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무엇을 배우고 싶나요?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2006년에 개봉한 영화, 억셉티드 (Accepted). 유튜브영상을 보다 우연히 찾아낸 영화였는데 모두 좋은 영화라고 리뷰라고 하여 보게 되었다.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대학을 총 8군데나 떨어진 남자주인공 바틀비가 부모님을 속이기 위해 대학교를 거짓으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갑자기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바틀비가 만든 학교가 진짜인줄 알고 입학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생기는 일들을 영화가 담고 있었다.

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주인공 바틀비는 고등학생 때부터 꽤 말썽 좀 피워본 인물이었던 것 같다. 영화 초반에 바틀비는 고등학교 졸업 전 친구들에게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주고 있다가 교감선생님에게 걸리는데 그는 합창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재치 있게 위기를 모면한다. 그러나 이렇게 똘끼(?)있는 그에게는 엄한 부모님이 계셨는데 그가 마지막 대학마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들의 인생이 망했다며 매우 침울해한다. 그러곤 그의 여동생처럼 중학교 때부터 SAT (한국으로 치면 수능)를 준비했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을 떨어진 바틀비가 가장 상심했을 텐데 부모님은 아들의 꿈보다는 자신들의 명성을 내세우며 다른 자식들과 비교를 서슴치 않고 한다. 그래서 바틀비가 대학을 만들었다. 부모님의 눈치를 피하기 위해서 만들기 시작했던 학교였으나 점차 학교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간다.

1. 대학을 안가면 실패자?

이 영화는 대학을 안가면 실패한 사람이라는 공식을 깨트리고 교육과 대학의 목적을 재미있게 풀이했다. 바틀비는 대학을 모두 떨어진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부모님에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아인슈타인도 있지 않는가, 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그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대학을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 많다. 아인슈타인처럼 천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만큼 돈도 벌고 자신의 꿈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모님 세대에는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찾고 돈도 많이 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지만 진정한 사회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바틀비 부모님의 생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다 동일한가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학 안 나온 사람을 찾기 힘들고, 중국에서도 자식들을 유명 대학교에 모두 보내고 싶어 한다.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을 경우, 마치 인생이 망한 것 마냥 절망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정말 대학 입학이 내 앞으로의 인생을 모두 결정할까? 글쎄, 바틀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얘기해주고 있다.

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바틀비가 만든 학교에 모인 300명들의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바틀비는 ‘이 학교는 가짜입니다’라고 얘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잔뜩 기대를 머금은 얼굴들, 생기 있고 희망을 찾은 듯한 표정을 지은 학생들에게 차마 바틀비는 가짜학교라고 말하지 못한다. “다른 대학교에 붙은 사람?”이라고 물어봤을 때 모두가 손을 내리는 것을 보고 바틀비는 동병상련의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학교에 온 걸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라고 외친다.

 

아마도 그는 왜 어른들은 대학을 안 가면 모두 실패한 사람으로 보는가에 대해 오기를 느끼고 계속해서 학교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 이 학교에 온 사람들은 어딘가 조금 부족하다. ADHD 증상이 있는 학생, 아이큐가 조금 모자란 학생, 스케이트보드에만 미친 학생들 등등 사회에서 낙오자라고 분류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학에 떨어진 것이지 하고 싶은 것이 없거나 꿈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대학은 가야하는데 그들과 맞는 마땅한 대학이 없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루저들의 학교라고 볼 수 있으나 그들은 그들이 직접 자신의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었고 공부만 했던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자신의 적성, 잠재력을 발견하고 스스로 키워나간다. 아이큐가 조금 모자랐던 친구는 바틀비의 학교에서 요리에 잠재력을 발견하고 실험을 통해 점차 나아지고 있었다. 이처럼 모두 하나씩 자신만의 능력과 창의력을 대학에서 펼치고 있었다.

2. 진심으로 배우고 싶은 것

미국에는 아이비리그라는 명문대학교들이 있다. 예를 들면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등등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학교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서성한중경외시’ 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일명 SKY 라고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제외하고 그 다음 순서로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중앙대,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로 나열을 한 것이다. 대학순위를 이런 식으로 정해놓은 건데, 나 또한 이 순위가 진짜라고 믿었고 이 밖의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낙오자가 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 3 입시 때 서강대에 최종 불합격을 받고 다른 대학교에 합격하게 되었는데 대학 순위에 밀린 학교에 합격했다고 우울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막상 대학에 들어가면 그딴 순위 다 필요 없는데, 진짜 하기 나름인데, 누가 만들어놓은 말도 안 되는 순서에 집착하고 있었더랬다.

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대학은 고등교육을 넘어선 전문교육을 제공하는 곳이다. 더 넓은 지식과 이를 바탕으로 당장 앞에 있는 취직보다 더 커다란 꿈을 꿀 수 있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그런데 요즘 한국 대학들 보면 다들 취업 잘되게 해주는 대학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 실제 대학을 홍보할 때 취업률 몇 퍼센트라는 식으로 내세우며 명문학교라고 칭한다. 또한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의대가 있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학교 종합 순위만을 비교하며 홍보한다.

