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 막아야 하는 변호사 이야기 담은 실화 영화

[컬처]by 알려줌

<세인트 주디> (Saint Judy, 2018)


영화 <세인트 주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영화 <세인트 주디> ⓒ (주)미로스페이스, (주)태왕엔터웍스

1990년대 초,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 투옥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여성 교사가 있었다. 탈레반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 정치 조직으로, 잘못된 종교 해석으로 여성의 억압을 강조했다. 교사는 미국 망명 제도로 신변을 보호받으려 했으나, 미국은 '성차별에 의한 위협'은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박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사에게 추방 명령을 내린다.


교사가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다면, 그 교사의 가족이 '종교적으로 순결하지 못하다'라는 이유로 '명예살인'을 할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 그런 상황에서 변호사 주디 우드는 1994년,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에서 미국 망명법을 바꾼 변호를 진행한다.

주디 우드의 이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세인트 주디>는 '사건의 내용'만 유지되고, 작품의 배경 시기를 2003년으로 옮긴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전 세계가 '탈레반'이라는 이름을 인지하게 됐으며, 그 이후로 이민 관련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나온 선택으로 보인다.


작품은 '매튜'(피터 크라우즈)와 이혼한 '주디 우드'(미셸 모나한)가 아들을 데리고 캘리포니아 LA 로펌에 취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곳 대표 '레이'(알프리드 몰리나)는 한때 정의를 위해 '이민' 문제로 투쟁을 벌였던 변호사였으나,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생계를 위해 '비즈니스'를 우선시하는 인물로 소개된다.


'주디 우드'는 결국 독립 법률사무소를 차리게 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던 '아세파 아슈와리'(림 루바니)를 만난다. '아세파'는 여성도 배울 권리가 있다며,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탈레반에 저항한 교사였다. '아세파' 역시 돌아간다면, 가족, 특히 '부족장'인 아버지로부터 '명예살인'을 당할 가능성이 컸고, '주디 우드'는 '돈'과는 생계 없이 인권을 위해 미국 정부와 맞서기로 한다.


그 사이 영화는 여러 인물의 '단편적' 혹은 '입체적' 성격을 보여주면서, 단순히 남과 여의 전쟁이라는, 젠더의 이분법에서 선악을 나누지 않고, 여성 간에도 연대와 대립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작품은 '주디 우드' 법률 사무소의 인턴 출신으로 로스쿨 입학 이전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드미트리 포트노이가 각본을 맡았다. 그는 공산주의로부터 박해를 받아 미국으로 이주한 '난민'이었기 때문에,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그는 약 2년 동안 1만 페이지에 이르는 법정 녹취록을 조사했다.


그리고 2003년으로 시대가 옮겨진 만큼, 9.11 테러 이후 시대 상황까지 철저히 검증한 후에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단순히 '남성 구원자', 혹은 '백인 여성 구원자' 서사에서 극을 마무리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올바름'을 선사한다.


<세인트 주디>는 국내에서는 차기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인 2020년 7월 말에 개봉했으나, 미국에서는 2017년에 촬영되어 2018년 LA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후, 2019년 봄 개봉을 진행했었다. 심지어 작품이 기획된 2016년은 미국 대선이 이뤄진 시기였다.


당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망명법을 뒤집은 주디 우드와의 의도는 반대로, 반이민 정책을 고수했다. 당선 이후, 전 법무부 장관인 제프 세션스는 이민항소위원회(BIA)가 인정한 엘살바도르 가정폭력 피해자 여성의 망명 신청을 뒤집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세인트 주디>에서는 정부 이민 변호사 '벤자민'이 자신이 있던 곳이 이민귀화국(INS)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 개칭됐다며, 사람을 세관에 신고해야 하는 '물건' 취급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남긴다.


이는 인권에 맞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벤자민'을 연기한 커먼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전기 영화인 <셀마>(2014년)의 주제가 'Glory'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고, 그 노래로 인권에 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것을 떠올려 볼 때, 적재적소의 캐스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작품을 위해 '아세파'를 연기한 팔레스타인 출신의 배우 림 루바니 역시 '물건' 취급을 받으며, 미국에서 촬영을 진행해야 했다. 하필이면 촬영을 앞두고 미국 내 이슬람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 이는 2017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세일즈맨>의 이란 출신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상을 받기 위해 입국을 하지 못한 시기와도 맞닿아 있었다.

다행히 제작진은 미연방 하원의원 아담 쉬프의 도움을 통해 무사히 림 루바니의 입국 및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림 루바니는 실제 '아세파'가 당한 상처는 아닐지라도 비슷한 심경의 연기를 펼쳐냈다고.


<세인트 주디>는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주디 우드의 실제 모습을 통해 막을 내린다. UN 인구기금이 공식 발표한 연간 명예살인 사망 여성 피해자는 약 5,000명이고, UN 여성기구가 추정한 '비공식' 연간 명예살인 사망 여성 피해자는 약 20,000명에 달한다.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이유로 '창녀'라는 이미지를 받아 가며 영혼과 몸이 부서져 간 이들을 향한, '성녀(세인트)' 주디 우드의 이야기는, 그래서 실화이면서, 또한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이기에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2020/08/01 CGV 여의도

글 : 양미르 에디터

2020.08.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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