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햅번, 미모보다 더 돋보이는 내면의 아름다움

[컬처]by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대중에게서 받은 많은 사랑을 다시 되갚은 배우

오드리 햅번, 미모보다 더 돋보이는

최고의 미녀 배우 하면 거론되는 몇몇 배우들이 있다.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 비비안 리 등, '외모로 우수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마음 속에 반사적으로 오드리 햅번이 떠오른다. 사실 배우나 가수 등 연예인을 바라볼 때 그의 성품과 커리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법을 어겼거나 부도덕한 행태를 보인 연예인의 작품에 대해서는 나름의 보이콧을 하지만, 반대로 성품이 좋다고 느껴지는 스타들은 괜히 본업도 잘 하는듯이 생각된다. 아마도 나의 미의 기준은 내면에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최고의 미녀 배우는 오드리 햅번이다. 외모 또한 아름답지만, 햅번을 떠올릴 때면 특유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그녀가 실천했던 선행이 먼저 연상된다.

오드리 햅번, 미모보다 더 돋보이는

햅번을 처음 화면에서 보았던 것은, 한때 빈티지에 꽂혀 고전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질 때였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오드리 햅번을 접하게 된 처음 영화였는데, 고급 보석 상점 티파니를 바라보며 아침으로 빵을 먹는 장면은 흔히 보았을 것이다. 'Moon river'가 잔잔하게 깔리고, 한껏 치장한 햅번과 티파니만 보면 참 로맨틱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빵으로 끼니를 그 앞에서 때우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찬 주인공 역할을 맡은 오드리 햅번의 연기에서, 허영심 대신 '푼수떼기' 같은 매력을 보았다. 이후 왕실의 격식있는 생활에 지친 앤 공주를 연기했던 '로마의 휴일'에서도 꾸며내지 않은 천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골 아가씨가 어투를 교정하며 귀부인으로 변모해가는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는 자연스러움을 넘어 우악스러운 연기까지 소화하는 햅번에게서 고상한 그녀의 외모와 대비되는 반전 매력까지 찾았다.

오드리 햅번, 미모보다 더 돋보이는

그런데 이렇게 햅번의 훌륭한 연기로만 그녀를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드리 햅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그녀가 노년에 실천했던 많은 선행들이 생각나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 일을 시작하기 전인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햅번은 나치의 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했다. 많은 유대인들이 수용소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가장 그녀의 마음을 심란하게 한 것은 아버지가 바로 나치 당원이라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이후 배우가 되어 유명세를 누릴 때 '안네의 일기' 시나리오가 햅번에게로 왔지만, 햅번은 탄압에서 살아남은 자신이기에 13살의 나이에 죽어야만 했던 안네 역할을 거절했다. 아마도 죄책감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것의 연장선인지는 몰라도 햅번은 은퇴 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세계 구석구석 아픈 공간들을 찾아가 구호활동을 벌였다. 내전과 전염병 등으로 물든 곳에서 현지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슬픔을 나누고, 상처를 보듬어주려 노력했다. 햅번은 몸이 아픈 와중에도 열성적인 구호활동을 벌였고, 결국 대장암 판정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단순히 햅번이 아버지의 나치 부역에 대한 죄책감만으로 선행을 했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햅번의 연기에서는 털털한 매력을 느꼈을지 몰라도 그녀의 내면은 예민하고 풍부한 감수성으로 꽉 차 있었던 것 같다. 한 손은 나 자신을, 다른 한 손은다른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라는 유언과 더불어 햅번의 가치관이 드러난 그녀의 말이 있다. "죄 없는 어린이가 지옥과 다름없는 곳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편히 호텔에 앉아 페트병에 든 물을 마실 수 있겠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이건 저의 희생이 아니라, 제가 편해질 수 있도록 어린이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오드리 햅번, 미모보다 더 돋보이는

햅번의 아들은 우리 나라에 와서 팽목항 근처 '세월호 기억의 숲'의 조성에도 힘을 보태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비극을 목격하고 반복을 막기 위한 어머니의 의지를 잇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는 연예인의 파급력이 비정상적으로 큰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예인 중심 사회에서 쇼맨십이라도 세계의 난제들에 앞장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인 것 같다. 무조건 햅번과 같은 선행을 해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SNS를 통해 아이돌들이 투표를 국민의 기본 권리라며 어린 팬들에게 독려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작은 일이지만 공인으로서, 또 롤모델로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환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직업이 바로 연예인인 것이다.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힘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줬던 햅번의 의지가, 우리 나라에도 조금 더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최예원 에디터 yewon1760@naver.com]

2017.05.0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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