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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쉿, 깨지 말아요…
이 황홀한 고요

by아시아경제

12월 진객 찾아 가는 창원여정-주남저수지 재두루미 비행 장관, 뽀얀대구탕 짜릿

쉿, 깨지 말아요… 이 황홀한 고요

주남저수지는 고요하다. 어디선가 생명의 숨결이 꿈틀된다. 동살을 받아 기러기, 큰고기, 재두리미의 힘찬 날갯짓이 저수지의 새벽을 깨운다. 겨울 창원은 진객을 만난여정이다. 천연기념물 철새들과 고향찾은 대구 등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하다.

쉿, 깨지 말아요… 이 황홀한 고요

겨울진객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들이 아침 노을을 받으며 주남저수지 위를 날고 있다

쉿, 깨지 말아요… 이 황홀한 고요

황금빛 물결을 일렁이며 아침을 여는 산남저수지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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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니떼들이 저수지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쉿, 깨지 말아요… 이 황홀한 고요

주남저수지의 아침, 기러기떼들이 이동하고 있다

물안개가 피어오릅니다. 움직이는 모습이라곤 너울대는 갈대와 물억새뿐, 저수지는 고요합니다. 생명의 숨결이 살며시 꿈틀거립니다. 고요와 적막을 깨는 철새들의 자맥질 소리가 새벽을 깨웁니다. 펜화처럼 서 있는 나무 위로 붉은 기운이 번지자 재두루미들이 태양을 향해 힘차게 날아 오릅니다. 가슴 벅차고 떨리는 순간입니다. 기러기떼의 아침은 장엄합니다. 겨울 하늘을 가르는 울음소리와 날갯짓은 대자연의 교향곡이 따로 없습니다. 쪽배 한 척이 수면을 미끄러집니다. 장대로 노를 저을 때마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며 부서집니다. 큰고니의 자맥질에 가지를 드리운 왕버드나무가 파르르 온 몸을 떨며 아침을 맞습니다..12월의 겨울, 창원 북면의 주남저수지에서 마주한 풍경은 이렇듯 아름답습니다. 그곳은 새와 사람이 공존하는 낙동강이 선물한 생명의 터전입니다. 겨울철 진객은 또 있습니다. 진해만 일대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대구입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시 고향을 찾고 있습니다. 뽀얀 국물과 쫀득한 고기 한 점을 하면 입이 다 호강입니다. 자연이 주는 신선함은 도시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요. 이뿐인가요. 지팡이 짚고 다니는 노인이 들어가서 두 발로 걸어 나온다는 말이 있는 곳입니다.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마금산온천입니다. 피부병과 위장병, 만성변비, 신경통 등 효과만 나열하더라도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장복산 '진해 드림로드'는 뜨고 있는 길입니다. 따뜻한 날씨 덕에 숲길 곳곳엔 아직 늦가을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그 길을 따라 진해만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눈부십니다.

주남저수지-재두루미의 황홀한 비행…낙동강이 선물한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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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의 아침, 기러기떼들이 이동하고 있다

새벽녘 깊은 고요에 빠져있는 동판저수지 동틀 무렵 고요하던 하늘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철새떼들이 동북쪽 하늘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수백 마리의 새들이 일사분란하게 한 줄로 늘어섰다가 순식간에 V자 대형의 에어쇼를 선보인다. 질서정연하게 고공비행을 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장관이다.


주남저수지에 올해도 어김없이 큰기러기와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수만 마리의 철새떼가 찾아왔다.


이 중 가장 귀한 손님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다. 전 세계에 6000여마리만 생존해 있는 국제보호조다. 현재 120여마리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을 하고 있다.


창원 시내에서 차로 20여분 만에 도착하는 주남저수지는 용산(주남)ㆍ동판ㆍ산남 등 3개의 저수지가 한 물길로 연결돼 있다. 1980년대 시베리아 동부에서 번식하는 가창오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새 서식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총 67종 1만2000여마리의 철새가 주남저수지를 다녀갔다. 먹이가 풍부하고 겨울에도 물이 잘 얼지 않는 습지는 철새와 텃새가 살기에 좋은 환경이다.


주남저수지의 매력은 적은 노력으로 많은 철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망대를 따라 조성된 둑길을 걸으면서 철새를 감상할 수 있다. 비치된 고배율의 망원경으로 철새들을 위협하거나 간섭하지 않고 지켜볼 수 있다.


