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패닉'…배우진 대표의 감원 추진 이메일 실수

[이슈]by 아시아경제

배 대표, 인사 부문장에 보내려던 이메일 실수로 전체 수신 설정

"보고 내용대로 인사 구조조정, 계획대로 꼭 추진해달라"

혼란에 휩싸인 유니클로…관리자급 직원 일부는 벌써 퇴사 수순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니클로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감축 계획이 전 직원에게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6일 에프알엘코리아에 따르면 배우진 대표가 지난 2일 인사 부문장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전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전체 회신을 하면서 구조조정 계획이 알려졌다. 이메일에는 "부문장님, 어제 회장님 이사회 보고를 드렸고 인사 구조조정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보고 내용대로 인원 구조조정이 문제없도록 계획대로 꼭 추진을 부탁한다"는 글이 쓰여 있다.


이어 "올해 2월 기준 정규직 본사인원이 왜 42명이 늘었는지에 대한 회장님의 질문에 육성로테이션 인원 귀임과 복직이 많기 때문이고, 다시 이동을 하면 본사 인원은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을 했다. 부문장님 이 답변에 문제가 없었는지 문의 드린다"고 쓰여 있다는 점에서 감원에 대한 에프알엘코리아 경영진의 의지가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구조조정 추진과 점포로 순환 근무를 보내면 본사 직원이 다시 줄어든다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실수로 전체 공개가 된 이후 에프알엘코리아 내부 직원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실수가 아닌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유니클로 사내 게시판에서 A직원은 "회사에 오시자마자 직원들 행복하게 하겠다고 외치던 분이 보낸 메일이라 더 충격적"이라며 "불매운동 때부터 예상했지만 막상 (이메일을) 받으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B직원도 "고의인지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매출은 뻔하고 당장 줄이기 쉬운 건 인건비"라며 "최상위에서 쪼을 것이고 밑에선 자기 밥그릇 지켜야 하고 쫄병들은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C직원 역시 "우리 회사가 희망퇴직 해줄 리 만무하고 10명 발령내면 3~4명은 나가겠다 말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정리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관리자급 직원 일부가 구조조정 분위기를 눈치채고 일찌감치 퇴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실제 블라인드에는 4월 퇴사 예정인 M그레이드 직원이 3명에 달한다. 통상 5개(J,S,M,E,K) 직급으로 나뉘는 에프알엘코리아에서 M그레이드에는 영업부문장, 플래그십 점포 점장 등이 포함된다. M그레이드 기본급은 8000만원 이상으로 고위 관리자급에 해당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보통 하반기가 매출이 훨씬 적기 때문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고, 따라서 구조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은 직원들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불매운동을 당하도록 가장 많이 기여하고 직원들의 행복을 부르짖던 사람(배 대표)이 뒤에서는 매우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계획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무식한 행동으로 직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은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발단인 배 대표가 CEO로서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빗발치고 있다. 롯데백화점 출신인 배 대표는 2019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에프알엘코리아 롯데 측 신임 대표로 임명됐다. 에프알엘코리아는 2004년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이 지분의 51%, 롯데쇼핑이 49%를 출자해 만들어졌다. 현재 하타세 사토시 패스트리테일링 측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배 대표는 지난해 7월부터 유니클로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는 과정에서 대표로서 자질 부족 논란을 겪었다.


이는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9749억원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4년(1조356억원) 이후 처음이다. 2018년(1조4188억원)보다 31.3% 줄었다. 순이익은 2383억원에서 19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결산 기준인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간의 40% 수준인 4130여억원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원은 "내부 직원들조차 한국의 반응을 공감하지 못하고 무대응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회사의 의사 결정자들에 대해 분개하고 있다"면서 "이런 회사에 근무하는 것에 대해 같은 한국인으로서 자괴감이 크며 회사가 단기간에 다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은 적고, 책임질 사람들이 올바르게 책임지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에프알엘코리아 관계자는 "메일이 발송된 후 직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어 오해를 풀기 위한 시간을 갖고 있는데, 아직 소통이 조금 안된 측면이 있다"면서 "힘든 상황인 만큼 구조적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을 논의는 하고 있고, 감원 부문은 현재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2020.04.0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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