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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성우 양지운, 파킨슨병 투병…"무지외반증과도 수년 싸워"

by연합뉴스

"대통령 표창으로 49년 마라톤 끝내 행복…소리에 생명 불어넣는 게 성우"

성우 양지운, 파킨슨병 투병…"무지외

[SBS 제공]

최근 은퇴한 유명 성우 양지운(69)이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지운은 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파킨슨병 조기 진단을 받았다"며 "다만 초기라서, 이 병이 은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수년간 앓아온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기울어져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러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발걸음을 딛기가 매우 힘든 수준이라 곧 수술을 앞두고 있어요. 그동안 굉장히 괴로웠는데 방송을 할 때는 나 자신과 싸운다 생각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서 주변에서 잘 몰랐을 거예요. 방송만큼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시간이니 괴로운 티를 안 냈던 거죠."


파킨슨병도, 무지외반증도 5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일만 하느라 얻은 게 아니냐고 하니 양지운은 "지금 내 나이가 일흔인데, 직업이 특수하다 보니 나이 먹는 줄도 모르고 살아온 거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나이"라고 웃어 보였다.

성우 양지운, 파킨슨병 투병…"무지외

양지운은 10년간 함께해온 SBS TV '생활의 달인'의 지난달 30일 방송에 참여한 것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그리고 이날은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석해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49년간의 방송생활 마무리를 올해 말쯤 짓자는 생각은 계속했는데 마침 수상 소식까지 전해져 '아, 타이밍도 맞는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 녹음 현장에는 '생활의 달인' PD뿐만 아니라 관계자들이 모두 나와 감사패를 전달했다고 자랑하며 "감동했고, 아쉬웠고, 울컥했다"고 밝혔다. 

성우 양지운, 파킨슨병 투병…"무지외

1968년 TBC 공채 성우로 입문한 양지운은 1976년 KBS에서 방영한 미국 TV 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외화 더빙에 참여했으며 KBS 2TV '체험 삶의 현장' 20년, '생활의 달인' 10년 등 TV 교양 프로그램의 내레이션도 오래 맡아 대중에 친숙하다.

 

그는 "어릴 적 라디오를 들으며 성우를 꿈꿨고 결국 이뤘다"며 "1985년과 2010년, 두 차례 한국방송대상에서 수상한 것에 이어 오늘 가장 큰 상을 받았다. 그 두 순간이 성우로서 가장 감사한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지만 가장 소중한 프로그램으로는 1980년대 MBC 라디오에서 진행한 시사 풍자 프로그램 '홈런 출발'을 꼽았다.

 

"당시 군사 독재 시절이었는데 매일 아침 7시부터 1시간 동안 상당히 민감한 이야기들을 시니컬하게 전달했죠. 일종의 신문고였달까요.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청취자의 격려를 받았습니다. 1987년 광주MBC 개국 기념식에서 고별방송을 할 때는 감회도 남달랐죠."

 

성우 양지운, 파킨슨병 투병…"무지외

50년간 한결같이 중후하고 담백한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물 2ℓ를 마시는 등 '본업'에만 늘 몰두해왔던 양지운도 2000년 이후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종교를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고, 세 아들도 그의 길을 그대로 따르면서 법정에서 살다시피 한 것이다.

 

그는 "병역을 기피하겠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업무로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반국가적인 사람으로 매도돼 힘들었다"며 "아들 둘도 결국 감옥에 다녀왔고 막내는 대법원 상고 중이다. 힘들었지만 믿음의 힘이 컸다"고 회고했다.

 

양지운이 해리슨 포드,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 무수한 외화 속 스타를 연기했던 시절과 달리 최근에는 외화 더빙이 거의 사라지면서 성우의 입지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안타깝겠다는 말에 그는 오히려 후배들을 채찍질했다.

 

"우리 무대가 점점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후배들은 옛날보다 더 치열해져야 합니다. 단순히 목소리가 좋다고 성우를 하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소리만 들어도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어야 하죠. 단순히 목소리 흉내나 내면 된다고 생각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