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영화

[컬처]by 알려줌

<언니> (No Mercy, 2018)

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출처 : 영화 <언니> 이하 사진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더콘텐츠온

2018년은 마동석 주연의 액션 영화가 한 판을 크게 벌였던 해였다. 그의 덩치에서 뿜어져 나온 원 펀치 액션은 호불호가 갈리었지만, 꾸준히 관객을 불러모아, <성난 황소>의 손익분기점 돌파라는 기록으로 마무리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왜 여성 주인공이 화끈한 액션을 펼치는 작품은 없는가?'라는 물음표가 붙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나온 작품이 <언니>였다.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는 남성 중심 캐스팅으로 이뤄진 한국 영화계에서 '가물에 콩 나듯' 등장했었다. <조선미녀삼총사>(2014년), <악녀>(2017년), <미옥>(2017년),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마녀>까지, 해당 작품들은 저마다의 가능성과 동시에 한계점을 남겨왔다.

 

여성 주인공이 각성하는 계기로 '모성애'를 보여준다거나, 불필요한 '연애'가 등장한다거나, '여성 상품화'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사례는 할리우드에서도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걸음마 단계를 걷고 있긴 하다.

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언니>는 상대적으로 국내 대형배급사에서 투자한 작품과는 대비되는 저예산 작품으로, 가뜩이나 '장르 영화'는 성공하지 않는 한국 영화판에서는 모험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나마 작품의 주인공인 '인애'를 연기한 이시영이 전직 국가대표 복싱 선수였다는 점과 충분한 여성 원톱 액션 배우로의 자질을 지녔다는 점, 그리고 이를 성실히 수행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주짓수부터 카체이싱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앞으로 마동석이 먼저 간 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여기까지가 이 작품의 장점이라는 것이다.

 

장르 액션 영화, 특히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이기 때문에, 으레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은 당연히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의 '안전장치'와 같은 선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아저씨>(2010년)가 아직도 사랑받는 이유는 '적당한 수위'와 '분량'으로 아동 대상 범죄를 묘사하면서, 원빈의 화끈한 타격감과 편집 기술, 그리고 조연 배우들의 '깜찍한' 명대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이것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귀향>(2016년)과 <아이 캔 스피크>(2017년), <허스토리>(2018년) 사이에서, 후자 작품들이 적정선의 성폭력을 언급하면서, 더 큰 공감을 부른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런데 <언니>에서는 '발달 장애' 미성년 동생 '박은혜'(박세완)가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지속해서 등장한다. 동생 이름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놀림감이 될 수 있는 설정이다. 어쩌면 영화에서 이 동생은 언니 '박인애'(이시영)의 각성을 위해서, 성폭력을 강제로 당해야 했을 운명인지 모르겠다.

 

피해자를 미성년자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기존에 있었던 사건에서 정보를 가지고 와 재구성을 했다"라고 시사회에서 밝힌 임경택 감독이었지만, 적어도 '기존 사건'을 언급했다면, 실제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필요했었다.

 

이것은 개봉 전 논란은 있었지만, 피해자를 단순히 '증거'로만 보지 않고 희생된 한 사람이라는 '예의'를 지켰던 <암수살인>(2018년)이 호평받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선을 넘어 불쾌하게 시작된 영화는 이후, '박인애'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복수 액션으로 확장된다. '박인애'는 흔히 복수나 경고의 메시지를 담은 색인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역시 빨간색 하이힐을 신고 출격한다.

 

이에 대해 임 감독은 "극 초반에는 잘못된 남성으로 바라보는 여성성이었다면, 극 중후반에는 그것이 극복되고 잘못된 남성성을 부수어 나가는 방법으로 전환하길 바랐다"라면서, "상업적으로 여성의 노출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우며, 일대 다수로 싸우는 데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는 붉은 색 원피스와 하이힐 조합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더라고 치지만, 이 영화는 94분이라는 러닝타임임에도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그 이유는 결정적으로 '박인애'의 회상과 중년 남성의 '도장 깨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플래시백은 분명 좋은 연출 방식임에는 틀림없지만, 과하게 사용될 경우엔 영화의 템포가 늘어지게 된다.

괜히 보면 내가 다 불편해지는 액션

놀랍지 않겠지만, <언니>의 진행 방식은 대체로 이렇다. '박인애'가 복수해야 할 남성을 발견한다. 그러면 일단 응징을 진행하고, 욕을 늘어놓는 남자 조연들을 흠씬 패고 나면 무언가 단서를 제공해준다. 단서를 받고 나면, 회상으로 '박은혜'가 성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또 등장한다.

 

그리고 '박인애'는 다음 단서를 쥐는 남성을 발견해 또 흠씬 두들겨 팬다. 마치 게임에서 'NPC'의 퀘스트를 발견하고 그 퀘스트를 진행하는 '유사한 과정'을 반복해서 보는 셈인데, 당연히 이런 속도로 자잘한 남성 조연들을 '잡몹'처럼 패고 다니니, 영화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언니>의 결말 부분에서는 '전설의 명작'인 <클레멘타인>(2004년)의 명대사인 "아빠, 일어나!"를 오마쥬한 것처럼, 비슷한 대사를 통해 다시 각성하는 '박인애'의 모습을 통해 눈물까지 나게 해준다.

 

또한, 마치 '미세먼지'로 가득한 세상을 보여주려는 듯, 누런 필터로 구성된 화면을 보여준 영화가 어느 순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 '대작에서 볼 수 있는' 하얀 배경으로 끝나는 것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언니>는 2019년의 시작을 제대로 알린 참으로 귀한 한국 영화가 될 것 같다.

 

2019/01/01 CGV 영등포

글 : 양미르 에디터

2019.01.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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