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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엔 테크' 열풍…원·엔 환율 900원대 지속

by아시아경제

시중은행 환전 건수 평소 7배까지 늘어…25일 오전 991원까지 떨어져

'엔 테크' 열풍…원·엔 환율 900

'엔 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 압승 등으로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로 떨어지자 일본으로 겨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실수요자는 물론 환 투자자까지 원화를 팔고 엔화를 사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며칠간 한 시중은행의 엔화 환전 건수는 평소보다 7배나 늘어났다.

 

24일 오후 서울 명동의 A사설환전소 앞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31·여)씨는 "일본에 갈 계획은 없지만 엔화가 많이 싸진 것 같아 적금 드는 기분으로 120만원을 엔화로 바꿨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이후 줄곧 100엔당 1000원을 웃돌던 원·엔 환율은 지난 20일 900원대로 진입한 이후 25일 오전 현재 991원 선까지 내린 상태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금이 엔화를 사야 할 타이밍" "900원대면 일단 사고 보자"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검색포털에서 '엔화 환율'이라는 단어가 높은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오는 12월에 일본 오사카로 여행할 계획인 대학생 심수연(24·여)씨는 "보통 환전은 해외여행 가기 직전에 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들 하는데 이 정도 환율이면 지금 사둬도 손해 보진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여행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바꾸고 더 떨어진다면 그때 조금 더 바꿀 예정"이라고 얘기했다.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사는 경우도 있다.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42)씨는 150만원을 엔화로 바꿨다. 김씨는 "언제 가더라도 일본에 갈 일이 있을 텐데 쌀 때 바꿔두면 당연히 이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허모(33)씨는 "900원대일 때 사둬서 나중에 1100원 이상으로 오르면 되팔 생각"이라며 "환율은 당장 1시간 앞도 내다볼 수 없으니 싸다 싶으면 사두고 비싸다 싶으면 판다. 큰 수익을 바라는 건 아니고 용돈벌이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명동 사설환전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며칠 사이 50만~200만원 사이의 소액을 엔화로 바꾸는 직장인들이 많다. B사설환전소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와서 언제 사는 게 좋은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때 보이는지 등을 물어보고 간다"며 "환율이 100원만 올라도 수익이 은행 이자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의 엔화 환전 건수는 지난 20일과 23일 최근 두 달 평소 대비 최소 7배 뛰었다. 또 다른 은행도 10월 평균 엔화 환전 건수보다 20~23일 사이 건수가 1.5배 늘었다. 서울역 환전소 관계자는 "휴가 시즌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걸 보면 엔화가 쌀 때 사두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엔화 환전 싸게 하는 법 등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고 있다. 시중 은행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수수료 우대를 90%까지 받는 방법부터 각종 수수료 우대 조건 등을 정리해둔 글이 넘쳐나고 있다.

 

한편 원·엔 환율이 떨어진 이유로는 지난 22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의 자민당이 압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