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에서 태어난 프로듀서, 우자의 음악 Part 1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일렉트로닉 프로듀서가 되기까지

거의 15년 전 즈음인 것 같다. 그 시기의 나는 밴드 음악에 빠져있었고 특히나 거친 디스토션 사운드의 메탈 음악들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신디사이저 소리를 사용해 락이면서도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댄서블한 음악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스키조 같은 밴드들. 나는 그런 음악을 매일 들었다. 그리고 그 시절이 지나가자 우리나라의 그 어디에서도 그런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최근엔 SNS를 기반으로 온라인을 통해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알려지는 경우들이 있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아티스트들이 생기는 것도 신기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오늘 만난 그녀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체코 라디오원 주간차트 2위. 2018 체코 라디오원 차트 결산 종합 15위. 독일 아이튠즈 일렉트로닉 차트 9위.

 

그리고 어렸을 때 듣던 음악을 다시 떠올리게 한 것도 그녀의 음악이었다.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열두 번째 주인공인 우자(UZA)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우자(UZA) : 안녕하세요. 일렉트로닉 싱어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우자(UZA)입니다.

 

Q. 지난 2월 두 번째 솔로 앨범인 <NEUTRAL>이 나오고 한창 활동 중이실 것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A. 우자(UZA) : 올해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서 라이브 셋 준비를 하고 있어요. 솔로 셋이랑 우자&쉐인 셋을 정리 중이에요. 우자&쉐인 EP 2집을 준비 중이고요. 올해 좀 바빠질 것 같아서 라이브 셋 준비를 많이 하고 있어요.

Q. 우자 님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싶어요. 어떤 일들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을까요?

 

A. 우자(UZA) : 고1 때부터 입시를 시작하면서 음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인생이 음악으로만 보낸 시간 같아요. 음악을 한 지 10년이 넘어가니까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거의 외길 인생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에는 전업 뮤지션이 되는 게 많은 분들의 소망이 되기도 하잖아요. 저도 예전에 전업 뮤지션이 아니었을 때 20살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던 초창기 시절이 있었어요. 그때는 별의별 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카페 알바 같은 일부터 은행 청원경찰 같은 일도 했어요. 녹음실을 다니면서 가이드도 하고 오투잼 같은 게임에 목소리 더빙 알바도 했었어요. 보컬 출신이다 보니 녹음하는 알바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음악을 놓지 않고 있다가 보니 어느 순간 뿅, 하고 음악만 할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의 삶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엄청 좋아했었어요. 부모님이 음악을 많이 틀어 놓으시고 콜렉터처럼 음악을 들으셨어요. 그래서 가요를 들을 일이 많지 않았고 아무래도 부모님에 80년대 대학생활을 하신 분들이라 80년대의 팝과 락, 일렉트로닉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샤키라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팝스타들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Dike : 역시 환경이 중요하네요.

 

우자(UZA) :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부모님이 미술을 하시는 분들이 환경이 시각적인 부분에 가곤 하잖아요. 저는 음악으로 간 것 같아요.

우자 & 쉐인의 'X You'

Dike : 입시부터 대학교 시절까지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우자(UZA) : 입시 때는 모두가 같겠지만 집 - 학교 - 학원의 반복이었어요. 입시를 시작하게 된 건 대전에는 실용음악 지망생이 거의 없었는데 어쩌다가 같은 반의 친구의 오빠가 실용음악과 입시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때는 부모님이 반대를 하셔서 미술학원을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얘기를 듣자마자 홀린 듯이 ‘그 학원 어디야?’라고 그 학원을 물어봐서 바로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어요. 그리고 집에 가서 바로 실용음악 학원을 다니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그때는 마음속에 음악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열망이 있어도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어려서 몰랐고 부모님도 음악에 관련된 직종이 아니시고 그냥 좋아하는 경우라서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누가 알려주니까 길이 갑자기 확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마음 놓고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래서 입시를 시작했을 때는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마음 놓고 직업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음악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저는 딥한 사람이 아니라서 학원을 재밌게 다녔어요.

