지 않을 일 리스트』 저자 pha 인터뷰

‘해야 할 일’은 그만!
‘하지 않을 일’을 생각하자

by예스24 채널예스

‘해야 할 일’은 그만! ‘하지 않을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고, 내 집 마련도 해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트렌드도 쫓아야 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초조해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일본 니트족 청년들의 정신적 멘토인 저자 파(pha)는 매일 뭔가에 쫓기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마음속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자고 제안한다. ‘피로를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 ‘잠을 줄이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다’, ‘일에 모든 것을 바치지 않는다’ 등 『하지 않을 일 리스트』는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요하는 세상의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느긋하게 살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다.

 

저자 파(pha)는 1978년생으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직했으나 아무런 꿈도 열정도 없어 3년을 월급 루팡으로 근근이 버텼다. ‘미친듯이 일하기 싫다’라며 눈 뜨는 아침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퇴사를 후회한 적 없다. 네티즌이 천직인 게으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셰어하우스 ‘긱하우스(GEEK HOUSE)’를 만들었고, 이 컨셉이 유행하며 일본 각지에 퍼져나가 의외로 게으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해야 할 일’은 그만! ‘하지 않을

pha라는 필명은 무슨 뜻인가요?

 

블로그를 만들 때 ID가 필요해서 간결하고 어감이 좋아 그냥 pha로 정했습니다. 그 후로 15년 동안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 않을 일 리스트’라는 말이 독특합니다. 보통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생각하게 된 까닭은 무엇입니까?

 

순전히 게으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능한 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평소에도 늘 하는 인간입니다. 세상은 수없이 많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로 가득 차 있고, ‘이것을 하지 않으면 당신은 뒤처진다’라는 메시지로 득실거립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얽매여 그것을 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낄 때마저 있었습니다. 한계에 다다라 무작정 회사를 그만둔 후,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쫓기지 않고 어깨에 힘을 빼고 편하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 끝에 ‘하지 않을 일 리스트’를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쫓기지 않고 마음에 여유를 지니며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스스로 ‘그 일이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가’를 일일이 짚어볼 수밖에 없다. 평가 기준을 내 바깥에 두는 한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는 삶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매일 뭔가에 쫓기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금부터 내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자. - 12-13쪽

회사 안에서 가까운 친구를 만나지 못했지만 인터넷으로 만나자 편해졌다고 쓰셨습니다. 오프라인의 관계와 온라인 관계의 차이점이 있다면?

 

저라는 인간 자체가 매니악한 취향을 지닌 소수파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소수파의 인간은 자기 주변의 오프라인 세계 속에서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인간을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곳곳까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꽤나 많이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온라인에서도 어느 정도 선에서 인간관계를 제한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인터넷과 도시라는 공간적 이점을 활용해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도 좋지만 소화도 못 할 만큼 쓸데없이 넓히는 데 집착할 필요는 없다. 자기 주변의 대박 150명 남짓되는 사람들과의 인연부터 소중하게 여기도 착실히 맺어가는 것이 좋다. - 151쪽

‘해야 할 일’은 그만! ‘하지 않을

자신만의 가치관이나 속도는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불행하다면 자기만의 속도를 찾을 수 있을 만한 방법이 있을까요?

 

혼자 아무리 골똘히 고민해보아도 자신의 속도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먼저 자신의 마음을 게으르게 만드는 방법을 찾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 보면 ‘아, 이 정도가 나에게 편안한 거구나’ 하고 알게 되지 않을까요.

 

평가 기준을 남에게 두지 말자고 말씀해 주셨는데, 남에게 인정받고 싶거나, 남과 비슷해지고 싶다는 욕구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님 같은 경우에는 어떠셨나요?

 

애초에 타인의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타입입니다. 제 눈에는 ‘왜 저렇게 남에게 잘 보이는 데 집착할까’, ‘왜 저렇게 남과 비슷해지려고 안달일까’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제가 특이한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에 너무 신경을 써서 불행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살지 않기’를 선택하는 배경에는 일본의 경제 환경이나 사회적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혹시 경제적 상황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체념합니다.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쪽이 간단하니까요.

인생에서 힘든 순간이 많은 이유는 세상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랬으면 좋겠다’거나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다’ 같은 기대와 집착이 많을수록 괴로움도 늘어난다. (중략) 그렇다고 모든 기대와 희망을 버리고 세상만사를 포기하고 살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머릿속에서 이상을 부풀릴수록 이상과 현실의 간극으로 힘들어진다. 그러니 최대한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해 망상을 크게 부풀리지 말자는 말이다. - 181쪽

노후가 걱정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하는 생활에 종종 두려움이 드시진 않나요?

 

반년 이상 앞선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실감하지 못합니다. 노후가 닥치면 그때 가서 고민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너무 미래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계시지 않나요? 몇 년 후, 몇십 년 후 세상에 무슨 일이 닥칠지 누가 알겠어요?

 

긱하우스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 방법과, 이제까지 겪은 하우스메이트 중에 인상 깊거나 재밌었던 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저와 가치관이나 취향이 맞는 사람을 찾습니다. 제 취향이 소수파이다 보니 하우스메이트로 만나게 된 이들 중에는 사회의 기준에 맞지 않는 독특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신 상태가 불안정하여 오로지 파란색 물감 하나로만 칠해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든가, 매일 끈적끈적한 요리(된장이라든가 간 페이스트와 같은)만 내내 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 별의별 사람과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시간차를 두고 비슷한 사회적/경제적 특징이 나타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작가님과 비슷한 고민이나 시도를 하는 독자들이 있을 텐데,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한국에도 저와 비슷한 삶을 살며 고민을 하는 동료가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재미난 일들을 만들어 나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함께 이 세계와 맞서 싸워 나갑시다!

 

글 | 채널예스 사진 | 출판사 제공

 


 

‘해야 할 일’은 그만! ‘하지 않을
하지 않을 일 리스트

파(pha) 저/이연승 역 | 박하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고, 내 집 마련도 해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해야 하고, 트렌드도 쫓아야 하고…. 우리는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에 초조해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일본 니트족 청년들의 정신적 멘토인 저자 파(pha)는 매일 뭔가에 쫓기는 듯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마음속 ‘해야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자고 제안한다. [도서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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