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3천만 달러 넘게 쓴 비운의 전쟁 대작, 다시 왔다

[컬처]by 알려줌

출처 영화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컷> ⓒ (주)영화사 오원 

<킹덤 오브 헤븐>은 <글래디에이터>(2000년)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석권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역작 중 하나다. <글래디에이터>를 언급한 이유는, 1950~60년대에 대규모 예산과 엑스트라를 동원해 촬영한 <십계>(1956년), <벤허>(1959년), <클레오파트라>(1963년) 같은 작품들이 점차 사라지던 할리우드에서 '대형 서사극'의 부활을 알린 인물 중 한 명이 리들리 스콧이었기 때문.


본격적으로 CG가 작품에서 중요한 힘을 발휘한 이 시기에서 <글래디에이터>의 성공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트로이>(2004년), <알렉산더>(2004년) 같은 '대서사시'의 제작을 가속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전쟁 영화 <블랙 호크 다운>(2001년)과 앞서 언급한 두 작품에 출연한 올랜도 블룸을 주연으로 맞이해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한 <킹덤 오브 헤븐>을 제작했다.


'십자군 전쟁'은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이슬람교도들로부터 탈환하기 위해 8차에 걸쳐 감행한 종교 전쟁이다. 영화는 200년 이상 이어진 십자군 전쟁 중 3차 십자군 원정을 촉발시킨 예루살렘 공방전 '하틴 전투' 전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실의에 빠져 살고 있던 '발리앙'(올랜도 블룸)은 예루살렘에서 잠시 돌아온 십자군 원정대의 지도자 '고드프리'(리암 니슨)가 자신의 친부임을 알게 된다. 예루살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벨린'의 영주, '고드프리'는 '발리앙'에게 함께 예루살렘으로 떠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다.


이에 '발리앙'은 아내와 자신의 죄를 씻을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십자군 여정에 합류한다. 아버지가 죽은 뒤 기사 작위를 받아 예루살렘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블랭'의 영주가 된 '발리앙'은 약자를 보호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이상의 세계 '킹덤 오브 헤븐'을 꿈꾼다.


사실, 십자군 전쟁은 그동안 수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이 영화화를 꿈꿨지만, 그 방대한 스케일을 소화해낼 자신이 없어 감히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던 금단의 소재였다. 훗날 <디파티드>(2006년)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은 작가 윌리엄 모나한은 '십자군 전쟁'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예루살렘에 세워진 라틴 왕국, 특히 '보두앵 4세'(에드워드 노튼) 시기에 심취해 있던 그는 십자군 진영과 이슬람 진영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진, 부분적으로는 휴전 상태에 들어가 각자의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이 시기를 배경으로 '트리폴리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이를 본 리들리 스콧은 작가와 의기투합하며 프로젝트를 출발했다. 작가는 수 세기에 걸쳐 쓰여진 일방적인 해석을 피하고자, 역사학자들에게 직접 설명을 들어가면서, <킹덤 오브 헤븐>을 위한 주요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감독에게 '보두앵 4세'와 '살라딘'(가산 마소드)이 다스리던 예루살렘과 왕국을 수호한 젊은 중세 기사에 초점을 맞춘 스토리를 제안, 낯선 이국땅에서 종교적 열정으로 십자군에 참가한 유럽의 기사들의 매혹적인 에피소드를 완성했다.


CG가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에서 활개를 피긴 시작했으나,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진정한 스펙터클은 바로 인간의 생명력으로 완성된다"라고 믿었다. 그래서 대규모 전투 장면을 촬영하면서 컴퓨터가 일괄적으로 만들어내는 그래픽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부분 군중 장면에 실제 사람을 투입했다.


350명의 건축가가 투입됐으며, 28,000 평방 미터가 넘는 성벽 제작을 위해 6,000t의 석고가 소비되기도 했다. 12세기 욕조를 비롯해 갑옷과 투구, 수많은 무기, 화살, 검과 방패 등을 제작하기 위해 소품 담당자는 80명의 장인과 함께 직접 소스를 구하러 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결과물에서 나온 영화는 흥행과 비평 모두 썩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로튼 토마토 지수는 서사의 깊이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39%(평균 평점 5.55/10)를 기록했고, 약 1억 3,000만 달러의 제작비 '자체 환수'에만 급급했던 박스오피스 성적(약 2억 1,812만 달러)을 보여준 것.


그렇지만 144분의 극장 상영 버전이 아닌 약 50분이 추가된 감독판이 2006년에 DVD로 공개되면서, 떨어진 극의 깊이감은 어느 정도 채워지게 됐다. 극장 상영 버전과 비교해 가장 많이 추가된 부분은 바로 주인공 '발리앙'의 서사였다. '발리앙'이 가진 신념과 그에 따른 고뇌에 대한 자세한 전사가 공개됐던 것.


여기에 '보두앵 4세'의 누이이자 예루살렘 왕국의 공주인 '시빌라'(에바 그린)의 이야기 역시 많은 부분 추가됐다. '시빌라'의 아들은 '보두앵 4세' 사망 후 왕위를 계승하지만, 곧 그 역시 선왕과 같은 나병을 앓고 있음이 밝혀진다.

'보두앵 4세'가 처절하게 병마와 싸우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누구보다 병의 잔혹함을 잘 알았던 '시빌라'는 억장이 무너진 가운데 결국 아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시빌라'의 서사가 추가면서, 왜 '시빌라'가 생기 넘치던 전과 달리 칩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시빌라'에게 벌어진 비극에 대한 공감을 끌어낸다.


한편,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역사적 사건을 차용해,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진정한 평화의 개념을 되짚어보고자 했다. 영화는 신의 이름 아래 펼쳐진 종교적 다툼 속에 배제되어버린 인간애를 모순적으로 나타내며,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예루살렘이 무엇이냐"는 '발리앙'의 질문에 이슬람의 지도자 '살라딘'은 "아무것도 아니지, 전부이기도 하고"라고 말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드러낸 대사로, 현재 진행형인 종교 전쟁을 향한 리들리 스콧의 깊은 고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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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미르 에디터
2020.11.1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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