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세금 체납자, 그들이 버티는 4가지 방법

[이슈]by 아시아경제

1. 행방불명형

2. 배째라형

3. 해외도피형

4. 분할납부형

100억대 세금 체납자, 그들이 버티

서울시 38세금징수과에서 세금 체납자의 가택을 수색해 나온 귀금속 등 자산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사진제공=서울시

지난 14일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제히 지방세 고액ㆍ상습 체납자 신규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 중에는 사업 부도 등 피치 못해 세금을 못낸 이들도 있지만, 가족 명의로 재산을 은닉해 놓은 채 고급 아파트에 살고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철면피'들도 적지 않다. 이중 체납액 기준 상위 10위 안에 포함된 악성 체납자들의 체납 수법은 크게 네 가지다. 아예 연락이 안 되는 '행방불명형', 연락은 받지만 "세금을 낼 돈이 없다"며 세무 당국ㆍ지자체의 독촉에 무반응인 '배짱형'이 있다. 또 해외 도피형, 분할 납부형도 있다.


현재 지방세 고액ㆍ상습 체납자 상위 10명(누적 기준)이 내지 않은 지방세는 총 678억500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적게는 40억원 대에서 많게는 100억원이 훨씬 넘는 세금을 최대 10여년 째 내지 않고 있다.


이들 중엔 '행방불명형'이 가장 많다. 연락도 끊기고 거주지에 찾아가도 엉뚱한 사람이 살고 있다. 체납액 기준 1위(104억6400만원)인 오문철(65) 전 보해저축은행 회장, 2위(86억5800만원)인 오정현(48)씨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 전 회장은 2016년 부과된 종합소득세 중 지방소득세를 장기간 체납 중인데,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세금 징수를 위해 주소지에 고지서를 보냈지만 반환됐고, 38세금징수팀 직원이 직접 주소지에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그런 사람 안 산다"는 말만 들었다. 오씨도 마찬가지다. 시 직원이 주소지에 찾아가 봤지만 실제 거주자는 따로 있었다. 전화 통화도 되지 않고 핸드폰 번호도 없어진 상태다. 2016년 자녀와 만났더니 "감옥에 갔다"고 말했다고 한다.


체납액 5ㆍ6위를 차지한 이동경(58)씨, 이남종(54)씨도 같은 수법이다. 둘 다 사업 부도로 지방소득세를 각각 62억9600만원, 62억5300만원이나 장기간 체납했지만, 현재는 아예 주민등록이 말소돼 행방을 알 수 없다. 시 직원이 주소지에 찾아가 봤지만 동사무소였다. 시 관계자는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장기 악성 체납자들에 대해선 5년이 지난 후 결손 처분을 해주고 있다"면서도 "아직 체납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예금통장ㆍ부동산 등 법적 다툼이 있는 채권이 남아 있어 정리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락이 닿지만 세금 납부 독촉에 끄떡도 하지 않는 이들, 즉 '배째라' 형도 있다. 이들은 신용불량자 등록 등 행정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상합(83)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2년 인천 소재 토지를 매매한 후 양도소득세 지방세분 61억8300만원을 아직까지도 내지 않은 상태다. 이씨는 현재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고 시 직원이 찾아가 면담하는 등 납부를 독려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는 상태다. 시는 이씨를 신용불량자로 처리하고 각종 행정 제재를 가했지만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65억9500만원의 지방세를 안 내 액수 기준 4위를 기록한 김상현(52)씨도 비슷하다. 그는 2013년 부과된 세금을 사업 부도를 이유로 체납 중인데, 시 담당 직원들이 독촉을 해도 "직업도 없고 여력이 안 된다"면서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시는 김씨가 가족 등의 명의로 고액의 재산을 은닉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업 부도로 47억6100만원(10위)을 안 낸 최현주(72)씨도 배째라형이다. 그는 현재 거주지도 확인되고 채권 관련 재판도 진행 중이다. 시가 배우자와 면담을 하는 등 납부를 독려하고 있지만 소식이 없는 상태다. 정태수(93) 전 한보그룹 회장도 있다. 그는 사업 부도로 무려 82건에 걸쳐 10여년 넘게 총 49억8600만원의 지방소득세를 체납했다. 정 전 회장의 재산은 대부분 공매 처분돼 채권자들에게 돌아갔다. 남은 재산은 지분 문제나 선순위 등의 이유로 공매가 되더라도 세금으로 돌아올 몫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해외로 도망간 사례도 있다. 2013년부터 52억6100만원의 지방세를 안 낸 문원상(59)씨는 해외 도피를 선택했다. 그는 체납 직전해인 2012년 해외로 출국해 아직까지도 돌아 오지 않고 있어 시가 손을 써 볼 방법이 없다.


독촉할 때마다 소액을 내면서 버티는 '분할상환형'도 있다. 체납액 83억9300만원인 조동만(63) 전 한솔그룹 부회장의 경우다. 조 전 부회장은 시에서 세금을 독촉할 때마다 매달 200만~300만원씩 대리 세무사를 통해 밀린 세금을 청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회장 측은 "예전엔 잘살았지만 부도 이후에는 어려워서 세금을 한꺼번에 낼 형편이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2018.11.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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