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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사진현장

친일? 위인? 첨예한 이념 갈등의 두 현장

by연합뉴스

친일? 위인? 첨예한 이념 갈등의 두

박정희와 김활란 동상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 동상 기증식이 열렸습니다.

 

이날 실제 동상이 설치되는 것은 아니고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미리 제작해둔 높이 4.2m짜리 박 전 대통령 동상의 기증 증서 전달식이 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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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 기증식 [하사헌 기자]

예상대로 이날 행사에는 동상 설치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충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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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 건립 찬반 단체 충돌 [하사헌 기자]

추진모임에서는 "세 대통령의 동상을 모실 자리가 서울시에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라며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 6·25 때 한국을 도와준 트루먼 대통령, 대한민국 5천 년 이래의 번영을 이룩한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증서를 전달받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은 조만간 서울시에 동상 설치 승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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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와 성조기 흔드는 건립 추진 단체 [하사헌 기자]

같은 시간 이 행사장에서 계단 15칸 아래에 있는 인도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와 '박정희 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이 동상 설치 반대 집회를 열며 "박정희는 민족을 배반한 친일 군인이자 임시정부의 반대편에서 교전을 수행한 명백한 적국 장교"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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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하는 진보단체 [하사헌 기자]

이들은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14일까지 기념도서관 앞 인도에 항의 천막을 설치해두고 이후엔 동상 기습 설치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은 이날 의경 1개 중대 80여 명을 동원해 기증식이 열린 마당과 반대 집회가 열린 인도 사이 계단을 두 겹으로 방어하며 두 단체의 충돌 방지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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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을 사이에 둔 두 단체 [하사헌 기자]

동상 건립 문제를 두고 서울시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서울시는 조례에 따라 원칙대로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측에서 사전 심의 신청 절차를 생략한 채 동상 설치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는 당혹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13일 "공공미술위원회에게 조만간 임명장을 수여하는 등 심의 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라며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이 도서관 표지석에 누군가 붉은색 스프레이로 욕설을 적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갈등이 첨예화된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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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 표지석에 그려진 낙서 [자료사진]

한편 이날 이화여대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이화여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이화여대 친일청산 프로젝트 기획단'은 지난 3월부터 모금과 홍보 캠페인을 펼쳐 1천22명으로부터 1천 원씩 총 100만 원가량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이대 설립자인 김활란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알리는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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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적 알림 팻말 세워진 김활란 동상 [조현후 인턴기자]

기획단은 "친일파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역사적 죄"라며 "그런데도 김활란을 비롯해 고려대 김성수 등 대학 교정에서 동상으로 기려지는 친일파들은 오늘날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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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기획단 [조현후 인턴기자]

팻말에는 '이화는 친일파 김활란의 동상이 부끄럽습니다'는 제목 아래 김활란의 대표적 친일행적과 발언, 기부자 명단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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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 앞 친일행적 알림 팻말 [조현후 인턴기자]

학교 측은 "팻말이 건축물은 아니지만, 영구적인 시설물이므로 교내 '건축물 명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으므로 불허한다"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역사해석을 두고 눈에 띄는 이념 갈등이 빚어진 하루였습니다.

 

(서울=연합뉴스) doh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