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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프 ]

27세와 감성 맞는 80세, 가능할까? 세상 힙한 노신사 가수들

by29STREET

늙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고 하지만, 간혹 눈빛이 형형하고 분위기부터가 남다른 노인들이 있다. 세월이 그들의 피부 탄력은 지웠어도 마음의 탄력까지 앗아가지는 못 한 것 같은 사람들이다.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잃지 않은 노인에게는 여전히 생기가 감돈다. 비록 무릎관절은 70대지만 정신의 투명도는 20대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은 노인들, 그들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살고 미래를 꿈꾼다. 볼수록 ‘이렇게 늙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노신사 가수 세 명이 ‘요즘 청년들’과 함께한 곡을 소개한다.

Sting & Shirazee 
Englishman / African in New York

영화 ‘레옹’ 주제가로 너무나도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스팅이 최근 아프리카 출신 아티스트 쉬라지(Shirazee)와 함께 자신의 히트곡 ‘Englishman in New York(1987)’을 리메이크했다. 원곡의 우수 어린 멜로디와 타지 생활 중인 이방인 감성을 담은 가사는 그대로 가져가되 자메이카 스타일의 비트를 얹어 ‘힙’해졌다. 두두둥짝 둥둥짝짝… 저절로 고개가 까딱여진다.


1절은 스팅이 원래 가사대로 부르고 2절은 쉬라지가 ‘영국 사람(Englishman)’을 ‘아프리카 사람(African)’으로 바꿔 부른다. 서아프리카 베냉에서 태어난 쉬라지는 가나, 남아공, 유럽을 거쳐 미국에 정착해 활동 중인 래퍼로 올해 34세다. 만으로 일흔 살인 스팅과 아들 뻘인 쉬라지가 동갑내기 친구처럼 ‘주먹 인사’를 주고받으며 리듬을 탄다. 마지막에 스팅이 카메라 너머의 나와 눈을 맞추며 “Be yourself, no matter what they say(너 답게 살아, 남들이 뭐라 하든)”라고 힘주어 말하는 부분이 백미. 51년생 토끼띠 ‘엔딩 요정’의 매력에 빠져든다.

Elton John, Taron Egerton
(I'm Gonna) Love Me Again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가수 엘튼 존도 젊은이들과의 콜라보에 적극적인 건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배우 태런 에저튼과 함께한 ‘(I'm Gonna) Love Me Again’은 조금 특이한데, 언뜻 들으면 한 7~80년대 엘튼 존 노래를 리메이크 한 것 같지만 사실은 2019년에 아예 새로 만들어 발표한 노래다. 엘튼 존의 전기 영화 ‘로켓맨(Rocketman)’ 주제곡 용으로 만든 작품. 영화에서는 태런 에저튼이 엘튼 존 역을 맡았다(에저튼은 실제로 엘튼 존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니 진정 ‘성공한 덕후’다). 로켓맨 OST 중 엘튼 존이 직접 부른 곡은 이 곡 하나뿐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거의 손자 뻘인 에저튼과 호흡을 맞추는 영상을 보면 훈훈하기 그지없다. 여기서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꼽자면 엘튼 존의 동작이다. 노래는 신나게 부르는데 손동작이 왠지 어정쩡하다. 손을 어디에 놓아야 할 지 감이 안 온다는 듯 자꾸 허우적거린다. 아마 피아노가 없어서 갈팡질팡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거장의 귀여운 모습이다.

Paul McCartney
The Kiss of Venus III Imagined: Dominic Fike

42년생과 95년생 싱어송라이터의 만남. 폴 매카트니가 만든 원곡을 요즘 ‘핫’한 뮤지션 도미닉 파이크가 불렀다. 물론 폴 매카트니가 직접 부른 오리지널 버전도 공개돼 있다. 이 곡은 ‘McCartney III Imagined’ 앨범에 수록됐는데, 자작곡으로 꽉 채운 앨범 McCartney(1970), McCartney II(1980)의 뒤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 앨범이다. 매카트니가 직접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도 홈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오리지널 가사와 커버 버전 가사가 다른 것도 감상 포인트다. 원래 가사는 자연과 우주의 신비에 경탄하는 내용이지만 도미닉 버전은 뉴스의 홍수 속에서 넘쳐나는 가짜 메시지와 갈수록 극단으로 치닫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하고 있다. 이 버전에서 매카트니는 뮤직비디오 말미의 휘파람 소리로만 등장한다. 벤치에 앉아 신문 보는 할아버지로 출연한 그의 귀여운 눈웃음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유머가 넘친다.


에디터 LEE dla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