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파도가 그린 봄의 수채화

[여행]by 아시아경제

영덕 블루로드 해안도로 봄맞이-대게공원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46km 명품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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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불해수욕에서 만난 풍경, 바람과 파도가 그려내는 바닷물결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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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강축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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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전망이 이쁜 한 카페의 봄글귀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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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사해상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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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산 관어대에서 바라본 고래불해수욕장

추위가 물러가고 봄기운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시작된 봄내음이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한적한 바닷가마을에도, 북적이는 항구에도 불어오는 바람은 포근합니다. 경북 영덕의 명품 해안도로를 따라 봄맞이에 나섰습니다. 대게공원에서 시작해 강구항, 강축해안로, 상대산 전망대, 고래불해수욕으로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이 길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맞이길이 있고 봄 입맛 사로잡을 대게와 최대 풍력발전단지도 있습니다. 그 중 코발트빛 바다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을 마시며 달리는 해안길의 낭만이 가장 앞서겠죠.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바다를 건너왔지만 축축하지 않습니다. 밀려오는 파도가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초록빛, 하얀빛 현란하게 봄의 수채화를 그려 내기도 합니다. 동해안의 변화무쌍한 풍경은 어느 한 곳 버릴 데 없습니다. 차창 밖으로 도망치듯 지나가는 해변의 풍경이 자꾸만 눈에 밟혀 기어이 몇 번이고 차를 멈추게 만듭니다. 잠깐의 운전대를 잡은 수고에 비하면 눈앞의 풍광이 과분할 정도입니다. 이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고속화된 7번 국도는 단숨에 버려야합니다. 느리고 게으른 운전을 해야합니다. 옛날 7번 국도와 주민들만 오가던 20번 해안도로를 따라 봄바다를 달려봅니다.


영덕 해안도로 여정은 최남단 장사해수욕장에서 최북단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46km의 길이다. 영덕의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동해에서도 이름난 명품 해안도로다. 이 길은 산과 해안을 넘나들며 걷는 영덕 블루로드와 함께한다. 크고 작은 항구와 소박한 바닷가 마을이 품에 안듯 해안선을 물고 있고 그 사이로 동해 바다와 스치듯 나지막이 도로가 이어진다.


대게공원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블루로드의 최남단 출발 지점이기도 하다. 대게공원에서 3분여 달리면 우겨진 소나무숲과 시원하게 펼쳐진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장사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장사상륙작전전승기념관이 있다.


10여분 달리자 출렁이는 파도를 맞으며 당당하게 서 있는 전망대를 만난다. 삼사해상산책로다. 차를 세우고 해상산책로에 들어섰다. 코발트빛 동해바다가 어서 오라 손짓을 한다. 부서지는 파도를 벗 삼아 한발 한발 산책로를 따라 바다로 나가면 동해를 나 혼자 품에 안은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왼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저 멀리서 빨간 등대가 손짓을 한다. 영덕 최고의 항구인 강구항이다. 청송의 주왕산 자락을 타고 흘러나오는 오십천이 동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항구가 있다. 강어귀에 있다고 해서 '강구리'로 불리기도 한다.


강구항의 명물인 '대게거리' 식당가는 길이가 3km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지만 매년 이맘때면 대게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몸살을 앓는다.


강구항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해안도로가 펼쳐지는 20번 지방도로를 탄다. 영덕 해안도로의 백미로 꼽히는 강축(강구-축산)해안도로다. 내륙으로 뻗어 있는 7번국도 위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영덕 최고의 해안절경을 품고 있다. 항구와 포구, 백사장과 절벽, 소박한 어촌과 이쁜 카페까지 해안에서 상상할 수 있는 볼거리는 다 모여있다.


예전 강구에서 축산으로 가던 이 길은 지역주민 외엔 잘 몰랐던 하루 두 번 버스가 다니던 오지 중 오지였다. 그곳에 해맞이공원이 생기고,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 지금은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에 선정된 최고의 명품길이다.


차창문을 열자 불어오는 바람은 바다를 건너왔지만 축축하지 않다. 아차 하는 사이 바뀌는 동해안의 변화무쌍한 풍경은 어느 한 곳 버릴 데 없다. 과연 절경이구나 깨달았을 때, 풍경은 어느덧 저만치 가고 있다.


