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를 써야 살아남는 이 영화, 뭘 보여주고 싶었나?

[컬처]by 알려줌

<버드 박스> (Bird Box, 2018)

안대를 써야 살아남는 이 영화, 뭘

출처 : 영화 '버드 박스' 이하 사진 ⓒ 넷플릭스

* 영화 <버드 박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 연말과 2019년 연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크게 세 작품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나는 2월 25일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몇 관왕에 오르는지가 궁금해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이며,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온 좀비 드라마로 전 세계에 "이 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해주는 <킹덤>이며, 마지막이 넷플릭스가 안대를 착용한 채로 위험한 행동인 일명 '버드 박스 챌린지'를 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까지 할 정도로 대중적인 현상을 일으킨 영화 <버드 박스>다.

 

물론, 넷플릭스 작품 중에는 "이걸 내가 끝까지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말을 할 정도로 안타까운 내용을 담은 것도 많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각각의 콘텐츠는 작품성을 겸비한 감독과 제작진, 출연진의 참여로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안대를 써야 살아남는 이 영화, 뭘

각 콘텐츠의 시청 데이터를 잘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가, 이례적으로 <버드 박스> 만큼은 첫 주에만 4,500만 계정이 관람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상 최고의 기록을 경신했다는 내용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버드 박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관람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이러한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성향을 빅 데이터를 통해 분석했고, 이를 활용한 마케팅 덕분이었다. 첫 장면만 놓고 봐도 이 작품은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해주기에 충분하다.

 

스타 배우, 산드라 블록이 등장하더니, 두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안대를 벗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구의 종말이 다가온 것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괴생명체'와 눈이 마주치면 사람들은 창문에 머리를 들이받거나, 자동차 사고를 낸다거나, 불구덩이로 뛰어가는 등 사지로 향하는 초반 시퀀스는 관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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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과 현재를 교차 편집해주면서, 조금씩 짜 맞추기를 진행하던 이야기는 관객에 따라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을 보여준다. 무언가 하다 만듯한 이야기로 끝을 냈다는 의견인데, 이 작품에서 괴생명체에 대한 정체는 제대로 보이지도, 밝혀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미스트>(2007년)나, <해프닝>(2008년), <콰이어트 플레이스>(2018년)처럼, <버드 박스> 역시 괴생명체의 습격을 통해 인간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클리셰 덩어리인 내용임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난만큼이나,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적 장치는 없기 때문이다.

 

작품에서 의미하는 '괴생명체'는 무형의 존재로, 인간의 '유혹'일 수도 있고, 동시에 무언가에 대한 '공포감'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유혹이라고 쓴 이유는, 흔히 "유혹에 눈이 멀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에서 착안했다.

 

'게리'(톰 홀랜더)와 같은 '사이코'들이 '괴생명체'를 보고도 '면역'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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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놓고 "'북한'이나 '이란'에서 이뤄진 테러 공격"을 의심하는 대사를 넣었기 때문인지, 현재 '일부' 미국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은연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무언가가 들렸다"라는 말과 함께, '말로리'(산드라 블록)에게도 들리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목소리가 후반부에 들려오면서 '내면의 공포'를 일깨워주려 한다. 그러나 '말로리'는 안대를 벗으라는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아이들에게는 '생존'해야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그리고 '말로리'가 도착한 장소는 '시각 장애인 학교'였다. '말로리'가 본 '시각장애인'들의 모습은 앞서 1시간 50분 동안 이어진 사람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비시각장애인'들에게는 '괴생명체'는 공포의 대상이었겠지만, 그 세상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변하지 않은, 그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모두가 미소를 띠고 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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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유혹' 자체에 눈이 멀 수 없었다. 그 순간부터 이들의 모습은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현실로도 치환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로 변화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이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한 것은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가 그러하듯 '사랑'과 '희망'이었다. 지나친 '욕망'은 '파국'이 되며, 각박한 인생에서 조금이나마 현실적이고 소박한 희망을 꿈꿔 사는 것에 대한 행복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작품의 제목인 '버드 박스'(새장)였던 이유도, 단순히 새들이 위협을 감지하는 의미에서 넣은 것뿐 아니라, 인간 역시 '유혹'이나 '공포'라는 '근원적 감정'에 갇힌 삶을 살아가며, 적어도 희망과 사랑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선 아니었을까?

 

글 : 양미르 에디터

2019.02.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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