처음엔 보컬로 준비를 하다가 곡을 쓰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싱어송라이터과를 준비하게 되었어요. 수시 시험을 보기 전에 제가 만든 곡들의 MR을 8곡 정도를 다 만들어 놓았어요. 전부 학원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있었는데 시험 보기 2일 전에 누군가가 파일들을 다 지워놓았어요. 가장 못 만들었던 2곡만 남아있었고 나머지는 휴지통 비우기까지 되었더라고요. 저는 그때 19살이었고 세상 물정도 몰라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해악을 끼칠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어요. 복구하는 법도 모르고 시간도 없었으니까 제일 못 만든 트랙으로 입시를 망하고 왔어요. 그렇게 충격을 받고 재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다 놓고 있었어요. 그런데 보컬로 백석예대를 붙었어요. 저는 무조건 원하던 학교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부모님이 20살에 대학생활을 누리는 기쁨은 나중엔 못 느낀다고 반수를 하더라도 학교를 가라고 하셔서 입학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고 밴드 활동을 하다 보니 재수할 생각이 싹 사라져서(웃음) 내 음악을 빨리 해서 필드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밴드 활동은 진짜 친한 친구들과 시작을 했었고 그 밴드의 이름이 우자(UZA)였어요. 저희가 그때는 다들 좋아하는 음악이 브릿팝, 브리티쉬 모던락이 한창...(웃음)

 

Dike : 한창 유행할 때였죠. 저도...(웃음)

 

우자(UZA) : 맞아요. 그래서 저희도 영국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었는데 다들 어리고 팀이 생기면 그 안에서 각자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잖아요. 저는 음악 말고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친구들이 저와 같지 않을 때, 특히 악기를 하는 친구들은 프론트맨이 아니니까 다른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온도 차이들이 있어서 2, 3년 정도 재밌게 하다가 자연스럽게 해체가 되었어요. 그래서 이름을 제가 가지게 되었어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할 때는 첫 회사가 있었는데 계약이 끝나고 나서 1년 정도를 다른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으려면 실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시는 그런 시달림을 겪고 싶지 않아서 혼자 힘으로 갈 수 있는 곳까지는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1년에서 1년 반 정도를 활동을 멈추고 쉐인과 함께 작업실을 구해서 들어갔어요. 그리고 프로듀서가 해야 할 일들을 공부하면서 사람들도 많이 안 만나고 외부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컴퓨터 앞에만 있었어요.

 

그 시기가 저에게 엄청 큰 밑거름이 되었어요. 저에게 이제 막 시작하는 친구들이 배우러 오거나 물어보는 일이 있으면 항상 얘기해요. 좀 꼰대 같기는 한데 뭔가를 프로페셔널하게 하려면 1년은 매일 밤마다 울어야 한다고 얘기하곤 해요.(웃음) 왜냐면 그때 1년 간 작업실에만 있으면서 아무리 시퀀서를 오래 다뤘어도 완전 디테일하게 프로듀서의 시각으로 음악을 만든 적은 없어서 사운드를 디자인하고 신디사이저를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웠었어요. 욕심은 있는데 뇌가 잘 안 따라주면 속상하잖아요. 그래서 밤마다 속상하고 자존감이 바닥이었어요. 도건이는(쉐인) 더 빨리 익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해가 안 될까, 하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 딱 깨달음이 와서 그때부터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Dike : 주변 분들을 보아도 프로듀서를 하는 분들은 모두 이런 시간이 있는 것 같아요. 얘기해보면 다들 그런 말을 하거든요.

 

우자(UZA) : 맞아요. 무조건 보내야 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Q. 그럼 본격적으로 음악 이야기를 시작해볼게요. 사실 지금 너무 기대가 돼요. 우자 님의 음악이 너무 제 취향이어서 꼭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요. 처음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시작하셨잖아요. 중간에 하는 음악의 장르가 확 바뀌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 신기한 경우인 것 같아요.

