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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가지 않은 숲길…
보성 제암산 '명품 숲길'을 거닐다

by연합뉴스

국가 땅과 군유지 교환 '빅딜'로 재탄생

 

세상 모든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모든 잎이 사그라져버린 요즘. 왠지 남들이 잘 찾지 않은 푸른 숲길이 끌린다.

 

전국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역민들에게는 잘 알려진 명산의 작은 숲길을 찾아가 봤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장동면에 걸쳐 있는 제암산(807m). 이 산을 잘 활용하는 곳은 장흥군이 아니라 보성군이다.

 

제암산 휴양림 부지는 원래 국가 소유였다. 그러나 보성군은 군유지와 국가 땅인 휴양림 부지를 교환하는 '빅딜'을 하는 등 제암산에 공을 들여 왔다.

 

보성군은 1991년 제암산 일대 국유지 160㏊를 산림청에서 대부받았고 5년여간 공사 끝에 1996년 자연휴양림 문을 열었다. 국가 땅에 휴양림을 만든 것이다.

가지 않은 숲길… 보성 제암산 '명품

편안하고 쉽게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데크길이 마련된 제암산휴양림.(성연재 기자)

보성군은 산림청과 국유지 교환을 지속해서 추진했고, 올 7월 소유권 이전 등기를 최종 완료했다. 인근 문덕면의 군유지 240㏊와 제암산 기슭의 국유지 160㏊를 교환하는 무려 21년짜리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것이다.

 

보통의 숲을 가진 240㏊의 산과 편백숲을 가진 160㏊의 산은 그 가치가 하늘과 땅의 차이다.

 

제암산은 그간 지역 사람들에게는 명산으로 알려졌지만,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 이곳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2016년 전남 민심탐방차 찾아 트레킹을 하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는 지역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환담을 하고 휴양림 아래쪽 마을에서 민박했다.

 

트레킹 코스로 올라가 봤다. 잘 만들어진 데크 길이 이어져 있는 점이 특이했다. 휠체어도 2대가 충분히 교행할 수 넓고 편안했다.

 

그래서 '무장애 데크길(더늠길)'이란 이름을 얻었다.

 

보성은 서편제 판소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판소리 명창들이 한평생 갈고 닦아 음악적으로 잘 다듬은 자신만의 독특한 가락이나 특징을 '더늠'이라 한다.

 

그 판소리의 최고 대목과 접목해 제암산의 가장 좋은 길이란 뜻에서 더늠길이라 이름을 붙였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길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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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휴양림은 전체 5.8km 구간을 휠체어로 갈 수 있다.(성연재 기자)

데크길 양쪽에는 아름드리 편백이 죽죽 뻗어 있었다.

 

겨울임에도 전혀 겨울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제암산휴양림의 데크 길만 해도 5.8㎞에 달한다.

 

숲 속의 집인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 물탱크가 있는 지점까지의 1㎞ 구간은 완만한 데크 길로, 분홍색 길로 표시돼 있다. 색상 그대로 분홍색 길은 연인들이 거닐면 좋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 올라가는 분홍색 길을 따라가면 편백 숲 한가운데쯤에는 널따란 데크로 광장을 꾸며놓은 '청춘의 광장'을 만날 수 있다.

 

수십 명이 모여 회합을 하거나, 숲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실제로 숲 유치원을 찾은 유아들이 이곳에서 숲을 배운다고 한다.

 

그 이후 1.38㎞ 구간은 '해피 500' 지점까지 펼쳐지는 구간으로, 파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파란색은 약간 경사가 있지만, 휠체어가 올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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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휴양림 이형춘계장이 더늠길 구간을 설명하고 있다.(성연재 기자)

이후 곰재산 등산로까지 1.9㎞ 구간은 '악' 소리 나는 구간으로 녹색 길로 표시됐다. 편백이 조성된 곳이어서 녹색이다.

 

문외한으로서 한가지 헷갈리는 것은 편백 숲과 삼나무 숲이 구별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한다.

 

삼나무는 잎이 뾰족하고 편백은 비교적 둥글게 돼 있어 가까이 가보면 구별이 된다. 방문한 시기에도 줄곧 편백 묘목 식재가 계속 이뤄지고 있었다.

자연경관 가치 극대화 '숲 속의 전남' 프로젝트

묘목 식재는 전남도가 시행하는 '숲 속의 전남' 프로젝트의 하나로 이뤄지는 것이라 했다.

 

전남도는 국민 소득과 여가의 증가로 숲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숲이란 이처럼 자연경관의 가치를 극대화해 소득이 되거나 경관이 아름다운 수종을 골로 심는 등 가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 그간의 산림 관리는 조림에만 치중해 경관을 고려한 종합적 관점의 관리 측면에서는 모자란 점이 많았다.

 

이처럼 기존의 아름다운 숲에도 묘목을 새로 심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전남도는 아름다운 경관 조성을 통해 '다시 찾고 싶은 전남'의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다른 즐길 거리

가지 않은 숲길… 보성 제암산 '명품

휴양림 숲 유치원을 찾은 어린이들(제암산 휴양림)

제암산은 편백 숲 이외에도 즐길 거리가 가득한 곳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숲 체험이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부터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을 위한 '행복체험 숲' 프로그램, 일반인들을 위한 '힐링의 숲'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숲 체험 교실이 열리고 있다.

 

인근 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숲 유치원'도 열고 있다.

 

유아들은 숲 유치원을 통해 천연염색과 나무 목걸이 만들기 등 교육을 받고 있다.

 

또 데크 로드를 걸으며 숲 속에서의 산책을 체험한다. 어릴 적부터 숲과 친해지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어린이들이 직접 기르고 가꾼 꽃과 농작물 캐기 체험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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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산 휴양림 앞 당안지를 가로지르는 짚라인(제암산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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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라인 노선도(제암산 휴양림)

최근에는 짚라인이 문을 열었다. 원래 하와이나 코스타리카 원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활용됐던 짚라인을 타고 수변 데크길 위로 날아가 보는 것도 좋다.

숙박

새로 문을 연 숲속의 집 '차 향기 가득한 집'에서의 숙박은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다. 모두 개별 공간이어서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데다 전망 또한 탁월하다.

 

새로 문을 연 숙소를 찾아봤더니 깔끔하기 그지없다. 대부분 2014년 새로 지어진 것이라 했다.

가지 않은 숲길… 보성 제암산 '명품

휴양림에는 모두 47실의 숙박 시설이 있다. 숲속의 집의 경우 24실이 있고, 원룸식 휴양관은 23실이 있다.

 

(보성=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polpo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