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의 역설, 신종 바이러스마다 당하는 이유

[테크]by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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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수업에 참석하기 전 손을 씻고 있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인간은 일상에서 수많은 병원체를 만납니다. 이 병원체는 음식과 접촉, 호흡 등을 통해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러나 이 많은 병원체들이 몸속으로 들어와도 무조건 병에 걸리지는 않습니다. 병원체를 방어해 신체를 지켜내는 면역 체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이란, 이물질이나 병원체에 대항해서 인체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보호하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왜 인간은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마다 '팬데믹(pandemic, 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숙주인 박쥐보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정말로 뒤떨어지기 때문일까요? [박쥐보다 못한 인간?] 편에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척추동물은 면역 기능을 가진 '인터페론'이라는 단백질을 생성한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인간과 대다수의 다른 동물들은 개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인터페론을 생성하지만, 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도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인터페론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면역 체계에 비해 박쥐의 면역 체계가 더 뛰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박쥐는 최근 팬데믹을 유발한 대부분 바이러스의 숙주이면서도, 자신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놀라운 면역 체계를 갖춘 동물입니다. 인간과 박쥐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만, 인간이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팬데믹에 빠지는 것은 인간의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 때문입니다.


인간은 병원체를 방어하기 위해 '백신'을 맞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백신을 하나만 맞지 않고, 질병의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백신을 맞습니다. 하나의 백신만으로 모든 질병을 예방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하나의 백신은 하나의 질병을 막아줍니다. 인간 면역의 이런 특성을 항원-항체 반응의 특이성이라고 합니다.


항체는 항원을 인식하는 부위를 가지고 있는데 그 부위에 맞는 항원과만 결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A형 간염 항체는 A형 간염 바이러스와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지만, 폐렴이나 홍역 등 다른 바이러스와는 결합할 수 없습니다. 즉, 다른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말입니다.


예방접종을 통해 백신을, 그러니까 독성이 없거나 약한 항원을 몸속에 넣어줍니다. 그러면 감염된 바이러스임을 인식한 백혈구 내의 독성을 가진 T림프구가 이를 공격해 제거합니다. 이 과정에서 T림프구는 증식을 하고, 백혈구 내 다른 림프구 중 하나인 B세포가 이 바이러스, 즉 '항원'을 기억하게 됩니다.


나중에 같은 바이러스가 침범하면 B세포가 즉각 이를 기억해 곧바로 항체를 생성해 대응하게 됩니다. 한 번 걸렸던 질병에 잘 안걸리는 이유가 이런 면역체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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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 약국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강진형 기자]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감기 바이러스 중 하나이면서도 변종이 잘 생겨 B세포의 기억에 없는 항원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새로운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단 하나의 백신으로 모든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는 없을까요? 모든 과학자들의 이상향이자 인류의 꿈이겠지요? 과학자들이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모든 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에 대한 연구를 중단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백신이 없어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다고 합니다.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체온이 낮아지지 않도록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마스크를 쓰거나 손을 씻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각 질병마다 그에 맞는 예방 접종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귀찮다는 핑계로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그때그때 예방 접종을 피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2020.03.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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