람사르문화관 앞 나무계단을 따라 둑길로 올라갔다. 탁 트인 광활한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겨울빛에 젖은 주남저수지는 물억새와 테두리를 따라 핀 갈대가 흔들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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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들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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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두루미 120여마리가 주남저수지를 찾은 겨울을 나고 있다

이른 아침, 움직이는 모습이라곤 너울대는 갈대와 물억새뿐 저수지는 고요하다. 수초 뿌리를 쪼아 먹던 기러기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른다. 기러기는 워낙 예민한 성격이라 한 마리의 날갯짓이 순식간에 수백 마리의 날갯짓으로 이어진다. 꽁무니를 치켜들고 자맥질을 하던 청둥오리와 물고기를 낚던 큰고니도 덩달아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른다. 큰고니는 행동이 가장 느린 녀석이다. 아름다운 자태로 유유자적 떠다니다 거구를 이끌고 수면을 20~30m쯤 달려 비상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보인다. 철새는 일출 전후와 일몰 직전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무논(물을 가둬 놓은 논)으로 눈을 돌렸다. 아침식사를 마친 20여마리의 재두루미들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재두루미떼가 무리 지어 날아가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아침노을을 배경으로 날갯짓을 크게 하며 목을 쭉 뻗은 채 비행하는 모습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대부분의 탐조객들은 용산저수지만 둘러보고 자리를 뜬다. 그러나 갯버들, 왕버들, 개수양버들이 우거진 동판저수지와 산남저수지도 꼭 보길 권한다. 동판저수지는 겨울 낭만이 흠뻑 묻어난다. 저수지 옆 감나무 가지엔 까치밥이 외롭게 달려있고 철새가족들은 갈대섬에서 날개를 접고 휴식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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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허가증을 받은 한 어부가 아침노을을 품고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물속에 뿌리를 박은 모습의 버드나무 끝에 아침 해가 걸리자 쪽배를 탄 어부를 따라 황금빛 노을도 덩달아 춤을 춘다.


주남저수지의 저녁 노을은 따스하다. 노을을 헤엄치는 새들의 날갯짓은 붉고, 그 노을에 물든 탐방객들의 눈동자도 붉다. 그래서 주남저수지는 노을처럼 포근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대구-뽀얀 국물과 쫀득한 고기…입이 호강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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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용원항이 대구철을 맞아 북적이고 있는 가운데 대구를 들고 표즈를 위한 도선장횟집 안주인의 표정이 밝다 

진해만 일대가 대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산란기를 맞는 대구가 고향인 진해만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로 둘러싸인 진해만은 대표적인 대구 어장이다. 한때 지나친 어획으로 대구가 잡히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구 한 마리 값이 쌀 한 가마니를 호가하기도 했다. 멸종 위기에 몰린 대구를 살리기 위해 인공수정으로 방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구가 다시 돌아왔다.


대구를 잡기 위해서는 하룻밤 이상 바다에 그물을 설치해둬야 한다. 대구가 밤에 활동을 하다 그물에 걸리기 때문이다. 


새벽 조업이 끝난 어선들이 진해 용원항에 대구를 내려놓는다. 크고 위협적인 입, 부리부리한 눈, 얼룩덜룩한 무늬가 위풍당당하다. 용원항은 이제부터 분주해진다. 경매가 시작된다. 물메기, 아귀, 게 등 다양한 수산물이 있지만 대구에 경매사와 중매인들의 손짓이 더욱 바빠진다. 매일 낙찰가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만 겨울철 대구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대구는 암수로 나눠 경매하는데 수컷은 대구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리(배 속에 있는 정액 덩어리)가 있어 훨씬 비싸다. 


이제 대구 맛을 보자. 용원항에서 맛보는 대구 요리는 특별하다. 회와 탕은 물론이고 운이 좋으면 대구찜까지 곁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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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원항에서 맛볼수 있는 대구요리. 겨울에는 대구로 끓인 탕(사진 왼쪽)이 으뜸이고 대구회(사진 오른쪽위)와 대구찜도 별미다.

용원항 어시장에 문을 연 지 40년이 넘은 '도선장횟집'은 대구 요리로 유명하다. 매일 새벽 경매장에서 대구를 구해온다. 주문과 동시에 수족관에서 살아 있는 대구를 꺼내 손질한다.


겨울에는 대구로 끓인 탕이 으뜸이다. 이양숙 사장에게 대구탕의 비법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재료가 워낙 신선해서…"란다. 별다른 양념 없이 맑은 물에 소금과 파, 무, 미나리가 전부다. 나머지는 신선한 대구 살과 이리가 우러난 맛. 자연이 주는 신선함은 도시에서 맛보는 대구탕과 비교할 수 없다. 


살아 있는 상태의 대구도 오늘 잡은 것과 어제 잡은 것이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주인장은 귀띔한다. 


