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읽다]펭귄이 남극의 혹한을 견디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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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터줏대감 황제 펭귄[사진출처=NOAA]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구 온난화로 남븍과 북극의 기온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남극은 겨울 평균 기온은 여전히 영하 20도를 넘습니다. 눈발과 얼음 조각이 섞인 바람이 초속 20m의 속도로 붑니다. 사람이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의 강한 바람, 그야말로 살인적인 강풍이 상시 부는 곳이지요.


게다가 지난 200만년 동안 비가 오지 않는 '드라이밸리(Dry Valleys)'입니다. 사하라 사막보다 더 건조한 곳이라고 해서 '하얀사막'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런 혹독한 기후이다보니 사람이 살지 못합니다. 북극에는 사람이 살아도 남극에는 사람이 살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밤낮 없이 휘몰아치는 이런 살인적인 강풍 속 하얀사막 위에 의연하게 서서 추위를 이겨내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펭귄입니다. 펭귄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혹독한 얼음땅인 남극에 살면서도 동상 한 번 걸리지 않습니다. 펭귄이 동상에 걸리지 않는, 추위를 이겨내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펭귄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신체조건을 갖추기 위해 끊임 없이 진화해왔습니다. 그 진화의 결과가 뒤뚱뒤뚱 걷는 오늘날의 귀여운 펭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펭귄은 극지방의 차가운 물속에 들어가 사냥하고, 육지에서 새끼를 키우는데 몸에 묻은 수분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내려가게 됩니다. 이를 막아주는 것이 펭귄의 깃털입니다. 펭귄의 깃털은 다른 새들의 깃털과 달리 좌우의 크기가 같고, 깃털 안에 솜털이 2중막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이는 잠수복과 같은 원리로 빈공간을 없애 물이 펭귄의 피부로 스며들지 않도록 막아줍니다. 깃털에는 작은 공기구멍들도 있고, 특수한 기름도 흐릅니다. 물과 섞이지 않는 소수성이어서 물과 닿아도 밀어냅니다. 펭귄의 신체 부위에서 이 깃털이 덮여있지 않은 부위가 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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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를 이뤄 추위를 이겨내는 황제펭귄들의 모습. 대열의 바깥에서 바람에 노출된 펭귄은 춥지 않을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발은 직접 빙하에 닿는 부위여서 동상이 걸리기 쉽지만 펭귄에게 동상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펭귄의 발은 '원더네트(wonder net)'라는 특수한 구조로 돼 있습니다. 일반 조류의 발은 동맥과 정맥의 길이 구분돼 있지만 펭귄의 원더네트 구조는 동맥과 정맥이 서로 꼬아진 형태의 모세혈관 다발로 이뤄져 있습니다.


빙하와 닿아 차가워진 펭귄의 피(정맥)가 몸속을 순환하는 따뜻한 피(동맥)와 서로 붙어있어 열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열 손실을 줄이는 것입니다. 차가운 발의 피는 얼지 않게 적당히 따뜻해지고, 몸속의 따뜻한 피는 적당히 식혀져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절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TV나 영화에서 황제펭귄들이 무리를 이뤄 빙하의 한 가운데 뭉쳐있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강풍이 휘몰아치는데 뭘하는 것일까요? 추운 겨울에는 펭귄들은 몸을 최대한 붙여 거대한 무리를 이뤄 뭉쳐 있는데 무리의 중앙에 있으면 체지방을 덜 소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조금이라도 중앙으로 들어갈 기회를 잡으려고 천천히 나선 모양으로 걷습니다. 가장 바깥에 있던 펭귄도 언젠가는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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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는 황제펭귄.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펭귄의 식사도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고단백으로 이뤄집니다. 펭귄은 극지방에 사는 물고기와 크릴새우, 오징어 등을 주로 먹습니다. 모두 단백질이 풍부한 먹잇감이지요. 이런 고단백질 식사는 펭귄의 몸에 풍부한 지방층을 형성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둥글둥글하고 뚱뚱한 몸은 부피에 비해 표면적을 줄여 차가운 바람과 접촉하는 면적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게 됩니다.


펭귄 중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황제펭귄 최대 1.3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최대 40㎏에 달합니다. 12살짜리 아이와 맞먹는 덩치입니다. 황제펭귄은 가장 깊은 수심까지 수영하는데 얼음장 같이 차가운 남극 물속을 최대 550m까지 다이빙해 생선과 오징어 등을 잡아먹습니다.


펭귄이 비만형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걷는 배둘레햄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생존을 위해 최상의 상태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어떨까요? 사람도 추운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해부학적·생리학적 변화를 겪는다고 합니다. 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보다 땀샘수가 적습니다. 밖으로 방출되는 땀의 양이 많을수록 열 손실이 크기 때문에 땀샘수가 줄어들도록 진화한 것이지요.


또 추운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코가 높고 뾰족하면서 코털이 유난히 많은 것도 차가운 공기의 체내 유입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진화한 펭귄처럼 지구온난화에 맞춰 인간의 신체도 진화해 나가고 있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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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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