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컬처 ]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악의 남편

by직썰

이쯤 되면 드라마 제목을 <나쁜 허즈밴드>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성과 한지민, 믿고 보는 배우 조합으로 기대를 모았던 tvN <아는 와이프>였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아쉬움과 실망만 가득하다. 배우가 지성과 한지민이라서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다. 시청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걷잡을 수 없는 비난에 직면했을 거란 이야기다.

 

<아는 와이프> 10회는 시청률을 8.21%(유료플랫폼 전국 기준)까지 끌어올리며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드라마를 보며 생길 수 있는 짜증도 최고치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보는 이의 짜증을 유발하는, 문제의 시발점이자 모든 사달의 원인은 차주혁(지성)인데, 그는 언제나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남편이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악의 남편

드라마 속 상황이 급변한 최근의 이야기에서도 그의 태도만은 유지됐다. 바뀐 현실 속에서 첫사랑 이혜원(강하나)과 살게 된 주혁은 돈 걱정 없는 부유한 삶을 산다. 주차장이 딸린 큼직한 집에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 더 이상 숨어서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분기 실적을 간단히 채워주는 재벌 장인 덕분에 회사에서도 눈치 볼 필요없이 생활한다.

 

누구나 원하는 행복한 삶이지만, 서우진(한지민)과의 결혼 생활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주혁은 이혜원과의 부부 생활에도 끝내 불만을 드러냈다. 그 불만이라는 게 뭘까. 우습게도 아내가 "장모님의 손맛이 담긴 갓김치"가 아닌 "느끼한 스테이크"만 차려준다는 이유다. 시부모를 극진히 대했던 우진과 달리 혜원이 싹싹하지 못해서라는 이유는 더 황당하다.

 

갓김치와 싹싹함이 그리운 주혁은 우진과의 결혼 생활을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게 <아는 와이프>의 가장 큰 문제다. 주혁과 우진의 운명적인 사랑을 이뤄주기 위해 드라마는 무리를 해서라도 혜원을 악녀로 만든다. (그리고 주혁으로 하여금 그 악녀와 비교해 더 나았던 우진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악의 남편

드라마 속 혜원은 명품 쇼핑에 돈을 낭비하고 돈을 노리고 접근한 어린 남성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철없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시부모에게 무례한 몰상식한 며느리로 몰리기도 한다. 다른 여자(우진)에게 정신이 팔린 남편 때문에 화가 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혜원의 행동은 지나치게 한심하고 무례한 것으로 그려진다.

 

결과적으로 주혁은 우진을 불행하고 만들었고 혜원까지 불행하게 만들었다. 이쯤 되면 문제의 원인이 자신이라는 걸 좀 깨닫고 홀로 살기로 결심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주혁은 다시 꿈을 꾼다. 과거로 돌아가 우진과 함께 살면 행복할 거라고.

 

물론 모든 게 뜻대로 될 리 없고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은 막혔다. 극 중에서 타임리프를 가능케 하는 노숙자 캐릭터를 찾아 다시 빌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낙장불입”.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도 주혁과 우진을 이어주기 위해 <아는 와이프>는 최악의 수를 두고 만다.

 

과거의 기억을 핑계 삼긴 했지만, 엄연히 남자친구가 있는 미혼 여성인 우진이 엄연히 유부남인 주혁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급기야 자신의 마음을 여러 차례 내비치고 고백까지 하고, 마침내 충격적이게도 키스를 시도한다. 당시 주혁이 이혼을 당한 상태이고, 술에 취해 있었으며, '과거의 기억'이라는 핑계를 한 번 더 생각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최악의 남편

<아는 와이프>는 그 무엇도 가로막을 수 없는 운명적 사랑을 그리고 싶었겠지만, 남는 건 꿉꿉한 불륜과 난잡한 치정이다. 도대체 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려는 걸까.

 

<아는 와이프>의 패착은 애초부터 뻔한 답을 정해놓고, 그에 맞게 과정들을 짜 맞추다 보니 스토리라인이 허물어져 버린 데 있다. 이제 두 주인공이 낙장불입을 뒤집고 과거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현실에는 너무도 많은 피해자가 남게 됐다.

 

설령 주혁과 우진이 어떤 식으로든 재결합한다고 치자. (그 과정에서의 도덕적 문제들도 모두 해결됐다고 친다) 그럼 또 행복할까. 주혁이 다시 혜원과의 결혼을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애초에 16부작으로 만들기엔 무리인 드라마였는지도.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