 

A. 우자(UZA) : 드문 경우라서 저도 열심히 생각해본 부분이에요. 다른 걸 하다가 전향을 해서 쭉 한길을 택한 것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을 했던 것에서 오는 장점을 생각하지 못하고 열등감이 많이 있었어요. 그 열등감 때문에 저 몰입해서 공부를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80년대 밴드 음악을 많이 들어서 락스타가 되는 게 원래의 꿈이었고 그렇게 어린 날을 보냈는데 밴드가 해체되고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닌데 뭔가 같이 음악을 하는 관계를 시작하려면 멀리 보고 가야 하잖아요. 사람은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니까 그런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사람과 같이 음악을 해야 하는 것에 회의감이 있었어요. 제일 친한 친구들과 하고도 해체가 되니까요. 그래서 사람과 같이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생각하는 것을 다 표현하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해서 프로듀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어떤 장르가 싫어지고 어떤 장르가 좋아진 이유가 아니라 혼자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렇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쉐인과 함께 하고 회사를 만나면서 다시 사람들과도 같이 잘 일하고 있어요.(웃음)

 

Q. 싱어송라이터 시절의 자료들이 많지 않아서 유튜브에 있는 몇몇 공연 영상들로만 확인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의 음악하고 꽤 공통분모가 많더라고요. 같은 사람이 하는 음악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웃음)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요?

 

A. 우자(UZA) : 아무래도 같은 감성과 음악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다니까 그런 것 같아요. 80년대 음악과 옛날 것에서 더 감흥을 받는 사람이라는 점? 그런 사람이라는 게 꾸준히 가는 것 같아요. 갈수록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싱어송라이터에서 전자음악을 하면서 비슷하지만 좀 더 포괄적인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파트나 장르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는 카테고리가 정확하게 나눠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니까 여기도 포함될 수 있고 저기도 될 수 있는데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을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슬프다고 생각하다가 점차 활동을 하면서 그런 점 때문에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전향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Q. 재밌는 건 그때 당시에 신촌에서 버스킹을 하시면서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을 부르셨을 때 그 공간에 제가 있었더라고요.(웃음) 그 시기에 저는 자주 신촌에 갈 일이 있었어서 영상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영상에서 공연 부분에서는 몰랐는데 멘트를 듣고 기억이 났어요. 그 시기에 활동을 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A. 우자(UZA) : 당시에 신촌에서 <고백> 같은 살랑살랑한 곡을 부르고 있을 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제가 어리고 음악 산업에 대한 물정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주변에서 저를 발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분들이 저를 많이 통제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저는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 당시엔 주위의 나이가 많이 있으신 음악 하는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꽤 있었다고 느꼈었어요. 저는 꿈이 있고 생각한 그림들을 펼치고 싶었는데 그게 다 부정당하고 ‘몰라서 그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고 생활도 통제를 당하는 상황이 있다 보니까 건강도 많이 안 좋았어요. 그래도 그 시기 덕분에 강한 멘탈이 생긴 것 같아요.

 

재밌었던 기억은 버스킹을 많이 할 때 신촌에 명물인 고양이탈 알바생과 친해졌었어요. 그래서 버스킹 할 때마다 그 분과 인사를 하고 나중에는 같이 놀고 밥 먹고 친구가 되어서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버스킹을 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버스킹 장비를 들고 다니면 무거우니까 혼자 낑낑대고 있는데 산책하는 외국인이 와서 도와주고 그러다가 같이 친구가 되고 아직까지 친구예요.

 

Q. 이때 활동했던 곡들을 나중에라도 다시 들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I didn't>이나 <Mivida> 같은 곡들을 나중에 완전히 편곡된 음원으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 우자(UZA) : 편곡을 잘하고 싶은데 예전 곡들을 건드리는 게 힘들더라고요. 예전 곡들 살리고 싶어서 작업을 하려고 하면 예전의 그 마음이 아니다 보니 편곡이 잘 안되더라고요. 제가 아직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라도 그때 썼던 곡들만 모아서 앨범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리얼 세션을 데리고 할지 지금처럼 전자 음악으로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추억이 다 들어있어서 버리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자 & 쉐인의 '아른' @배민라이브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박형주 에디터

2022.01.2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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