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 식물 믿기보다 창문 열어라?

[테크]by 아시아경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개인들도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거나 공기정화식물을 더 많이 들여놓는 등 미세먼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기정화 식물을 길러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그러나 최근 공기정화 식물에 대한 효과가 과장됐으며, 오히려 창문을 열었을 때 공기정화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됩니다.


지난해 11월 마이클 워링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드렉셀대 교수연구팀은 지난 30년간 발표된 밀폐된 공간에서 식물의 공기정화를 다룬 12편의 다른 논문을 검토하고, 196건의 실험 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공기정화 식물의 공기 정화율이 창문을 열었을 때보다 미미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공기정화율(Clean Air Delivery Rate, CADR)'이란 단위로 증명합니다. 공기정화율은 1시간 동안 공급된 깨끗한 공기의 부피를 나타낸 값인데, 단위는 ㎥/h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공기정화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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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이 사는 집안에 공기정화를 위해서는 화초 680개를 심은 화분을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화분이 사진에 있는 정도의 양은 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연구팀은 공기정화 식물의 경우 공기정화율은 0.023㎥/h로 상당히 낮았습니다. 이는 4인 가족이 사는 면적(140㎡)에서 창문 2개를 열었을 때 공기정화율은 화초 680개가 있을 때의 공기정화율과 같고, 일반 건물에서는 환기장치로 인한 공기정화율이 1㎡당 화초 100개가 있을 때의 공기정화율과 같은 수치라고 합니다.


4인 가족이 사는 집안에 공기정화를 위해 화초 680개를 심은 화분을 놓거나,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1㎡의 공간에 화초를 심은 100개의 화분을 꽉 채울 바에야 창문을 활짝 여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공기정화 식물의 효능은 1989년에 미항공우주국(NASA)의 실험에 의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NASA는 밀폐된 우주선에서 1년 이상 살아야 하는 우주인들이 건강을 잃지 않으려면 공기정화가 중요하다고 판단, 몇몇 공기정화 식물을 가져다 놓고 실험한 결과 그 효과를 입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사 연구팀은 1㎥보다 좁은 밀폐된 공간에 식물을 넣고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주입한 뒤 식물이 이를 얼마나 제거하는지 실험합니다. 그 결과 식물은 하루 동안 최대 70%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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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미 항공우주국(NASA)가 선정한 공기정화 식물 아레카야자(사진 오른쪽)와 관음죽.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이 결과에 따라 NASA는 식물이 공기정화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보고, 아레카야자, 관음죽 등을 대표적인 공기정화 식물로 선정하게 됩니다. 덕분에 공기정화 식물의 효능은 과장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지요.


연구팀은 NASA의 실험은 1㎥보다 좁은 밀폐된 공간을 가정했고, 그 공간에 한 종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주입한 만큼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가정이나 사무실의 경우 1㎥보다 넓고, 밀폐돼 있지도 않으며, 한 종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아닌 여러 종류의 화합물이 뒤섞여 있는데다 실험처럼 일정하게 주입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구팀이 강조하는 바는 식물의 공기정화 능력은 과장됐으며, 식물을 통한 공기정화보다는 창문을 여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환기가 실내 공기정화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시간이 흐르면서 NASA가 했던 실험조건은 점점 묻히고, 공기정화에 효과적이라는 결과만 부각되면서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가 부풀려진 것임을 밝혀낸 것입니다.


식물에는 공기정화 기능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만큼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화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2020.02.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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