 

전공, 교양, 외국어 수업 등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지만 내가 정말로 배우고 싶었던 과목들은 있는지 혹은 그 과목들을 내가 들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내 생각이다. 영화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된다. 바틀비가 좋아하는 여자 주인공 모니카는 하몬대학이라는 명문 대학에 들어가는데 그녀는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지만 사진전공자가 아니어서 정말로 마음이 가는 수업을 못 듣게 된다. 대신에 자신이 평소에 관심 없었던 라틴어나 역사 등의 교양 과목을 배우러 가야한다며 한숨을 쉰다. 대학이 정말로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했던 바틀비는 하몬대학으로 몰래 들어가 수업을 듣는데 학생들이 졸고 있는 경제수업, 스피커로만 흘러나오는 교수님의 목소리로 진행되는 위성수업 등을 보며 과연 대학이 학생들의 학문적인 욕구와 그들의 관심사를 충족해주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점을 품는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 교수가 되고 이와 동시에 학습자가 되는 시스템을 시도해본다. 큰 칠판에 각자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적게 하여 그것 자체가 수업이 되는 형식으로 만들었다. 예를 들면 편하게 쉬면서 걷기, 요리실습, 외국인 여자친구 만들기 등등 터무니없는 것들을 꽉 채워나간다. 이런 과목들이 실제 대학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처음에는 의문점이 들었지만 점점 이러한 수업들을 통해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하는 학생들은 명상을 통해 여유를 갖고 자신을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요리 실습 수업을 통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맛있는 음료나 빵을 구워내고, 나무 깎기 수업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살려내기도 한다. 물론 전공 같은 전문적인 지식은 얻기는 힘들겠으나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만들어 내고 열정적으로 임하면서 학생들은 점점 자신의 꿈에 가까워진다.

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바틀비 학교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적어 놓은 보드

대학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이 아니다. 대학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처럼 의무교육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이 대학교를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회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요구하고 학위가 있는 사람들을 더 우대한다고 할 때 우리는 아무 의심 없이 당연히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속 바틀비처럼 가짜 대학교를 만들 수 없다 (한국은 땅도 없을뿐더러 만약 이런 가짜 대학교가 만들어졌을 경우 지역 위원회가 아닌 국가적 이슈로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정말로 대학을 가야한다면 학교가 아닌 정말 내가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지에 대해 먼저 깊이 탐구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히 ‘나는 회사에 들어가 평범하게 살거야‘ 가 아닌 이 사회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보고, 내가 몰랐던 분야를 한 번 공부해보고,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

 

대학은 취업학교도 아니고 취업수단도 아니다. 대학을 나와서 유식하고 나오지 않아서 무식한 것도 아니다 (간혹 ‘역시 대학을 안나오니까 욕먹을 짓을 하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대학 나오고 안 나오고와는 상관없다. 결국 다 평소의 언행과 인성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회에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대학이다. 등록금도 어마마한데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하고 대학생 신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

3. 교육의 목적

대학문제가 나왔으니 교육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 안 해 볼 수가 없다. 누가 나의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결정할까? 그건 부모님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이다. 배우는 것에는 왕도가 없다. 영화 ‘언 에듀케이션 (An Education)’에서 17살 제니는 교장선생님에게 “무조건 배우라고 하지만 말고 왜 배움이 필요한지 이야기 해달라” 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이 모두 공감하는 문제이다. 왜 영어와 수학을 배우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 그저 대학 잘 가려고, 그게 자신의 목표라고 하는 학생들에게는 생기가 없어 보인다. 교육에는 정석이 없다. 정해진 길이 따로 없기 때문에 학생들 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영화 ‘디태치먼트(Detachment)'에 등장하는 임시교사 같은 선생님들이 등장해서 절망에 빠진 아이들을 구해주고 이들의 잠재력을 믿어주어야 한다. 자신의 꿈과 잠재력을 확인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똑같다. 졸업이 다가오면 무엇을 할지, 어디에 지원해야할지 갈 길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억셉티드(Accepted), 당신은

두 영화 모두 '교육'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보기를 추천한다!

그래서 교육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범대생도 아니고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그저 한 명의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교육은 내가 원하는 것을 더 배우는 것, 내 인생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대학은 그런 교육의 한 과정일 뿐이다.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평생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발전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은 항상 논의되어야 하고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일 생각해야한다. 오늘 수능이 끝났다. 일주일 미뤄진 수능이었지만 고3에게는 가장 큰 산을 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대입이 끝이 아님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수능 망했다고, 대학에 입학 못했다고 인생이 망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이든 괜찮다고,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떤 길을 가든 정답은 없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믿은 대로 끝까지 그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수험생 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민아 에디터 95mina@naver.com

2017.11.2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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