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만능주의로 사단(事斷) 난 ‘양현석 사단’

[연예]by 아주경제

[편집자 주] 이 정도면 'YG 쇼크'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잇따른 대형 악재를 맞았다. 사회적 문제로 번진 '버닝썬 사태'는 꼬리를 물고 YG에 폭탄을 던졌다. 소속 가수들은 'YG 우산' 속에서 마약, (성)폭력, 성접대, 경찰 유착, 탈세 등 범죄 행각을 벌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결국 승리(빅뱅)는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괴물을 키워낸 '꿈의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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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면 뭐가 돈 될까 머리 또 굴리지. 더티 캐시(Dirty Cash)에 배부른 니 주머니. 제발 좀 작작해 독 같은 더티 캐시. 부모형제와 친구마저도 버린 거니. (중략) 내 꿈을 막는 더티 캐시. 행복의 기준마저 돈이 되는 세상 내 꿈은 얼마.’


2006년 빅뱅의 정규앨범 1집 타이틀곡 ‘더티 캐시(Dirty Cash)’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한 가사로 호평을 받았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사회적인 문제를 풍자하며 꼬집었으니 얼마나 당돌했겠는가. 이후 빅뱅은 한 시대를 풍미한 ‘메가 히트’ 그룹으로 거듭났다.


랩과 노래, 춤을 즐기던 꿈 많은 소년들이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이때는 정의롭고 순수했던 시절이었을지 모른다. 천재적인 작곡‧작사 능력과 재능에 YG의 프로듀싱이 더해진 빅뱅은 그 시대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를 불렀다. 빅뱅의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도 넘쳤다. 빅뱅은 YG를 국내 3대 연예기획사로 성장시키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빅뱅 멤버들은 YG의 그늘 아래서 서서히 ‘괴물’로 변해갔다. 빅뱅뿐이 아니다. YG 소속 가수들은 온갖 추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제 멋 대로였다. 일탈을 넘어 범죄 행각을 일삼았다. 최근 수년간 YG의 소속 연예인들은 대마초 사건부터 마약 밀반입, 군복무 불성실로 인한 특혜논란, 성접대, 경찰 유착, 사기횡령 의혹들이 줄줄이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YG는 질 좋은 상품을 만든 공장이었고, 개성이 변질된 통제할 수 없는 괴물들을 탄생시켰다.


YG에 뿌리박힌 ‘재능만능주의’가 부른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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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빅뱅 멤버였던 승리로 비롯된 ‘버닝썬 게이트’ 논란이 불거진 뒤 화제가 된 두 대표 기획사 수장들의 가치관이 새삼 흥미롭다. JYP 박진영은 “아무리 노래 잘하고 춤을 잘 춰도 맑고 건강하지 않으면 함께 일하기 싫다. 그런 친구들의 꿈을 굳이 왜 이뤄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능력과 자질이 없는 친구들을 뽑을 수는 없지만, 재능이 특출하지 않더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팀워크를 잘 이뤄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반면 YG 양현석은 “박진영은 착한 사람이 좋다지만 나는 반대다. 우선순위를 두자면 재능 있는 사람, 열심히 하는 사람, 착한 사람 순”이라고 강조한 뒤 “20년간 일하다 보니 ‘병아리 감별사’처럼 빠르게 스타를 판단하는 눈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양현석은 인성보다 ‘재능’을, 박진영은 재능보다 ‘사람’을 강조한 셈이다.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고,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도 없다. 또 행동으로 그대로 나타나라는 법도 없다. 다만 YG가 병들고 있는 사이, 최근 연예계 추문에서 자유로운 JYP는 재평가 받고 있다.


YG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최근 기획사들의 트렌드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연예계 정설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최근 가요 기획사는 인성교육, 사생활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반해 YG에는 인성교육이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는 걸로 안다”며 “아마 양현석 회장이 아티스트 출신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을 신뢰하고 믿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러나 회사에는 규칙이 있어야 하고 이를 어길시 명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대다수 연예기획사들은 성교육, 인성교육, 심리상담 등 꽤나 구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엔터주 시총 1위면서 지난해 시장 전망치를 넘는 실적을 발표한 JYP는 오래 전부터 예절과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YG라는 거대한 그늘은 소속 연예인들을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어긋나게 만든 방패 막이었다. YG는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진정성 없는 공식입장을 내거나 양현석이 직접 쓴 ‘프롬YG’로 대처했다. 도 넘은 제 식구 감싸기로 반복된 일탈을 부추긴 꼴이었다.


‘더러운 돈 때문에 이 사회가 썩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꿈을 팔고. 이 세상은 돼지들의 보물창고. 너의 꿈이 이렇게 변할 수 있어? 백원 하나에 기뻐하던 난 어디 있어? 돈이 나를 바꿔 너와 우릴 바꿔? 미친 세상!‘


‘더티 캐시’를 외치던 빅뱅은 지금 어디 있는 걸까. 도덕불감증에 빠진 그들은 꿈을 판 돼지들로 변해 있다. 더 이상 재능이 아닌 물질 만능주의에 물든 채로.


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서민교 mi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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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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