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는 안정제

[라이프]by 예스24 채널예스
커피라는 안정제

출근해서 “지연씨, 커피 마셨어요?’ 라는 질문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하루 중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아침 커피’를 ‘같이’ 마시러 가자는 신호기 때문이다. 쌓인 업무를 생각하다 가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을 ‘호로록’, ‘꼴깍’하고 마시는 상상을 하면 걱정 근심이 날아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각하면, 마시고 난 후 얼음을 오도독 씹어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 그러다 물보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고민하지만, ‘내가 좋으면 됐지 뭐’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연남동 쪽이라, 커피(아메리카노)를 지금처럼 즐겨 마시지 않을 때도 카페가 참 많았다. 고등학교 때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인기로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런데도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색깔이 비슷한 아이스티를 시켜 구색을 갖추곤 했다.

 

그런데 2015년 입사와 동시에 달라졌다. 출근길에 한잔, 점심 먹고 식곤증을 떨치기 위해 또 한잔 그리고 미팅하는 동안 마지막 한잔을 마시기 시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커피를 많이 마신다. 커피값은 아낄 수도, 아껴서도 안 되는 지출항목이기도 하다.

 

아이스인데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카푸치노를 마시려고 오모테산도를 방문하고, 진귀한 커피가 맛보고 싶어 루왁 커피를 마셔 보기도 했다. 우리나라 1호 바리스타님을 찾아 강릉에 무작정 내려가기도 하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요즘 핫하다는 홍대, 합정, 한남, 청담 카페를 찾아다닌다.

 

커피라는 안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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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커피를 마시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원두의 종류, 볶는 방식, 추출 방식 등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은 참 어렵고 많다. 그래서 열심히 커피를 마시러 다니는 것 같다.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커피를 찾아다니는 내 모습과 같이 다니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는 (주중의 피곤이 몰려오는 토요일 오전 말고, 피로가 어느 정도 가신) 일요일에 마시는 커피다. 늦은 아점을 먹고 좋아하는 커피집에서 사 온 원두를 갈아 종이필터 위에 붓는다. 생수를 끓여 커피를 내려놓고, 주중에 사둔 신간 시집을 꺼내 한장 한장 읽어본다. 좋아하는 것들과 함께 하는 일상과의 격리! 지난 주말엔 커피와 함께 허은실의 신간 『나는 잠깐 설웁다』를 읽었다.

꽃은 시들고
불로 구운 그릇은 깨진다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늙어 가고 있다
그러나 감상은 단지 기후 같은 것
- 허은실, 「목 없는 나날」 중

아무튼, 이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커피에 열광하는 순간이 있지 않을까 한다. 커피가 주는 위안과 커피를 마실 때의 분위기, 그리고 함께 하면 좋은 책들과 곁들여 먹으면 좋은 디저트까지! 글로만 쓰는 데도 행복한 느낌이다. 에티오피아에서 양치기가 처음으로 발견했다는 커피. 감사합니다, 양치기님! 오늘도 호로록, 꼴깍하고 커피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

 

글ㆍ사진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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