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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취재N팩트

'모래시계에 갇힌 여운환'...재심 청구로 홍준표에 반격

byYTN

[앵커]

지난 19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는 온 국민의 귀가까지 앞당길 정도로 열풍이었는데요.

 

당시 현직 검사였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극 중 강직한 검사의 모델이라는 말이 나돌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홍준표 검사에게 수사를 받고 4년을 복역한 사업가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나현호 기자!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모래시계 검사'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20여 년 전 홍준표 검사의 수사나 재판이 잘못됐다고 나선 사람이 누굽니까?

 

[기자]

광주지역에서 컨벤션 등의 사업을 하는 64살 여운환 씨입니다.

 

여 씨는 지난 1991년,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홍준표 검사에게 수사를 받았는데요.

 

당시 광주지역 최대 폭력 조직의 두목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이 과정이 1995년 인기드라마 '모래시계'로 극화되면서 홍준표 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런데 여 씨가 어제 오후,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청구서를 냈습니다.

 

당시 홍준표 검사로부터 수사를 받은 지 26년, 형이 확정된 지 23년 만입니다.

 

여 씨는 재심을 청구하는 데 대해 "한 검사의 삐뚤어진 영웅심에 아직도 폭력 조직의 두목이라는 억울한 누명 속에 살고 있다"면서 "진실이 밝혀지기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여운환 씨가 재심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재심 청구 사유가 뭡니까?

 

[기자]

여운환 씨가 수사를 받을 당시는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습니다.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검사였던 홍준표 씨도 여 씨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는데요.

 

당시 재판부는 정작 여 씨에 대한 공소 사실은 전부 무죄로 선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폭력조직 계보에도 없는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는 직책을 덮어씌워 유죄를 판결했습니다.

 

여 씨는 자신이 유죄가 된 이유에 대해 조폭 박 모 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고 했습니다.

 

당시 홍준표 검사는 조폭 박 씨의 진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판기일 전 증인신문'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공판 기일 전에 증인인 박 씨를 불러 알고 있는 사실을 캐내는 건데, 문제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없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당시는 이러한 방식이 허용됐었다가, 지난 1996년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여 씨는 자신의 유죄에 결정타가 된 조폭 박 씨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20여 년이 흐르도록 재심 청구를 하지 않다가 왜 이제 서야 재심 청구를 하는 겁니까?

 

[기자]

어제 취재진이 여운환 씨와 통화를 하면서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했는데요.

 

우선 여 씨는 홍준표 검사로부터 수배를 받을 당시부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해왔습니다.

 

당시 신문을 봐도 홍준표 검사가 여 씨를 공개 수배한 것을 두고 자신의 무죄와 검찰권 남용, 인권 침해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 씨는 약 20여 년 세월 동안 재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6년에 앞서 언급했던 '공판 기일 전 피의자 심문' 제도 일부가 위헌 결정되자 재심을 준비한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자신이 홍준표 검사와 엮여 고생해 온 삶을 책으로 써서 내기도 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에 출판됐는데, 같은 날 터진 세월호 침몰 참사에 묻혔습니다.

 

여 씨의 재심 청구에 대해 홍준표 대표 측은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여 씨의 주장이 옳다면, 모래시계로 홍준표 검사가 유명해진 사이, 여 씨는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여운환 씨는 홍준표 검사와 엮이면서 자신이 30년 넘게 고통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여운환 / 재심 청구인 : 조작된 과거로, 날조된 영웅담으로 자기는 '모래시계 검사'가 됐어요. 나는 이런 나쁜 선입견을 홍준표가 이런 잘못된 굴레를 나한테 씌워주는 바람에 나는 30년 가까운 세월을 너무나도 힘들게 살아왔고….]

 

여 씨는 사업가로서 가장 힘든 게 선입견이라고 했습니다.

 

조폭 두목으로 불리는 바람에 공정한 경쟁을 할 수도 없고,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이 됐다는 겁니다.

 

여 씨의 가족들도 조폭 두목 가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고생을 해왔다고 토로했습니다.

 

여 씨는 자신이 당시 홍준표 검사에게 밉보였던 게 화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검사 집으로 흉기를 보냈다는 이른바 '식칼 협박 사건'도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식칼을 보낸 건 맞지만, 홍 검사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인에게 선물로 보낸다는 게 실수로 배송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홍 검사는 조폭이 식칼을 보내 협박했다는 말로 둔갑했고, 이후 홍 검사는 조폭을 맞서 싸운 '강직한 모래시계 검사'가 됐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만약 재심이 결정되면, 홍준표 대표의 이른바 '모래시계 검사'시절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도 검증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앵커]

'모래시계' 검사로 명성을 떨쳐온 홍준표 대표, 그리고 25년 만에 반격에 나선 여운환 씨의 대결인데요.

 

20여 년간 이어져 온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현호[nhh7@ytn.co.kr]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