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모든 것이 조작된 북한의 실상을 들춰내다." 영화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지난 해 나는 교양 과목으로 남북한 통일 관련 수업을 수강했다. 수업을 들을 당시 이 영화가 제작된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었는데, 종강 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게 되었다. 그러다 파일 정리를 하면서 북한 문제들을 떠올려보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가 극복해 나가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 의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 영화를 찾게 되었다.

 

영화 <태양 아래>는 러시아와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게 된 다큐멘터리이다. 그 속에는, 북한 평양 주민들의 일상과 오디션을 통해 만나게 된 주인공 ‘진미’의 생활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진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놀라운 사실은 제작진이 촬영한 진미의 생활이 모두 조작된 것이라는 점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 진수성찬이 차려진 밥상, 촬영 때 마다 보이는 경호원들. 사사건건을 지켜보는 태양 아래, 평양이라는 세트장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행복마저 조작된 이 곳, 과연 그들은 행복할까.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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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반적으로 회색조의 어두운 톤을 띄고 있어 침울해 보인다. 카메라는 주민들의 보람차고 희망이 가득한 하루들을 담고 있지만 결말까지 차마 웃을 수 없었다. 심지어는 영화 시작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의 실상이 느껴졌다.

 

어색한 세트장 같은 집에서 진미의 아버지가 김치를 많이 먹으라며 김치의 효능을 설명하는 대사가 끝난 후, 카메라 앵글에 누군가가 등장하여 대사와 자세를 지시한다. 감독은 이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이라는 것을 담아내고자 하였다. 촬영 전에 카메라를 켜 두거나 촬영 후에도 끄지 않고 그대로를 담아냈고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정말 영화 같은 생애를 산다. 마치 모든 것이 짜여진 각본인 듯 보였다. 앵글 밖에선 늘 누군가가 그들에게 명령하고 지시했다. 주인공은 진미가 아니라 위대하신 수령님 같았다. 모든 대사는 “경애하는 대원수님 ∙∙∙ “으로 시작한다. 자신들의 적인 왜놈, 지주놈 등은 하찮은 복수의 대상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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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말 하나하나까지도 세뇌 당한 어린 학생들의 모습들은 충격적이었고, 그들은 사고할 자유 조차 잃었다. 생활의 곳곳에 인권유린의 실태를 읽을 수 있었다. 보여주기식 다큐멘터리를 보는 동안 장면 하나하나를 담지 않을 수 없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이 어디 하나 빠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짜 현실은 영화 밖에 있었다. 감독은 그 영화 밖 현실을 담고자 했다.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 당국은 선정한 장소에서 영화 촬영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렇게 꾸며진 곳에서, 등장 인물 역시 현실과 다른 꾸며진 역할로 연기했다. 아버지는 기자에서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식당 종업원에서 두유공장 노동자로 둔갑했다. 영화 도중 실제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거짓없는 눈빛들이 카메라에 담기기도 했다. 북한 노동자들의 희망 없는 눈빛과,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연극에 지친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영화 내내 보여지듯, 우리와 다른 생활 양식들과 말투들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같은 언어지만 자막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나의 국가에서 이제는 양국으로 나뉘었고, 단절된 소통으로 인해 인식의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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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들의 머리와 꼬리는 위대하신 장군님의 덕이고 은혜였다. 실제로 그들이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들을 할지 궁금했다. 영화 후반부의 인터뷰에서, 진미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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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북한의 현실을 담다, 태양 아래

좋았던 것은 잘 모르겠지만, 어떤 시를 떠올려보라는 말에 외웠던 것을 줄줄이 내뱉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다. 북한의 획일화된 생애들은 참혹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들을 눈 가리고 아웅할 순 없을 것이다.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북한의 실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성지윤 에디터 wldbs96_@naver.com]

2017.07.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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