대구회는 잘게 썬 무와 미나리를 곁들인다. 대구회는 연해서 다른 횟감에 비해 쫀득한 맛은 덜하지만 달콤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대구찜(6~7만원 선)은 별미다. 해풍에 꾸덕꾸덕 말린 대구를 묵은 김치와 함께 쪄서 올린다. 하얀 대구 살의 담백함과 묵은지의 신맛이 어우러져 맛있다. 요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미리 주문을 해야만 맛볼 수 있다. 


대구떡국도 빼놓을 수 없다. 대구탕 국물로 떡국을 끓인다. 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조선간장과 대파만 넣는다. 


대가리로 만드는 뽈찜은 잘 알려진 요리다. 알과 창자는 젓갈로, 아가미는 김치를 담그는 데 사용한다. 이처럼 버릴 게 없는 생선이 대구다. 

마금산온천-보양온천에 땅콩국수…만병통치약이 따로 없네

창원을 찾았다면 주남저수지에서 가까운 마금산온천을 빼놓을 수없다.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마금산(해발 200m) 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온천은 아무리 퍼 올려도 마르지 않아 '신비의 샘'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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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처음으로 지정된 보양온천인 마금산온천원탕

마금산온천은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 온천수가 나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지하 300m에서 끌어올린 무색, 무취, 무미한 알칼리성 식염천이다. 피부병과 위장병, 만성변비, 당뇨병, 신경통 등 효과만 나열하더라도 끝이 없다. 만병통치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마금산원탕'은 최근 전국에서 아홉 번째, 경남에서 최초로 보양온천 지정을 받았다. 수온 35도 이상의 수질 좋은 온천수에 수치료탕, 노천탕, 치유풀장, 운동실, 사우나 등을 갖추고 있다. 


마금산온천 지역은 온천뿐만 아니라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있다. 무료 '족욕체험장'을 비롯해 야생화 쉼터공원, 낙동강 자전거길, 산행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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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국수

독특한 지역별미도 있다. 온천욕을 즐기고 난 후 허기진 배는 '땅콩국수'를 맛보자. 마금산원탕 앞 '산미'가 이름났다.


잘 삶은 땅콩을 온천수와 함께 갈아서 국수를 넣어 먹는다. 땅콩국수는 다른 콩국수보다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목 넘김이 부드럽다. 국수를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고소한 땅콩향이 느껴져 자꾸만 손이 간다. 녹두국수도 있다. 녹두를 갈아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낸 다음 국수를 곁들인다. 겉절이와 함께 내는 땅콩두부, 온천수로 만든 막걸리 한 잔은 피로회복제가 따로 없다.


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경부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영산IC를 나와 창원, 진영방면으로 가면 주남저수지 안내판이 나온다. 경부선과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남해고속도로 창원방면으로 가도 된다. KTX를 이용하면 창원중앙역에서 15분이면 주남저수지에 닿는다. 마금산온천(055-298-4400)은 주남저수지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대구요리는 진해 용원항과 속천항에서 맛볼 수 있다.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055-225-3491), 창원시관광안내 (055-225-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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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먹거리=대구요리외에도 먹거리가 많다. 바로 아귀찜. 현지에서 '아구찜'이라 부를 때 비로소 제맛이 난다. 생아귀를 많이 쓰지만 토박이들은 말린 아귀를 찾는다. 다정식당(055-223-9959)에서 내놓는 아구수육은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 마산통술이란 독특한 술상차림도 있다. 술만 시키면 거기에 맞춰 새벽에 장을 봐온 싱싱한 해산물로 안주가 무한장 나온다. 또 복요리거리, 장어거리, 부림먹자골목 등 먹거리촌이 많다.


탐조여행=멀리있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고배율의 쌍안경을 지참하면 좋다. 화려하지 않은 옷을 두껍게 입고 조류생태도감, 스케치북 등을 챙긴다. 새 사진을 찍으려면 최소 300㎜이상의 망원렌즈와 삼각대를 갖춰야 한다. 새는 일출직후와 일몰직전에 이동이 많기 때문에 이때가 촬영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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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 드림로드

볼거리=장복산 '진해 드림로드'는 트레킹 코스다. 장복 하늘마루 산길(3.8㎞), 천자봉 해오름길(9.9㎞), 백일 아침고요 산길(3.1㎞), 소사 생태길(7.6㎞) 등 네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외지인의 경우 천자봉 해오름길을 주로 걷는다. 전망대에 서면 진해 시가지와 진해만이 한 눈에 들어온다. 거가대교도 눈앞에 있다. 이외에도 창동예술촌 상상길을 비롯해 창원해양공원, 돝섬 해상유원지, 문신미술관, 가고파꼬부랑길, 김씨박물관, 이원수 문학관, 저도비치로드 등 불거리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