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범죄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컬처]by 알려줌

나를 기억해 (Marionette, 2017)

본문 내용은 Youtube 동영상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 알려줌 팬질 (ALZ Fanzeel) · 여성 성범죄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영화읽고 알려줌] '나를 기억해' (Marionette, 2017)

※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성 성범죄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

<나를 기억해>는 청소년 동영상 범죄를 조준한 영화입니다. 엔딩과 함께 등장하는 청소년 성범죄에 관한 기사는 감독의 문제의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죠.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태를 적나라하게 꼬집었는데요.

여성 성범죄 영화, 왜 이렇게 만들었

영화는 몇 가지 욕구를 전시합니다. 누군가를 몰래 엿보고 싶어 하는 관음의 욕구는 <나를 기억해>의 중심에 깔린 강렬한 동기죠. 동영상을 찍는 행위가 자주 등장하며, 몰카를 통한 음란물 역시 소재로 등장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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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동영상을 찍는 사람, 혹은 동영상 파일을 가진 인물이 힘에서 우위를 보인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본다'는 것을 '눈'을 통해 이뤄지는데, <나를 기억해>에서 이 역할을 하는 것은 카메라죠. 영화는 스마트 폰을 통해 1인 1카메라가 보급되어 영상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으나, 지우기는 힘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권력 양상을 담아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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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영화는 독특한 힘의 구도를 보여주는데, 카메라를 드는 주체가 '남성에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과 이를 이용해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주체가 미성년자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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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남성의 관음 욕구에서 시작된 타락한 성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는 '양세정'(오하늬)이라는 여학생을 통해, 동영상의 생산 주체가 여성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죠. 그리고 그녀를 움직인 건 '돈'이었고, 여기서 자본의 타락까지 목격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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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 힘의 구도에 정점에 있는 인물, 동영상을 제작을 지시하는 '마스터'가 초등학생이라는 반전은 이 성범죄가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 문제라 말합니다.

 

이런 기괴한 힘의 구도 외에 <나를 기억해>는 카메라에 찍힌 피해자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힘쓰죠. '서린'은 성폭행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사건이 공개됨으로써 2차 피해를 받는데요. 그녀는 죄를 짓지 않았지만, 도망가야 했습니다. 그 일이 언급되지 않게, 가슴 졸이며 평생을 살아야 했죠. 이게 3차 피해이자, 영원한 트라우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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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린'(이유영)이 이 일에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기이한 심리는 사회의 인식에서 출발하는데요. 놀랍게도 이런 인식은 '한서린'과 가장 가까웠던 약혼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동영상에 찍힌 피해자에게도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은 '서린'에게 비수가 되어 꽂히죠. 과거의 동영상이 폭로되는 건, 자신의 도덕성까지 망가뜨릴 만큼 파괴적인데요.

 

피해자와 비교하면, <나를 기억해>의 가해자는 그 사건에서 비교적 쉽게 빠져나갑니다. '한서린'을 언론에 알린 '오국철'(김희원)은 과거의 그 일을 한마디 말로 털어버리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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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도 마음이 편치 못했고, 그래서 더 열심히 범인을 쫓지만, 처음의 그 사과는 가벼워 보이는데요. 그래도 '오국철'까지는 이해할만한 수준입니다.

 

문제는 '김진호'(이제연)와 '마스터'죠. '김진호'는 자살을 택함으로써 '서린'에게 영원히 풀 수 없는 매듭 하나를 남긴 채 사라졌습니다. 죽은 자 앞에서 피해자가 들을 수 있는 말은 없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습니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마스터'는 어떤가요? 미성년자의 실수로 가볍게 끝날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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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작 피해자에게 아무런 선택지를 주지 않은 찝찝한 결말에 있는데요. '한서린'은 복수를 할 기회나 치유 받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피해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없었죠. 그저 누군가 들고 있던 카메라가 꺼졌을 뿐이고, 이후 그녀의 삶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요.

 

'서린'이 '마스터'를 향해 건넨, "다행이다"는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그녀는 끝까지 가해자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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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서린'의 태도는 굉장히 숭고하지만, 공감하기는 어려웠는데요. 그리고 그런 태도를 피해자에게 바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죠. <나를 기억해>는 피해자인 '서린'에게 너무도 지독한 영화였습니다.

 

글 : 영화읽어주는남자

2018.05.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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