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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by연합뉴스

"김자홍 씨께선,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은 원작 웹툰 '신과함께'의 유명세로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2부작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다. '국가대표'·'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김 감독은 2003년 '오! 브라더스'로 데뷔해 일본 순정만화 원작의 로맨틱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2006)로 이름을 알렸다. 웃음과 감동을 오가는 코미디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방관 '김자홍'(차태현)은 화재 현장에서 의롭게 순직한다. 자홍의 혼령 앞에 저승 차사가 나타나 환생 절차를 안내한다.

 

망자가 무사히 환생하려면 저승의 일곱 재판을 거쳐야 한다. 사후 49일 이내에 무죄판결을 받지 못하면 지옥에 갇혀 죗값을 치르게 된다. 자홍은 차사를 따라 일생 중 배반, 폭력, 불효 등 일곱 배덕을 범했는지 차례로 심판을 받게 된다.

 

차사들은 자홍이 '귀인'의 운명을 타고났기에 환생은 떼놓은 당상이라며 치켜세운다. 그러나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자홍의 과거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환생에 적신호가 켜진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신과함께는 적잖은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다. 계륵도 이런 계륵이 없다.

 

우리나라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의 현 위치를 체감하고 싶다면 이만한 영화가 없다. 게임 속에 빨려 들어간 듯 박진감 넘치는 시각적 특수효과(VFX)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국내에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필수인 관문이다.

 

특수효과와 함께 디테일이 살아있는 세트장으로 동방 판타지의 결을 살렸다. '부산행', '차이나타운'의 이목원 미술감독이 저승 세팅에 도전했다. 지옥 고유의 개성을 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미술이 인상적이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스토리텔링의 이음새는 아쉽다. 원작의 뼈대를 살린다는 압박에 스토리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거두절미식 서두는 나쁘지 않다. 딱히 캐릭터를 소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인공 '김자홍'의 캐릭터는 이제껏 차태현이 수없이 연기해온 '어리숙하지만 착한' 청년 그대로다. 문제는 김자홍이 저승 입구에 도착하면서부터 불편함이 시작된다.

 

판타지, SF는 장르 특성상 비현실적인 소재를 얼마나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신과함께는 흥행이 검증된 원작이 있음에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플롯이 몰입을 방해한다. 원작의 주요 이벤트를 많이 반영하려다 과부하가 걸린 느낌이다. 법정 공방이 빠르게 되풀이되면서 피로가 누적된다. 후반부에 가서야 급히 조달된 극단적 신파로 감동을 '징수'한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함께는 관객을 어리게만 취급한 것 같다. 극장을 찾은 유아들에게 소감을 물어보면 대부분 작품의 후반부를 이야기한다. 가장 마지막에 본 장면으로 작품을 기억하는 것이다. 신과함께는 12세 관람가로,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 관객을 위한 영화다. 차라리 지옥의 수를 줄이더라도 입체적인 캐릭터와 유기적인 스토리 등 영화의 기본에 비중을 더 할애했어야 하지 않을까.

 

작품의 완성도가 아쉬운 만큼 호화 캐스팅에 대한 생각도 복잡해진다. 조연과 특별출연에도 김해숙, 오달수, 이정재 등 충무로의 내로라 하는 스타가 포진했지만, 미숙한 스토리 전개 탓에 '값비싼 떡볶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신과함께는 방대한 원작을 블록버스터로 표현하기 위한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이번 죄와 벌 편은 2부작 시리즈의 전반전에 불과하다. 미술 영상 음향 등 스토리 외의 부문에서 선전한 만큼, 속편으로 만회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신과함께의 두 번째 이야기는 2018년 여름에 개봉될 예정이다.

탐나는 계륵 '신과함께'

'신과함께: 죄와 벌'=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jw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