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는 것

[여행]by 유별남

새벽 작업실 책상에 앉아 책장에 꽂힌 책들을 바라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까뮈의 책이 보입니다. ‘최초의 인간’은 세 번을 읽었었죠. 첫 페이지에서 시작된 떨림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던 그래서 한숨에 내리읽었던 말로의 ‘인간의 조건’도 보입니다. 은근슬쩍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김승옥 선생님의 ‘무진기행’도 있고 저 한쪽 구석에 제 인생의 첫 소설 하인리히 뵐의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참 많은 책이 같은 책장에 있네요. 

 

몇 권의 책을 꺼내보았더니 책장 사이사이마다 제가 적은 글들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을 때 중간 중간에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 놓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중에 고등학교 1학년 때 한 참 들고 다니던 월트 휘트먼의 시집을 펼쳤습니다. 첫 장을 넘기면 나오는 휘트먼의 사진 아래 쓴 글이 들어 옵니다. 

“난 휘트먼 당신과 당신의 넓은 마음을, 

난 랭보 그와 그의 강렬한 뜨거움을, 

난 만해 한용운과 그의 섬세함을

내 가슴에 채우고 싶습니다. 

당신을 알게 된 것, 

나의 조그마한 전환점입니다.”

떠난다는 것

30년에 가까운 기억나지도 않는 어린 시절, 조금은 낯간지러운 어리숙한 표현과 어린 글씨체가 제 숨을 멈추게 합니다. 그냥 잠시 멈춰 봅니다.

 

혹시 여러분의 책장 한구석에 서랍 한 귀퉁이에 잊고 있었던 자신의 과거가 담긴 그 무엇이 있나요?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그 무엇이... 

 

8월의 첫 번째 월요일입니다. 더위 속에서 잠시 자신만의 과거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과거로 떠나 미래에 도착하는 여름 휴가를 조심스레 권해 봅니다. 그 속에서 마음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즐기시길!

 

상산( 常山)유 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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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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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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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조각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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