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일본 소프트뱅크 벤치마킹
일본 이통시장에서는 3위이지만
글로벌 ICT 시장선 최고 투자회사
손정의 회장 별명은 'M&A의 귀재'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한국 1등 통신사가 일본 3등 통신사의 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SK텔레콤과 소프트뱅크 이야깁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2월 "일본 소프트뱅크와 같은 종합 ICT회사가 나와야 SK텔레콤은 물론 우리나라의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사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자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나눈다고 합니다. 박 사장이 손 회장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은 이동통신 사업 노하우가 아닐 겁니다. 소프트뱅크는 사실상 글로벌 ICT업계의 펀딩을 주무르는 큰손입니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Vision fund)를 설립했습니다. 1000억달러 규모, 우리 돈으로 약 106조원입니다. 비전펀드는 특히 인수합병(M&A)에 적극적입니다. 투자 1호 테마는 '공유경제'입니다. 우버에 9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중국 1위 디디추싱, 인도 1위 올라캡스 등에도 300억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과 함께 차량 공유경제가 보편화한다면 사실상 지구의 차량 공유 플랫폼은 소프트뱅크가 장악하는 셈입니다.
한편 SK텔레콤은 중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분할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지만, 그 비전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습니다. M&A와 플랫폼 사업에 적합한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죠. 이는 내년 3월로 다가온 5G 이동통신 개시와 밀접하게 얽혀 있습니다. 새로운 통신 세대로의 전환은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변화입니다.
더 핵심적인 변화는 5G의 과실이 통신사에만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통신 사업이 과거와 같은 독점적 부를 보장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답은 '아니오'에 가깝습니다. 이런 추세는 이미 4G 시대에 관찰된 것입니다. 4G 시대로 접어들며 통신사와 플랫폼 사업자 간 역전극이 펼쳐졌죠. "재주는 통신사가 부리고 돈은 플랫폼 사업자가 벌어간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차라리 플랫폼 사업 진출을 고민해볼 수 있겠죠. 그런데 쉽지가 않습니다. SK텔레콤은 사실 그동안 빈번히 플랫폼 사업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리고 번번이 실패했죠. 2010년 미국 이동통신사 '라이트스퀘어드'를 675억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2013년 5월 파산했습니다. 2014년 미국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숍킥'을 2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7년에만 252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M&A 실패 원인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옵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지목했습니다. 더 이상 그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반성이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입니다.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물적분할을 통해 'SK텔레콤 투자회사(가칭)'와 'SK텔레콤 사업회사(가칭)'로 나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즉 사업회사는 이동통신 사업에만 집중하고, M&A와 펀딩 전략 등은 투자회사에 일임한다는 것이죠. 의사 결정이 좀 더 전문적이고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자회사 매각은 물론 인수도 수월해지겠죠.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이통사가 일본의 3위 이통사를 벤치마킹하려는 이유가 대충 드러난 것 같습니다. 박 사장과 손 회장, 5G 시대를 맞아 두 전략가가 펼칠 치열한 M&A 승부를 기대해봅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