길 중간쯤에 영덕해맞이공원이 있다. 공원의 상징인 창포말등대는 대게 집게다리가 마치 해를 드는 듯한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대게의 고장과 해맞이의 명소라는 이미지를 절묘하게 연결했다. 공원에서 해돋이를 관람할 수 있는 곳까지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마치 푸른 바다가 내 발아래 펼쳐지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듯 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수선화, 부채꽃, 패랭이꽃 등 야생화가 계절마다 반겨준다


공원 위쪽 언덕은 풍력발전단지다. 사계절 내내 불어대는 바람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람개비를 돌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곳에는 캠핑장, 신재생어너지전시관, 비행기전시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나들이로 손색없다.


참포말등대를 지나 해안을 따라가면 영덕대게 원조마을인 차유마을을 만난다. 고려 충목왕 2년, 초대 영해부사가 이 마을을 순시하러 왔는데 영해부사 일행이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어와 '차유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대게철이지만 찾는 사람들이 없어 그저 한적하고 정감 가는 작은 어촌마을의 풍경만이 그려진다.


축산항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오르막내리막 굴곡이 많아 해수면의 높이가 수시로 바뀐다. 바다가 어깨를 스치듯 고도가 낮은 도로에 접어들면 세찬 파도의 포말이 차창을 흠뻑 적신다.


언덕에 올라서자 멀리 축산항과 삼각형의 죽도산유원지가 정겹게 반긴다. 축산항은 영덕군 2대 어항 중 하나지만 강구항처럼 붐비지 않아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항구에서 오징어를 다듬고 있는 어민들의 표정이 살갑게 다가온다. 활처럼 휘어진 축산해변은 길이는 300m 남짓에 불과하지만 블루로드다리와 죽도산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축산항에서 해안에 바짝 붙어 올라가다 대진해수욕장을 지나 갯골을 건너면 해안도로의 종착지인 고래불해수욕장이 나온다.

'불'은 뻘 혹은 모래의 옛말이다. 고려 후기 목은 이색이 상대산에 올라 병곡 앞바다에서 고래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이 '고래불'이다. 상대산에는 관어대라는 정자가 있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고래불해수욕장의 풍경이 압권이다. 병곡면 병곡리를 비롯한 해안 6개 마을에 걸쳐 있어 길이만도 8㎞에 달한다. 백사장의 금빛모래가 굵고 몸에 붙지 않아 예로부터 이곳에서 모래찜질을 하면 심장 및 순환기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소나무숲을 지나 벤치에 앉았다. 멀리 있는 바다는 하늘색을 담았고 가까이 마주한 바다는 진초록 소나무를 담고 있다. 펼쳐진 모든 것들은 그저 바다뿐인데 마음의 고요가 찾아온다.


하늘로 드론을 띄웠다. 코발트 덩어리를 쏟아 부었나, 이보다 더 파란 색이 뭐가 있을까 싶은 바다가 눈앞에 들어온다. 순간 밀려드는 파도에 파란색은 하얀색으로 또 초록빛으로 노란빛으로 춤을 춘다. 봄의 왈츠를 듣는 듯 파도가 연주하는 바다는 잔잔하면서도 현란하게 소리를 낸다. 아니다. 흰색 도화지에 붓을 들고 새하얀 나무를 쭉쭉 뻗어 그려내는 고수의 붓놀림 같기도 하다.


백사장을 지나 해변으로 갔다. 겨울 햇볕을 받아 수면에 윤슬을 튕기는 바닷물에 손을 넣었다. 손을 빼면 금세라도 파란 물이 들 듯하다.


100리를 넘게 달려온 영덕 해안도로의 비경은 이곳에서 마무리한다. 끝없이 이어진 송림 사이로 붉은빛 노을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힘있게 출렁이던 초록바다는 어느새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영덕=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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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경부고속도로나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해서 가다 상주-영덕고속도로를 갈아타고 쭉 달리면 도로 끝에 영덕 강구항이 있다. 강구항 들기전 오른쪽 포항방면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여정의 시작점인 대게공원과 장사해수욕장이 나온다.


△먹거리=당연 대게가 가장 유명하다. 강구항이나 대게원조마을 등에서 맛을 볼 수 있다. 해안도로 끝나는 곳이 울진 후포항 부근이다. 후포항에는 이름난 대게전문식당이 있다. 대게가 술 한잔하는 만찬의 느낌이라면 오찬은 강구항에 유명한 생선구이를 내놓는 집도 있다. 가게 상호가 '생선구이집'이다. 제철 수확되는 생선들로 구이를 만들어 내는데 맛깔스럽다.

2022.03.1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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