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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똑같은 영화 지겹다면?
독특한 스타일이 매력적인 영화 4편

by29STREET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시국에 영화관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방구석에서 멍 때리기는 싫다면서 넷플릭스며 유튜브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당신. 이미 웬만한 영화는 다 봤고, 뭘 볼까 고민만 하고 있었다면 독특한 스타일로 승부를 보는 신기한 영화들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시도라고 해서 어려운 실험영화 같으냐고 물으신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새로운 도전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들로 엄선했으니 오늘 저녁에는 독특한 영화들로 스트레스 시원하게 날려보자.

아이폰11 프로로 찍은 세로 스크린 영화 – 스턴트맨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보기 편한 세로 형식의 영상이 유튜브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이 흐름을 타고 세로로 촬영한 영화도 있다는 사실. <위플래시>, <라라랜드>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과 애플이 함께 작업한 단편영화 <스턴트맨(The Stunt Double)>이 8월 6일 유튜브에 공개되었다.

사진=유튜브 'Apple 대한민국' 영상 캡처

앞서 설명했듯이 9분 남짓한 이 영화는 '세로시네마'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전체가 세로 형식의 영상으로, 특이하게도 아이폰11 프로로 촬영되었다. 지금까지 애플은 아이폰으로 감각적인 영상을 자주 제작하였고, 최근에는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이어오며 레이디 가가의 'Stupid Love' 뮤직비디오 역시 아이폰11 프로로 촬영하였다. 이번에는 영화 같은 광고를 넘어 영화 그 자체를 만들었다고.

스파이 액션, 무성영화, 로맨스, 서부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활약하는 스턴트맨의 뒷모습을 옴니버스 영화처럼 멋스럽게 표현하였다. 역시 전문가는 다른가 보다. 아이폰으로 이렇게까지 멋진 영상을 촬영할 수 있던 것인가? 재미있는 영화에다가 자연스럽게 아이폰 홍보도 하니 애플의 능력 다시 한 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 하드코어 헨리

처음부터 끝까지 세로인 영화가 있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영화를 소개한다. 저 멀리 러시아에서 온 낯선 영화 <하드코어 헨리>는 96분 내내 주인공인 헨리가 바라보는 시점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킹스맨>, <아저씨> 등 액션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되던 1인칭 시점을 영화 전면에 내세운 것은 세계최초라고.

사진=네이버 영화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난 주인공 헨리가 납치당한 아내를 구하러 간다는, 조금은 뻔한 이야기의 이 영화는 사실 줄거리의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이 주인공의 표정이나 행동을 볼 수 없기에 아무래도 줄거리는 단순할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더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 않을까? 게다가 게임과 같은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시종일관 펼쳐져 보는 맛까지 있으니 이 영화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러닝타임도 그리 길지 않고 단순한 내용에 화려한 액션까지. 넷플릭스에서 관람할 수 있으니 오늘 밤에는 아이스크림을 퍼먹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으로 보기에 딱 좋겠다.

영화가 내 마음대로 바뀐다면? –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영화 자체는 재미있는데 등장인물의 행동이 물 없이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할 때가 있다. '쟤 저기서 왜 저래?' 하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영화 속 캐릭터가 내가 선택한 대로 행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의 전개를 내가 선택한다면?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것이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이다.

사진=유튜브 '넷플릭스 Korea' 캡처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는 기술이 발전한 미래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다룬 SF 옴니버스 드라마로 시즌 5까지 방영되며 마니아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중 2018년에 공개된 특별편 <밴더스내치>는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필름 형태로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에 시청자가 직접 향후 진행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 스테판의 결말은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 화면 하단에 양자택일 선택지가 주어지면 시청자는 마우스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거 정말 신기한 세상 아닌가?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자주 시도되었던 '선택 가능한 스토리'를 영화에 적용한 것이 큰 특징이다. 얘기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엄청나게 몰입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플에서 홍보상 줘야 하겠는데요? – 서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가 등장했다. 갑작스럽게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이 인터넷 세상에 남긴 흔적을 찾아가는 아버지를 그린 영화 <서치>. 이 영화, 헐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한국계 미국인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며 존 조를 비롯한 주연 배우도 모두 한국계 미국인이어서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101분 내내 주인공이 보는 컴퓨터 화면만 보인다는 것이다.

사진=네이버 영화

컴퓨터 화면만 보이면 영화에 뭐가 나오나? 생각하겠지만 화상채팅이나 유튜브 영상, 인터넷 뉴스 등을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이게 은근히 볼 게 많다. 딸의 SNS 계정을 확인하거나 경찰과 화상통화를 하거나... 실제 촬영은 13일 만에 끝내고 편집에만 2년이나 걸렸다고 하니 제작진이 얼마나 공들여 만든 영화인지 알 것도 같다.

가장 압권인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애플 기기 사이의 연동. 애플의 데스크탑 PC 아이맥으로 유튜브를 보다가 갑자기 아이폰으로 온 전화를 PC로 받기도 하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애플 기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안드로이드에 뼈를 묻은 나도 잠깐 혹하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비공식 애플 광고라고도 불리는 만큼 애플 제품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금지 영화(?)로 지정해야 하겠다.


최지원 동아닷컴 인턴 기자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