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택배 '아이스팩'의 비밀

[테크]by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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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을 버릴 때는 반드시 종량제봉투에 넣어 배출해야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냉동이나 냉장식품을 배달시키면 '아이스팩(Ice pack)'이 항상 같이 딸려 오지요. 얼음 대신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택배 등 신선식품 등에 대한 배달이 많다보니 집에 남아도는 것이 아이스팩입니다. 문제는 이 아이스팩을 버릴 때 부피가 크기 때문에 보통 찢어서 속에 든 내용물과 비닐을 따로 버리는데서 발생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보통의 아이스팩은 내용물이 '고흡수성 수지(SAP, Super Absorbent Polymer)'로 들어차 있습니다. 사전을 검색해보면, 고흡수성(高吸收性) 수지는 '3차원 망상구조를 가지면서 다량의 친수기를 갖는 고분자로 물에 녹지 않고 다량의 물을 흡수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정의됩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자기 무게보다 수십~수백 배까지 물을 흡수하는 수지입니다. 재료 자체가 물을 빨아들이는데 흡수량도 많고, 웬만한 압력에는 물을 방출하지 않아 기저귀나 생리대를 만들 때 흔히 사용되는 재료이지요.


SAP는 물을 잘 흡수하기 위해 천연 흡수성 수지와 같은 '망상(網狀)구조(network structure)', 즉 그물과 같은 물리적 형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망상구조는 고분자 중합(polymerization)이라는 화학반응을 이용하는데 분자들을 연결해 실과 같이 긴 분자사슬을 만듭니다.


그 후 이 분자사슬의 중간 중간에 다리 역할을 하는 적당한 크기의 분자사슬을 연결해주면 그물 모양의 구조가 형성됩니다. 그물을 단단하게 설계한다면 강한 압력에도 흡수한 물이 구멍 밖, 그러니까 그물코 밖으로 새지 않게 됩니다. 그물코의 크기를 미세하게 조절해 최적의 흡수 속도와 흡수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SAP가 물을 흡수하면 젤 형태로 바뀌는데 이 상태로 얼리면 일반 얼음보다 냉기 지속 효과가 2~3배 높은 아이스팩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비닐봉지 속에 물과 SAP를 넣어 결합시킨 후 얼린 것이 아이스팩인 것이지요.


그런데 비닐봉지를 찢어 SAP를 하수구에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환경오염을 먼저 생각할 수 있습니다. SAP에는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고분화화합물이 포함돼 있습니다. 해양생물이 이를 먹고 먹이사슬을 거쳐 인간이 섭취할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수처리장에서는 다른 물질과 결합해 하수설비를 망가지게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스팩을 버릴 때는 종량제봉투에 넣어 일반쓰레기로 배출해야 합니다. 내용물을 음식물쓰레기 봉투에 넣어 배출하면 안됩니다. 부피가 부담스러우면 내용물을 햇빛에 말려 부피를 줄인 뒤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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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의 내용물인 SAP를 화분에 부어 토양보수제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재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선풍기 뒤에 달아 에어컨 같은 시원한 바람을 쐴 수도 있고, 화분에 넣어 토양보수제로 사용하거나 방향제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화분에 물을 충분히 준 뒤에 아이스팩의 내용물을 올려두면 됩니다. SAP가 수분의 증발을 막으면서 물을 공급해 오랫동안 물을 주지 못해도 화분이 촉촉한 상태로 유지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중국에서는 SAP를 사막 녹화사업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방향제는 아이스팩의 내용물을 적당한 병에 담아 색소와 좋아하는 오일향을 몇 방울 넣으면 됩니다. SAP가 향을 잡아주기 때문에 향이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고 합니다. 아이스팩도 사용하기 나름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2019.06.1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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