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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괴테와 늙은 베르테르의 슬픔

by아시아경제

1832년 3월22일 세상 떠난 대문호 괴테의 사랑과 작품

괴테와 늙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탈리아를 여행 중인 괴테의 초상화

"인간들이 서로 이렇게 쌀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는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고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 사랑이든 정이든 즐거움이든 내가 남에게 베풀지 않는 한 나도 내게 주지 않는 법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남을 행복하게 하려고 해도 내 앞에 쌀쌀하고 힘없이 서있는 사람에게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스물다섯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 받는 베르테르의 심정에 대해 이렇게 썼다. 18세기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던 베스트셀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얘기다. 이 소설은 실제 인물인 샤를로테 부프에 대한 괴테 자신의 짝사랑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었다. 괴테는 1772년 독일의 베츨라에 머물며 사귄 친구 요한 케스트너의 약혼녀 샤를로테 부프를 짝사랑했다. 그 무렵 친구 카를 빌헬름 예루잘렘이 괴테와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그는 자신의 경험과 친구의 죽음을 담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괴테 스스로가 바로 젊은 베르테르였던 것이다. 괴테는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줄도 체험한 것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고 했다.

 

20대 청년 괴테의 사랑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담겼다면, 70대 노인 '늙은 베르테르'의 사랑은 시 '마리엔바트의 비가(悲歌)'에 반영돼 있다. 괴테는 74세였던 1823년 실연에 고통스러워하며 이 연애시를 남겼다. 괴테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 ""꽃이 모두 져버린 이날 / 다시 만나기를 희망할 수 있을까? / 천국과 지옥이 네 앞에 두 팔을 벌리고 있다 /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 더 이상 절망하지 말라! 그녀가 천국의 문으로 들어와 / 두 팔로 너를 안아주리라"라고 썼다.

 

일흔이 넘은 괴테가 사랑한 상대는 19살의 울리케 폰 레베초프라는 소녀였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 괴테가 이 소녀에게 구혼했다 거절당한 아픔을 극복하려는 열정으로 마리엔바트의 비가를 썼다고 설명했다. 당시 괴테는 요양을 위해 휴양지인 마리엔바트에 머물렀으며 여기서 울리케를 만났다고 한다. 울리케에 대한 애착과 정열에 사로잡힌 괴테는 결국 청혼하게 되고 거절당하자 이별의 고통에 몸서리쳤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된 이후 '베르테르 효과'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소설 속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괴테는 20대에도, 또 70대에도 베르테르의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는 '마리엔바트의 비가'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고 이 시를 계속 낭독하며 고통을 극복했다. 이는 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이 걸린 대작 '파우스트' 집필에 매진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그리고 '파우스트'를 완성한 이듬해인 1832년

3월22일 그는 바이마르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